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의 날들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하게 흘러가던 하루. 갑자기 발생한 열차 탈선 사고로 인해 누군가에게 그 날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느닷없이 세상을 떠나버린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보내주어야만 하는 남겨진 사람들.

갑자기 찾아온 불의의 사고는 남겨진 이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조차 허락해주지 않았다. 파랗던 하늘은 그 날 이후로 잿빛으로 변해버렸고, 평온하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약혼자를 가슴에 묻은 여자, 아버지를 떠나 보낸 아들,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잃은 한 소년 그리고 이 사고의 피의자로 지목된 사고 열차 기관사의 아내에 대해 총 네 가지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전개된다.

.

.

.

남겨진 이들은 떠난 이들을 그리워하며 추억을 되새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처 몰랐던 여러 사실들을 알게 된다.

지옥 같은 슬픔은 남겨진 자들의 몫이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넋이 나간 채로 하루 하루 보내던 도중 믿기 힘든 소문을 접하게 된다. 바로 니시유이가하마역에 가면 이 불의의 사고로 전복된 열차가 유령 열차처럼 운행이 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역을 찾는 사람들은 그 곳에서 유령 열차의 실체를 확인하게 되고, 어느새 등 뒤에 나타난 유령은 열차에 탑승하는 대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 네 가지를 일러준다.

하나,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다.

, 피해자에게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 열차가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기 전에 어딘가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사고를 당해 죽는다.

,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만일 열차가 탈선하기 전에 피해자를 하차시키려고 한다면 원래 현실로 돌아올 것이다.

이렇게 남겨진 이들에게 주어진 단 한번의 기회.’

떠난 이들과 만날 수 있는 마지막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이 주어진다.

만약 내게도 아버지를 다시 뵐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 지 상상해보기도 했는데 도무지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 지 쉬이 떠오르질 않았다.

.

.

.

함께 있을 때는 익숙함에 가려져 그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들. 비단 사람뿐 아니라 수많은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고 살아간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매일, 그 속에 숨어있는 감사한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시켜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을 선사한다.

오늘 내게 주어진 이 평범한 하루가, 메시지와 전화로 일상의 안부를 묻고, 퇴근 후 시시콜콜한 그 날의 일과에 대해 나누는 나의 가족이, 현재 살아가고 있는 내 삶 속의 얼마나 많은 것들이 아름답고 또 감사한 것인지 잊지 말아야겠다는 여운이 책을 덮은 뒤에도 한참 머릿속에 맴돌았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어가 삶이 될 때 -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김미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어란 무엇인가? 삶에 있어 언어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얼마만큼의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었다. 물론 저자의 경우 언어라는 것에 대해 더 특별한 감정과 가치관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지만, 그녀가 말하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의 삶에도 분명 적용되는 것들이었다.

저자는 새 나라에서 새 언어로 삶을 꾸려나가며, 응용언어학 박사, 일본 대학의 교수, 비원어민 영어 교수자, 일본어 학습자, 90년생 여성 등 여러 위치에 있다 보니 다양한 상황을 마주할 수 있었다. 덕분에 언어란 배우는 학습자의 상황이나 주어진 환경, 그리고 계기에 따라 같은 언어라도 학습의 난이도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일상에서 가장 기존적인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을 때 겪게 되는 무수한 상황들을 피부로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여러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다른 이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저자에게 귀중한 자산이 되었다.

언어는 사회, 정체성, 권력, 차별과 똑 떨어진 진공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가 서 있는 자리는 어디인지, 내가 서 있는 자리는 어디인지 생각해 보자. 선 자리에 따라 풍경도 변한다. 내가 보는 풍경과 상대가 보는 풍경은 전혀 같지 않을 수도 있다.

내 경우엔 맡고 있는 업무의 특성 상 그리고 진급할 때나 회사에서 제공하는 각 종 프로그램에 지원할 때 가산점을 받기 위해서 영어에 대한 관심을 놓고 지낼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회사 기준으로 어학 능력을 인정해주는 오픽(OPIC)등급이 늘 필요했고, 지난 해 운이 좋게도 AL등급을 취득했을 때 큰 성취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던 기억이 있다. 뒤돌아보면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참 다양한 접근방식을 시도했던 것 같다. 학원도 다녀보고, 유튜브나 학습 어플도 사용해 보고, 미드를 보기도 하고, 회사의 교육과정에 입과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 특히 어플을 통해 사귄 외국인 친구들과 실제로 만나 자연스럽게 놀면서 대화를 나눴던 게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어느 정도 회화가 가능한 상태라면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다. 실제 대화를 하다가 막히는 표현들을 바로 찾아보고 말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평소 자주 사용할만한 표현들 위주로 선별하게 되고, 원어민에게 발음교정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고, 이렇게 특별한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은 더 오래 기억에 남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 외국어로 말하는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 2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한글과 다른 언어 체계로 인해 놀라는 경우를 종종 경험했을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던 표현들이지만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친구한테 별안간 질문을 받으면 그때서야 아 그러고 보니 이건 왜 이렇게 사용하지?’라고 그때서야 의문을 갖게 되는 것들이 왕왕 있다. 그리고 각 언어마다 특이한 규칙들이 있다. 중국어는 성조가 다양하다든지, 영어는 부정의문문으로 물어보면 YES, NO를 신경써서 대답해야 한다든지, 일본어의 경우 듣는 상대방에 따라 를 지칭하는 표현이 다양하다든지 하는 것들은 그 언어를 공부해야만 비로소 의문을 갖게 되는 것들이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시간이 흐를 동안 애쓴 내가 해결해 주는 거지, 가만히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한다면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

.

