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
탁동철 지음, 나오미양 그림 / 양철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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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잘하는 아이 장호.

하지만 그런 장호의 걸림돌은 장호를 괴롭히는 친구가 아니다.

장호를 보호하고 보듬어줘야 하는 어른이다.

그런 장호가 세상과 담을 쌓고 할아버지 집으로 돌아간다.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 주고 이 껴주었던 할아버지에게로

장호는 그곳에서 다시 서기를 해본다.

..

..

아이들은 계속 계속 자란다.

좋은 영양분을 먹고 자라기도 하지만 썩은 것을

먹고 자라기도 한다. 어떻게든 아이들은 자란다.

하지만 어른은 멈춰있다.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멈춰있다.

그런 어른들을 위한 이 소설은 멈춰있던 어른을 깨운다.

그리고 한 발짝 나가게 한다.

청소년 소설은 어른을 자라게 한다.

장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끊임없이 생각하며 나를 돌아본다. 그리고 다짐한다.

삼태기골 작은 마을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어야지'

'할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나이를 먹어야지' 하면서...

장호의 걸림돌이 어른이기도 하지만

장호의 거울이 어른이기도 하듯이 나도 좋은 거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쓸모없는 놈, 재수 없는 놈, 짐만 되는 놈 장호가 아닌

잘하는 게 많은 아이, 의리 있고 특별한 아이 장호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이 이야기는 너무 아름답고 귀하다.

아이들이 읽기 전에 부모가, 어른이 먼저 읽어야 하는 동화다.

읽다 보면 어느새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 것이고

나의 어린 시절로 잠시 데려다줄 것이다. 그리고

산 골 짜리 삼태기 마을 아이들에게서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아이를 위한 진짜 어른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밑줄 긋기-

구덩이를 내려다보며 내 속에 있다는 구덩이를 생각했다. 할아버지 말로는

빗물에 바닥 파이듯 사람 마음에도 구덩이가 있는데 좋은 것들이 갑자기

빠져나갔을 때 생가는 거라고, 자기 구덩이에 자기가 빠질 수도 있다고 했다

'나 같은 것, 나 같은 것' 하며 스스로 후벼 파서 깊어진 구덩이니까

스스로 채워야 한다는데 어떻게 채울지 모르겠다. 56쪽

말들이 둥둥 다가와 가슴을 휘저었다. 목소리들이 퐁당 퐁당

돌멩이 던지듯 들어와 내 속에 박혀있던 것들과 다투었다.

'장호는 나빠, 묶인 개처럼 화를 잘 내'

'아니야 장호는 감각이 있어'

'귀신처럼 남을 원망해. 뱀처럼 흘깃흘깃 눈치를 봐'

'아니야 대단한 아이야'

'너 같은 아이는 둔 적 없어'

'아니야 세상에도 나도 있어'

'블랙홀처럼 지치게 만들어. 자기만 알아'

'아니야 장호는 특별해

95~96쪽

비료 포대를 높이 들고 언덕을 향해 손 흔들었다. 내가 내려온 자리로

한서가 내려왔다. 눈이가 내려오고 유안이가 내려왔다.

내려올수록 빤질빤질 다져지니까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어쩌다 보니 생긴 길인데 원래부터 있었던 길처럼 자연스러웠다.

시작은 우연인데 우연이 쌓이고 쌓여 결국은 진짜 길이 되었다.

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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