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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선 - 뱃님 오시는 날
요시무라 아키라 지음, 송영경 옮김 / 북로드 / 2025년 1월
평점 :
작은 어촌마을. 늘 가난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끼니 걱정이
멈추지 않는 그들이다. 고기를 잡고 소금을 구워 이웃 마을에 팔아서
마을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에게 유일한 동아줄 뱃님이 있으니
그들은 자신들의 식량을 채워줄 뱃님을 간절히 기다리며
전통처럼 이어져 내려온 의식을 겨울이면 어김없이 행한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뱃님이 7년 만에 왔다.
행복을 싣고 그리고 죽음을 싣고.....
..
..
섬뜩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너무 슬프다.
누군가는 자업자득이라 할지 모르겠다.
이들의 비 인격적인 행동에 잘잘못을 따지려 들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그릇됐는지 깨닫지 못하는 이들의
생각과 행동에 소름이 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고 변화를 싫어한다.
그곳이 고립되어 있는 작은 섬마을이라면 더 그렇다.
예로부터 내려온 삶의 방식. 풍요롭게 살기 위해
아니 내 가족을 굶기지 않기 위해 전해내려온 풍습을
과감히 버리지 못하는 어촌 마을 사람들의 삶은
비겁하지만 너무도 슬픈 삶이다.
결국은 그들의 잘못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는지
비극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그들이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는
뱃님이 되어 마을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렇게 지키고 싶어 했던 가족을 지키지 못하게 되고
절대 떠나지 못할 마을을 두고 떠나야 되는 일들이 생긴다.
왜 그토록 가난하고 아무런 소망이 없는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내 다음 세대를 위해 왜 어른들은 묵힌 것을 깨버리지 못하고
가난하고 고달픈 인생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있는 걸까?
더 나은 곳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들의 삶이 답답하지만
결국은 이들의 모습은 지금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습이기도 하다.
잘못된 방식으로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을 지키고
잘못된 신념으로 나 자신만이 아닌 가족까지 힘들게 하고
용기 없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다.
두려움에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하는 나와 당신의 모습이다.
섬뜩하지만 슬픈 '파선'
이 소설이 던져주는 질문은 수없이 많은 생각으로
우리 삶에 스미듯 영향을 줄 것이다.
안개가 자욱하지만 스산함이 아닌 묘한 매력이 넘치는 소설이다.
안개 넘어 무엇이 있을지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이 넘치는 소설이다.
조금 더 특별한 미스터리 스릴러를 찾는다면 이 소설을 놓치지 마시길..
-밑줄 긋기-
마을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바다 저편으로 떠났다가 때가 되면 돌아와
마을 여자의 자궁에 머문다고 한다. 영혼은 마을 외에 돌아갈 곳이 없다.
축복이 악행으로 여겨지는, 제 마을과는 관습이 다른 땅으로 돌아가면
그저 당황스러울 것이다. 앞으로 가정을 이루면 어쩔 수 없이 소금 따위를
팔러 이웃 마을에 갈 수밖에 없겠으나 되도록이면 이 마을에 있고 싶다
반듯한 질서가 존재하는 마을에 살고 싶다. 15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