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이정표 - 제7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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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존경받던 학원 선생님이

살해당했다. 범인은 제자였던 30대 남자.

하지만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사건은 2년이 흐르는 동안

아무런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심지어 범행 동기조차

찾지 못했다. 그리고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진다.

그때쯤 그 남자의 모습이 상상도 못했던 곳에서

살며시 고개를 든다.

..

..

..

[스포 전혀 없음을 위해 스토리 전개는 최소한으로]

농구를 잘하고 싶은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

그리고 농구를 정말 잘하는 전학 온 남자아이.

반찬가게에서 일하는 30대 여자.

2년 전 살인사건을 쫓는 두 명의 형사들.

소설은 이들의 이야기로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는듯하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전혀 알 수 없는 그리고

서로 상관이 없는듯한 길로 독자의 등을 떠민다.

그렇게 마음을 놓고 있을 때 이야기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전환이 된다.

그리고

반전이라기보다 통곡에 가까운 전개의 흐름이 시작된다.

이 이야기를 쓰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작가님의 인터뷰.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그리고 작가님의 마음이 너무도 크게 와닿는다.

책 속에는 다양한 가족이 등장한다.

정말 평범한 가족, 아들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아빠,

이혼한 여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의 부모 등..

그들은 사회 구성원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하며 사는 것 같지만

실상은 힘 있는 자들에게 철저히 짓밟히는 삶을 살고 있다.

모두가 피해자였다. 모두가 가슴에 멍울이 맺혀있다.

사회에 그리고 우리에게 던져주는 질문이 명확한 소설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들이 얼마나 편협하고 미숙한지 깨닫게 되기도 한다.

한번 손에 잡은 책은 쉽게 놓을 수가 없다.

집중력 있게 읽히는 이야기는 끝을 달릴수록 손에 땀을 쥔다.

그리고 그들이 정말 행복해지길 간절히 바라고 바라게 된다.

-밑줄 긋기-

'많은 걸 보고, 잘 담아줘' 문득 남자의 목소리가 몸 안쪽에서 울렸다.

남자가 마지막으로 해준 말. 부드럽고 간질간질하고 목놓아 울고 싶을 만큼

따스한 목소리가 머리를, 가슴을, 등을, 배를 내달려 빠져나갔다.

물속에 뛰어든 것처럼 갑자기 콧속이 찡해졌다. 숨이 잘 안 쉬어져서

헐떡이듯 숨을 들이 마셨다. 내뱉는 목소리가 울음으로 바뀌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4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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