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의 역설 - 반성을 시키면 범죄자가 된다
오카모토 시게키 지음, 조민정 옮김 / 유아이북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당신은 스물하나, 대학교 2학년이다. 원하던 전공이 아니라 수업에는 흥미를 잃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다. 하숙집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부모의 간섭도 없다. 술집에서 알바를 하면서 자연스레 같은 알바생들과 친해졌고 어느 날 한 친구가 대마초를 권유했다. 당신은 몇 번을 거절했지만 친구의 미움을 살까봐 대마초 봉지를 받아들고 집에서 피워보았다. 하지만 기분이 좋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나빠져서 그 이후 손도 대지 않았다. 대마초 봉지는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다. 그 일도 서서히 잊혀질 즈음, 당신의 하숙집으로 형사가 찾아왔다. 당신은 형사에게 연행되어 지금 경찰차 안에 앉아있다. 지금 어떤 기분이 드는가?

당신은 반성보다 후회나 기타 다른 생각이 들 것이다. 아마 친구를 원망할 수도 있고 재수가 없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이렇듯 나쁜 짓을 한 후 들켰을 때 인간의 심리는 반성과는 거리가 멀다.

반성을 시키면 범죄자가 된다. <반성의 역설>의 도발적인 부제이다. 책에서는 문제 행동을 저질렀을 때 반성을 강요하면 훗날 더 큰 문제 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수형자의 개인상담과 갱생을 돕는 범죄 심리 전문가이다. 오랜 시간 교도소에서 상담을 한 경험이 이론화되어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대부분의 수형자는 거의 예외 없이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다. 부모의 학대와 이혼, 왕따, 가난 등 예를 들자면 끝도 없다. 요컨대 수형자는 부모(혹은 양육자)로부터 사랑받은 경험이 거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가해자인 그들도 `피해자`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남을 죽이거나 마약에 손을 대는 행동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형자의 갱생을 지원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수형자의 마음속 `피해의식`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피해자 시점 교육이 수형자의 피해의식을 더욱 억누르는 행위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 141쪽

따라서 갱생 교육은 가해자 시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과거를 통해 범죄 행위로 이어진 내면의 문제를 이해시켜야 마음 속 깊은 곳의 부정적 감정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표출하고 나면 피해자의 심적 고통 또한 진심으로 느낄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반성은 누가 가르쳐주거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기 내면을 직시한 결과 나오는 것이다.

흉악범이 검거되는 장면을 TV를 통해 종종 보게된다. 범죄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반성한다˝는 말을 남긴다. 우리는 TV를 보면서 그 말의 진실성을 의심 해본다. 소위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범죄자를 대할 때는 인간이 아닌 짐승으로 빗대어 욕하기도 한다. 그들도 피해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책의 주장은 일반 상식 선에서의 저항감이 들기도 한다. 저자의 경험적 내용에 심리학적인 실험과 논증이 이론으로 버무려졌다면 좀더 설득력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