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죽음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 어느 응급실 의사의 삶에 관한 기록
파존 A. 나비 지음, 이문영 옮김 / 사람의집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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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것이 익숙해질 수 있을까?

옆에서 자주 본다고 무뎌질 수 있을까?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것을 고민하며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고민 없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은 그 어떤 형태로든 익숙해질 수 없다고 말이다.

책의 저자는 응급실 의사다.

의사라고 해서 죽음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일반 병실이나 외래 진찰실에서는 죽음을 맞닥뜨리는

상황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응급실은 언제나 전쟁 중이다.

저자 역시 응급실에서 마주친 한 중년 여자의

죽음으로부터 이 책은 시작이 된다.

갑작스러운 두통과 구토.

응급차에서부터 처치가 시작됐지만 이미 숨은 멎은 상태.

하지만 병원에서는 더 긴박하게 움직이며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여인의 몸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애를 써야만 한다. 결국은 그의 죽음을

가족에게 알리고 의사는 사망원인을 기록해야 한다.

그 중년 여인의 사망으로 시작된 저자의 삶의 기록은

다양한 환자와 죽음 그리고 함께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나간다.

그리고 늘 한결같이 죽음이 던져 주는 숙재에

다시 제자리걸음이다.

그래서 저자는 곤혹스러운 순간을 마주칠 때마다

자신이 했던 반응들을 생각하며 책을 써 내려갔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우리의 일상은 의미심장하고 심오하니

매 순간 속도를 늦춰 자세히 들여다보길 권하고 있다.

죽음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니 말이다,

매 순간을 소중히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인듯하다.

죽음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온다.

그러니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은 필요한 거 같다.

죽음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무서운 게 아니다.

익숙해지지 않는 주제지만 우리는 늘 죽음을 이야기해야 한다.

응급실 의사가 말하는 죽음. 그가 마주친 죽음들.

그리고 응급실 근무의 실상들.

우리가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기록해 놓은

책이다. 외국의 의료 상황과 응급실에서의 긴박한 삶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길 추천한다.

-밑줄 긋기-

우리는 죽음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을 피한다

아침 출근길에 자주 보지만 한 번도 말을 걸어 본 적이 없는

어떤 승객처럼 죽음은 낯익은 얼굴인 동시에 먼 이방인이다.

137쪽

사망과 가벼운 질병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것은 우리 일의 주된 요소이지만

나는 그 감정에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다. 몇 초전에 다른 환자가 마지막 숨을

쉬었는데 콧물이 나는 환자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153쪽

인생은 날것이며 취약하고 아름답다 종종 인생은 불쾌하다

우리가 그렇게 느낀다면 박물관에서 조각품을 다루듯이 이 불쾌한 삶의

조각들을 다루어야 한다 우리는 삶을 점검하고 시간을 들여 삶을 모든 각도에서

분석하며 모든 빛줄기가 삶의 다양한 표면에 각각 어떻게 비추는지 헤아려야 한다

우리는 한 관점에서 평범해 보일 수 있는 것이 다른 관점에서는 특별할 수 있음을

알게 될지 모른다.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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