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벌쓰데이 한국추리문학선 19
양시명 지음 / 책과나무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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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주의]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15번째 생일을 맞은 성재는 눈앞을 가리는 눈과 맞서며

힘겹게 하교를 한다. 부부 싸움을 한 부모님의 화해를

기대하며 들어선 집은 꿈속을 헤매는듯하다.

가면을 쓴 알몸의 남자. 그리고 처참한 부모님의 모습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생일 케이크.

그렇게 성재는 알몸의 남자에게 삶이라는 선물을 받고

꽁꽁 숨기 위해 집안을 뛰쳐 나온다.

성재는 그렇게 부모님을 죽인 살인자가 되어 사라졌다.

..

기억을 잃은 남자 나한. 그리고 나한의 보호자가 된 하윤이

두 사람의 만남은 교통사고로 시작되지만 그 사고로 인해

하윤은 나한을 떠안게 돼버렸다.

다 큰 성인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장 같은 나한이가

하윤은 애처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애처로움은 엉뚱한 곳으로 마음이 바뀌고

하윤이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나한은 그녀의 사랑을 거절하지 못한다.

자신 또한 유부녀인 그녀를 사랑하게 돼버렸으니까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른 체 그녀만이 자신의 유일한 가족이기에

그녀와의 사랑은 멈출 수는 없다.

그렇게 영원히 행복할 줄 만 알았다.

자신이 누군인지 알지 못해도 그럴 줄만 알았다.

.

.이야기의 흐름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마음을 들쑥날쑥하게 한다.

성재의 이야기에 두 주먹 불끈 쥐게 하고

나한의 이야기에 답답한 가슴을 치게 한다.

기억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아니 기억을 봉인할 수밖에 없었던

나한이.. 아니 성재. 그리고 그런 성재를 찾기 위해 경찰이 된

친구 백돌. 죽은 줄만 알았던 형을 뜻밖에 장소에서 보게 된

성재 동생 우재.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그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었던

성재를 알뜰살뜰 챙겨주었던 고물상 할아버지.

그리고 성재의 친부. 어느 누구 하나 주인공이 아닌 이가 없다.

성재에게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하게 하고 성재를 놓아준 범인은

성재에게 말한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잡히면 넌 죽음이야.'라고... 열다섯의 소년 성재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겨우 동생을 고아원에 숨기고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성재는 고백한다

죽고 싶었지만 배고픔이 살게 했노라고. 죽고 싶은데

배고파서 죽지 못하고 살았던 열다섯 성재. 그가 서른이 넘어서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지만 여전히 그는 열다섯에 머물러 있었다.

이이러니한것은 범인의 정체다.

정말 상상 못했던 곳에서 범인이 등장하고 그는 너무도 완벽한

삶을 살아간다. 유 명한 추리소설가로 말이다.

그의 추리소설에 범인은 잡히지 않는다. 단지 범행만

계속될 뿐이다. 자신의 이야기였을까?

잡히지 않고 너무도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소설로

영웅시하고 있었나 보다.

이 소설은 범인을 찾기 위한 여정이나 추리소설이 아니다.

한 소년의 슬프고도 너무도 외로운 삶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삶을 끝내야 할 시작이 된 날은

2016년 10월 26일

촛불 집회 장소이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동생과 형.

그리고 그동한 닫혀있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쥐게 된 날

실제로 누군가의 더러운 협의가 하나둘 드러나고 있던 때

2016년 10월 26일.

그때 비로소 소설 속 성재 부모님을 죽인 범인의 형체도 드러난다.

작가님이 사용한 연도와 날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나둘 진실이 드러날 때 숨죽여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성재와 함께 울었다. 또 함께 웃었다.

.

.

긴박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책을 손에서 쉽게 내려놓지 못하게 한다.

위태로운 로맨스, 추리, 스릴러, 가족애, 우정,

모든 것이 담겨있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이 꽉 차 있는 소설이다.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밑줄 긋기-

열다섯 번째 생일 선물로 살인마는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친절을 베풀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성재를 범인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일 수 있었다는 것을

집에서 도망친 그 순간 부모를 죽인 패륜아가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을.

집에서 나온 그날부터 성재의 하루하루는 생존과의 싸움이었다.

굶주림은 살인자라는 누명보다 더 무서웠다. 149쪽

그날 나를 죽이지 않은 걸 형은 후회할까? 나는 그날 살아남은 나 자신을

평생 원망하고 저주했어. 하지만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때

죽었다면 지금 이런 짜릿한 기분을 느끼진 못했을 테니까 다시 그때로

돌아가 내게 다정했던 형과 놀아볼 생각이야. 기억해 내가 형을 찾아냈고

형이 죽을 차례라는걸. 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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