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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온 시간은 전부 내 힘이었다
신하영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1월
평점 :
-주인장의 초대장-
이 책은 저의 낡은 가게이고 독자님은 이곳에 오신 손님이에요
빌딩 숲에 숨이 컥컥 막혀올 때 불안에 오한이 서려 올 때 여기로 찾아오세요
숨을 쉴 수 있는 아가미를 만들어 드릴게요.
상실을 겪었을 때도, 행복한 일이 있을 때도 여기에 찾아오세요
말하기 어색하면 제 이야기를 먼저 들려드릴게요.
그렇게 잔잔한 우정을 쌓아가 봐요. 그러다 보면 당신도 알게 될 겁니다
고되어도 인생은 아름답다는 걸 그제야 삶의 풍경이 보일 겁니다
찬란하고 눈부실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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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시작인 작가님의 '시작하며'글은 이 책에 대한 편안함을 안겨준다.
그렇게 작가님의 초대에 응하고 한 장 한 장 펼쳐보며 눈에 들어온
문장들은 잔잔하지만 큰 힘이 되고 감동이 된다.
그동안 버텨온 시간들은 오롯이 내 힘이었고
그런 나를 사랑해 주는 누군가가 있으며
질기고 억세게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때
아직 우리가 살지 않은 아름다운 날들을 다시 꿈꿀 수가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내 얘기 같고 나한테 하는 말 같을 때
더 공감하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에세이가 주는 힘이다.
때로는 너무 감정적이어서 마음을 더 지치게 하는 에세이도 있지만
이 에세이는 힘차다. 간결하고 명확하다. 차가울 거 같지만 다정하다.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에세이를 추천한다.
좀 더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당신은 지금 그대로도 충분하다.
-밑줄 긋기-
태어나서 산다는 말을 좋아한다 왜 사는지를 곱씹다 보면 인간은 금방 우울에 빠진다
사는데 휘황찬란한 수식어를 붙이는 것만큼 피로한 게 없다. 태어난 김에
세계 일주를 하듯 태어난 김에 행복하게 사는 거 아닌가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같은 생각도 마찬가지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으니까
하는 거지 세상에 이유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좋은 게 좋은 것,
과한 의미 부여는 모든 걸 덧없이 만든다. 62쪽
당신은 귀찮음의 묘미를 기억하는가 사랑과 취미 그리고 일상을
은은하게 음미하던 때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디지털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지만
아직 아날로그는 죽지 않았다. 꼭꼭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음식처럼 가끔은
느리게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있으니 결과보단 과정에 눈길을 돌려보면 어떨까?
좋아하던 것은 기다림마저 즐거웠음을. 가끔은 세상의 속도에서 벗어나 느림의
미학을 느껴보길 바란다. 92쪽
사랑하는 사람을 마주하면 막혔던 숨이 탁 트이곤 한다. 연인은 나에게
숲이자 공기이며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인생의 조력자다 그러니 사랑 앞에서
만큼은 어른인 척, 강인한 척하지 않아도 된다
그 순간만큼은 나로 존재하길 바라며. 2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