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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 군함의 살인 - 제33회 아유카와 데쓰야상 수상작
오카모토 요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1795년 프랑스혁명전쟁 중 영국군 군함은 수병을 모집하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군함이 항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젊은 뱃사람들은
모두 사라진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일반인들까지 징집을 하게 되고
배라고는 한 번도 타보지 않던 이들이 강제 징집을 당한다.
그중에 평범한 구두장이 네빌이 있다. 한 여자의 남편이며
이제 곧 아이의 아빠가 될 그도 장인어른과 술한잔하던 술집에서
강제 징집을 당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게 함께 일하던 친구이자 형인
조지와 함께다. 그리고 그들이 배에 오르고 항해를 시작하자마자
군함에서는 미스터리한 살인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그 중심에 친구이자 형인 조지가 있다.
지금 이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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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님의 독특한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다.
일본이 배경이 아닌 18세기 북해를 항해하는 영국 해군의 군함을
배경으로 흘러가는 스토리가 눈길을 먼저 끈다.
강제 징집되어 수병이 된 이들의 인간적인 모습들에 안타까움이 들고
해군으로써 그들을 포용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다정함이 묻어난다
그 와중에 기괴한 유령 소동도 이야기의 재미를 한껏 올려준다.
도저히 범인을 알 수 없는 살인사건 또한 오리무중이다.
그리고 매번 살인사건의 현장에 네빌이 있다.
함께 믿고 의지해야 하는 동료 중에 살인자가 있다는 사실을
함장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렇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와중에
프랑스군 배와 전쟁이 시작되었다.
군함에서 일어난 살인사건만으로도 정신없는데 전쟁이라니.
너무 리얼한 전쟁 묘사와 그들의 비명은 책을 읽는 내내
함께 긴장하게 한다. 그리고 죽음이 그들을 비켜가길 함께 기도한다.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삶과 죽음이 파도치듯 밀고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드디어 숨겨진 진실이 밀려나는 파도와 함께 서서히 드러난다.
추리소설의 반전은 언제나 짜릿하다.
그리고 그 반전이 주는 씁쓸함과 통쾌함은 늘 비례한다.
이 소설 또한 그렇다.
삶만 존재하는 현장이 아닌 죽음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기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연들은 모두 감당하기 버겁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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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끝내주는 소설을 찾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사건들이 당신을 흥분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을 때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밑줄 긋기-
여덟 번 종이 울리자 당직을 교대하기 위해 식탁조 사람들은 중앙 승강구로 향했다
조지는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바로 담당 구역으로 향하지 않고
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포문을 힘껏 밀어 올려 빈틈을 만들었다.
조지는 잉크처럼 시커먼 바다에 칼을 내던졌다. 140쪽
버넌은 찬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충격에 머릿속이 마비됐다
살인자가 바다에 몸을 던졌을 것이라는 확신이 뒤집혔다
버넌은 현기증이 났다. 범인이 달아나지도 숨지도 바다에 몸을
던지지도 않았다면 게리는 정말로 인간에게 살해당한 걸까?
죽은 프랑스인 함장의 저주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뇌리를 스쳤다.
325쪽
선미루 갑판에서는 버넌 대위가 경매하는 수병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줄기차게 입찰하는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가슴이 아팠다. 그만큼 유족이 많다는
뜻이니까. 전투에 이겨도 그 뒤에는 수많은 눈물이 남는 걸 생각하면
눈부셔 보였던 승리는 언제나 퇴색된다. 35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