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달에게

두 번째 달에게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2
박미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1월

사고로 기억을 잃은 시은.

그런 시은은 아빠의 노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입학과 편입이 하늘에 별 따기

만큼 어렵다는 국립 영재 고등학교에 전학을 간다.

전학 첫날부터 녹녹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지만

아빠를 실망시킬 수는 없다. 아빠를 위해서

그리고 천재인 오빠를 따라가기 위해서 포기란 없다.

하치만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과 이상한 꿈은

시은을 계속해서 괴롭힌다. 기억을 찾고 싶다.

어느 날 우연히 전에 다니던 학교 학생과 마주치게

되는 시은. 그리고 충격적인 얘기를 듣는다.

..

..

두 개의 달이 떠있는 세계. 하지만

시은의 꿈속에는 한 개의 달만 떠있는 곳이다.

다정하고 멋진 아빠는 늘 꿈속에서는 폭력적인

아빠가 되어있다. 달연구 기지의 시스템 엔지니어

팀장인 엄마는 집에 자주 못 오시지만 기억을 잃어

힘든 시은을 차갑게 대하는 거 같다. 그나마

시은을 챙겨주고 변함없는 사람은 오빠 시후다.

시은이 완성형이길 바라는 아빠.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미술에 재능이 없는데

아빠는 끈질기다. 기억을 잃기 전에 시은은

도대체 어떤 아이였을까? 아빠는 시은에게

바라는 기대가 너무 커서 시은은 늘 버겁다.

이야기는 아빠의 욕심으로 자식을 끊임없이

등 떠미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진다. SF 소설답게

소재는 다양하고 흥미진진하다.

시은의 두통 때문에 약을 먹이는 아빠의 진짜

속마음이 들키기 전까지는 그저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잘못된 부모의 사랑을 그린 듯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거대한 비일 이

숨겨져있고 시은과 시후는 그 비밀에 피해자임과

동시에 행운아이기도 하다.

모든 비밀이 드러날 때 모든 선택은 시은의 몫이다.

두 개의 달이 떠있는 곳과 한 개의 달이 떠있는 곳.

그 어느 곳을 선택하든 시은은 자신을 잃지 않는 곳

진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는다.

아빠의 선택이 아닌 시은의 선택이다.

자식에 대한 삐뚤어진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자신의 입맛대로 자식의 길을 강요하는

것도 결코 자식의 미래를 위함은 아니다.

평행우주라는 소재로 죽은 딸을 잊지 못하고

다른 별에 사는 같은 아이를 데려오는 아빠의

무서운 집착은 집착을 넘어 광기로 변한다.

죽은 딸과 똑같이 되기를 원하는 그의 삶은

이미 딸을 따라 죽은 인생이다.

시은의 아빠는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부모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내 입맛대로 자식의 인생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은 씁쓸하기만 하다.

-밑줄 긋기-

목털 미가 선득 해졌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빠가 내게 만족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

오래 머뭇거리던 오빠가 마침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또 다른 시은이를 데려오겠지." 98쪽

"너는 너 자신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한 것뿐이야. 너는 원래 세계에서 불행했지만,

그걸 참고 견뎠잖아. 그게 너를 단단하게 만든 거라고 생각해. 그런 시간이 있었으니까

전혀 낯선 세계에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아남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던 거 아닐까?

그러니까 너는 가짜가 아니야. 진짜 너로 살아가려고 지금도 있는 힘껏

싸우고 있는 거라고." 214쪽

"오빠, 나는 더 이상 거짓말하고, 사람들에게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아.

진짜 내 삶을 살고 싶어. 그게 지옥 같다면, 그것도 감수할래. 이제야 알았어.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세계를 바꿀 게 아니라 날 바꿔야 한다는 걸."2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