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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오가와 사토시 지음, 최현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월
평점 :
여섯 개의 연작 단편집이다.
단편소설이라고 하지만 작가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는 산문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은 느낌도 준다.
작가의 실제 이야기인가? 아니면 소설인가?라는 질문에
책을 다 읽었어도 쉽게 답을 낼 수가 없다.
분명 소설이라고 쓰여있지만 작가님의 실제 이야기가
바탕이 돼서 완성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기도 하고
소설가의 말 못 할 고충을 글로 대신해서 써놓을 것 같기도 해서
소설인지 실제 이야기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하지만 참 독특하고 신선한 소설임은 틀림없다.
첫 번째 이야기 '프롤로그'
물 흐르듯 그냥 살아온 오가와 씨는 직장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력서를 준비한다. 하지만 이력서를 준비하면서
자신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이 왜 직장을 구해야 하는지
나를 어떻게 포장해야 하는지 딜레마에 빠져버린다.
그때 여자친구가 소설을 쓴다는 생각으로 자신에 대해 써보라고 한다.
그게 계기가 됐을까? 오가와 씨는 결국 취직하는 걸 포기하고
소설가가 되기로 한다. 그렇게 오가와 씨는 소설을 쓰면서 살아가게 된다.
다음 이야기도 오가와 씨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친구들과의 에피소드와 만화가의 이중적인 모습
그리고 잘나가던 친구의 거짓 인생까지 모든 글이 오가와 씨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고 오가와 씨의 생각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여섯 가지 이야기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건
두 번째 이야기인 '3월 10일'이다.
오가와 씨는 2011년 3월 11일에 있었던 일본 대지진에 대해 이야기하며
일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3월 11일의 일을 기억한다고 한다.
그날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말이다.
하지만 정작 하루 전인 3월 10일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없다.
그렇게 오가와 씨는 3월 10일의 기억을 되짚는다.
이 이야기를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4월 16일이 떠오를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10년도 더 된 날이지만 신기하게
나도 그날의 나의 일상을 기억한다.
당장 일주일 전의 일도 기억하기 쉽지 않은데 10년이 넘은 그날은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두 번째 이야기는
너무 공감되면서 전날의 기억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오가와 씨가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소설가의 다양한 시선에서 일상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하여' 소설은 소설의 또 다른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기존의 뻔한 소설에 싫증을 느낀 이들이 있다면 이 소설을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밑줄 긋기-
"소설이요 여태까지 수없이 읽어 왔잖아요 입사지원서에 소설을 쓰면 되는 겁니다.
구직 활동은 소설이에요 당신은 소설의 등장인물입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거짓이어도 상관 없어요 진실을 쓰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프롤로그 중-
망각 이라는 현상은 불가사의하다 우리가 '잊었다'라고 말 할때 많은 경우 우리는
완전히 잊은게 아니다 잊었다는 것은 어떤 기억의 부재를 주장하는 것인데
어떤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는 건 기억하는 것이다. 즉 '망각'이란 한편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는 '잊어버렸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전날에 외식하러 가서 피자를 먹은것도 '잊어버렸다'가 아니라
'모른다' 라고 말한다. -3월10일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