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한 하루에 안도하게 됐어
라비니야 지음 / 애플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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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가만 조용히 들려주는

에세이 같은 소설이다.

-은실-

맏 딸이 지어야 할 짐의 무게는 얼마쯤일까?

아버지의 부재, 동생의 뒷바라지

그리고 자신의 삶은 언제나 뒷 순위.

그러다 지친 은실의 한마디는 가시가 되어 동생을

찌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닌데 말이다.

힘겹게 버틴 직장에서조차 편하게 숨을

쉬지 못하는 은실의 하루하루는 살기 위해

그저 버틴다는 말이 어울리는 삶이다.

-성은-

화목하고 완벽해 보이는 가족이지만 아버지의 사고로

어딘가 모르게 구멍이 뚫려버려 도망치듯 독립을 한다.

무슨 일이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하는

성은은 은실에게나 은주에게나 달달한 사탕 같은 사람이다.

언젠가는 다 녹아버려 없어질 사탕이지만

그래도 참고 견디면 달달한 맛은 오래 느낄 수 있는

성은의 삶은 위태위태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성은은 오늘도 다시 일어선다.

-은주-

꿈이 있고 희망이 있었던 날들이었지만

어느 순간 하나하나 무너지기 시작한다.

엄마에게 그리고 언니에게 짐이 되어버린 자신에게

화가 나서 떳떳하게 나서고 싶은 마음에 연락을 끊어버린다.

하지만 남자친구보다 자신을 이해해 주고

안아주고 받아줄 사람은 언니뿐이다.

-치열하지만 무탈한 하루하루-

글 소개를 에세이 같은 소설이라고 말했듯이 이 소설은

정말 에세이를 읽는 듯하다. 에세이를 주로 쓰시던 작가님이시라 그런지

작가님만의 섬세한 감정들이 소설이 되어 조근조근 말을 걸어오는듯하다.

뭔가 판타지적이고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혹은 설렘 가득

두든 거림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 삶 자체가 충분히 넘치도록

판타지적이고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설렘 하는 삶이기에

이 소설이 주는 감정과 공감은 엄청나게 크게 다가온다.

은주의 삶이 성은의 삶이 그리고 은주의 삶이 지금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무탈하게 하루를 보낸다는 게 얼마나 큰 감사인지 얼마나 큰 행복인지

이들의 삶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은실, 성은, 은주 그리고 내 삶이 무탈하길...

.

나에게 말하듯 조금은 차분한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밑줄 긋기-

소박한 꽃이라 해서 피어나는 노력이 덜한 건 아니야 오히려

척박한 조건에서 평범하게 피어나기 위해선 부단히 노력이 있어야 할지도 몰라.

특히 흰민들레는 온도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데다 무지 비하게 채취하는 손길로 인해

보기 어렵거든 그러니 더 귀할 수밖에. 열악한 조건에서도 자리를 지켜낸 건

제 몫에 맞게 잘 피어난 꽃 같은 일이야. 130쪽

'솔직함'은 선을 넘는 무례함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런 말은

일찌감치 차단하고 싶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널 생각해서 말하는 건데'

라는 문장 뒤에 오는 조언은 상대의 상태나 관계의 깊이는 안중에도

없이 일방적으로 늘어놓는 말들인 경우가 많았다. 203쪽

바쁠 때 끼니 거르면 안 되는 것처럼 지칠 땐 쉼이 될 만한 책을 곁에

허락해두는 것도 좋을 거야. 어쩌면 우연하게 펼친 어던 페이지가

너한테 위로가 될지도 몰라. 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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