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재공 받은 도서를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호은의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다. 서로 각자의 삶을 잘
살고 있는 듯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아빠의 부탁은 그저 황당하기만 하다.
몇 번 만나보긴 했지만 아직은 어색한 재혼한 아빠의 딸 승지.
아빠는 그런 승지를 전처인 호은이 엄마에게 맡기라 한다.
그리고 떠나버렸다. 언제 온다는 말도 없이. 무슨 이유인지 말도 없이..
..
..
..
스물한 살의 대학생 호은이, 열다섯 살 아빠의 재혼녀의 딸 승지
그리고 마흔다섯에 호은이 엄마.
소설은 이 세 사람을 주 측으로 해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호은의 과거와 부모님의 과거가 순간순간 소환되면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가 소리 없이 드러난다.
상처를 통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을 보게 된다.
제일 어리지만 왠지 승지가 가장 어른스럽다.
전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과 공간에서 승지는 자신만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철없어 보이는 아빠의 마음을 승지는 오롯이 이해한 듯
피 한 방울 썩이지 않은 호은과 호은 엄마에게 참 살갑다.
나 또한 호은의 아빠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의 고통을. 상처를, 그리고 호은 엄마를 향한 믿음을..
자기만의 집.
호은 엄마 윤선은 자신만의 집을 찾아 정착한듯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정말 이들이 원하고 자기만의 집으로 생각하는 곳은
왠지 호은이 외갓집. 윤선의 본가라는 생각에 머문다.
가장 치지고 힘들어 기댈 곳이 필요할 때 윤선도
호은이도 그리고 승지까지 그곳에 잠시 마음을 둔다.
모든 것을 그저 다 받아주고 안아주는 이가 아직은 그곳에 있기에
정말 이들이 원하는 자신만의 집은 아마도 그곳이 아닐까 싶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한 이야기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말없이도 통하는 신뢰를 경함하게 된다.
이들은 아직 자각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호은이 부모님의 관계는 영혼의 단짝 같다.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진짜 자신만의 집을 서로는 모르고 있는듯하다.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우리의 일상이거나 혹은
내 이웃의 일상일 거 같은 이야기 흐름에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이다.
실패한 사랑, 무너진 가족, 성 정처성의 혼란.
아물지 않은 상처 속의 헤맴 등 한 번쯤은 겪었을 일들.
그 일들 속에서 희망을 바라보는 내일.
그렇게 모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밑줄 긋기-
"할 수 있으면 그랬겠죠 자기를 해체하고 재 정비해서 다른 사람인 양 다시 살아야 했어요
하지만 헌영인 할 수 없었던 거예요, 윤선 씨도 배신감을 버리세요
가정이 소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못 했건 거예요 어렵겠지만 누군가 정말로
할 수가 없었던 것에 대해 이해해 보세요. 103쪽
"우린 무언가를 할 때마다 실패도 하고 상처도 입고 후회도 하지 관계가 잘못되어
마음이 무너지지도 해. 사는 동안 몇 번이고 마음이 무너지지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하는 거야." 121쪽
진실은 실은 표면에 드러나 있는데 보지 못할 뿐이라고 한다. 그 많은 진실들을
다 놓쳐버리고 우린 무지와 오해 속을 살아간다. 174쪽
"무엇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타락하는 건 나름대로 또 훌륭한 거야."
아빠가 말했다. "아빤 그래서 타락했어?"
"그래, 엉망진창으로 깨졌지" 아빠의 대답이 너무 통렬해 우린 다 같이 웃고 말았다
저마다 파괴되면서도 지킬만큼 소중한 것이 있는 게 삶이었다.
23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