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지 꽤 됐음에도 리뷰를 아껴두었던 시간은 그만한 시간만큼 여운이 강렬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먹먹했다.역시 구병모 작가님은 단편보다 장편이 그 맛이 산다.혹자들은 작가의 만연체 또는 어휘가 이해하기 불편하고 현학적이라 할 수 있겠으나 결코 현학적이라 할 수 없는 게 사물의 이름을 정확하게 명명하고 장면을 자세히 묘사해야 생생하게 영상처럼 틀어지는 연출이 있으며 철학적인 고찰이 반복되어 의도가 전달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친절하고도 다정한 남주도 없겠거니와 비참하게도 사랑받는 여주도 없겠다.. 그래도 그 끝이 쭉 일관되게 사랑받는 쪽이었어서 다행이었지만 그 끝이 절룩이며 아스라히 페이드 아웃되는 장면이 90년대 뮤비같은 느낌이라 아련했다. 상처없이 이루어지는 사랑이 있냐는 작가의 말에 격감하며 또 어차피 우리는 오해할 수밖에 없는 각각의 단일 개체임에도 좋은 쪽으로 이해하며 의지하고 싶은 유약한 존재라는 것에 그냥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판타지인데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이어서 (나에게는),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