.

이 책을 보니 예전에 읽었던 시 한편이 떠올랐다.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생략)

이 작품이 떠올랐던 이유는 아마도 언어를 배운다는 것 역시 단순히 의사 소통의 수단을 배운다는 개념을 넘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더 나아가 그 나라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생활 및 의식 수준과 같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수많은 부분들이 함께 엮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

.

.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또 다른 하나의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전고운 외 지음 / 유선사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쓰다’라는 행위에 대해 흠모와 환멸의 감정을 동시에 품고있는 9명의 작가들의 언어로서, ‘쓰는 행위’에 관한 자신만의 생각들을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다. 9인 9색의 이야기는 마치 잘 차려진 9첩 반상과 같아서 색감과 그 맛이 각가지로 매력을 뽐낸다..
.
.
.
사람들은 은연 중에 글을 쓰는 사람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커피와 차에 대해선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유독 민감한 오감 덕분에 늘 고집하는 섬유유연제나 바디 샴푸가 정해져 있을 것만 같은 이미지 말이다. 왜인지 모르게 작가라는 타이틀이 불러일으키는 경외심이 있고, 동시에 상상되는 편집적 성향이 있다.

번뜩 떠오른 영감이 이야기를 멈출 새라 서둘러 노트북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토해내듯 글을 쏟아내는 모습. 마치 접신한 듯 쉼없이 달려 마침표까지 찍어버리고 나서는 영혼을 모두 불태워버렸다는 듯 그 자리에 풀썩 쓰러져 그대로 잠들어 버리는 악마의 재능충. (‘충’이란 표현대신 더 맛깔나는 표현을 찾지 못한 무능력함을 용서해주소서..)

그러나 이 책에선 그런 환상들을 제대로 깨부수기로 마음 먹은 듯 창작의 고통 속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그 민낯들을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죽어도 글을 쓰기 싫은 이유와 그럼에도 다시 무언가를 적는 이들의 삶은 매일 스스로와 타협점에서 대치한다. 정해진 기한에 쫓기며 스트레스를 받고, 때론 ‘에라 모르겠다’싶어 외면하다가 그런 자신의 무책임함에 자책하고, 하루 왠 종일 씨름하다가 급기야 알몸의 형태로 돌아가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듯 어두컴컴한 감정의 심연 속으로 침잠하는 이 괴로운 굴레를 반복한다.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복잡한 고민들을 정신없이 쫓다 보면 결국 아주 원초적인 질문과 다시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때론 자신의 자질을 의심하고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던 그 원점까지도 부정하게 된다. 그러나 숨막힐 듯한 수세에 몰린 그 상황에서 끝끝내 고통과 맞바꿔 얻어낸 글들은 마치 보상이라도 하듯 그 이야기의 쫀쫀함과 깊이가 소름끼칠만큼 훌륭하다.
.
.
.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내기 위해, 머릿속에 얼기설기 얽혀있는 생각과 감정들을 실타래 풀 듯이 글자로 풀어 내기 위해, 옮긴 글자가 거슬리지 않고 매끄럽게 읽히도록 만들기 위해, 그 과정에서 보탬이나 빠짐이 없이 처음 머릿속에 있던 그 느낌 그대로이기 위해 얼마나 고뇌했을까.
.
.
.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유유히 물 위를 떠다니는 백조에게 수면 아래서 쉴 새없이 버둥거리는 다리 짓이 숨겨져 있다고 한들 고귀하고 영롱한 그 모습이 거짓이 되는 것이 아니다. 수면 위와 수면 아래 모두 진실일 뿐이다. 가려져있던 모습 마저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우리는 쓸 때 가장 솔직하고, 고독하며 그리고 행복하다.”
.
.
.
왜 댓글은 달고 글은 쓸까?
(이 놈의 엉뚱한 생각이 또 치고 들어온다.)

달고 쓰고 차이는 어디서 올까? ‘책임감’에서 올까? 아니면 진심? 시간?

글이라는 게 이렇게 쓰디 쓸 줄 알았다면 표현이라도 좀 달달하게 ‘글을 달다’라고 정해 놓았으면 조금은 나았으려나.

이 책의 작가들의 글을 쓰기 위해서 마치 착즙하듯이 자신을 쥐어짜는 걸 보니 ‘글을 짜다’는 어떨까 싶기도 했다.


끝.

쓰지 않은 글을 쓴 글보다 사랑하기는 쉽다. 쓰지 않은 글은 아직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지 않은 글의 매력이란 숫자에 0을 곱하는 일과 같다. 아무리 큰 숫자를 가져다 대도 셈의 결과는 0말곤느 없다. 뭐든 써야 뭐든 된다.

누군가에게 나는 노래하는 사람, 영화하는 사람, 만화 그리는 사람 혹은 어쩌고저꺼고일 테지만 결국 모든 것은 다 ‘이야기’이고, 이 이야기들은 연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생각, 내가 만드는 것들이 언젠가는 다 이어질 거라고.

글과 나 사이에 차가운 강이 흐른다. 글로 가기 위해서는 그 차가운 강을 맨몸으로 건너야 한다. 입고 있던 옷을 다 벗어두고, 신발도 벗고 헤엄쳐 가야만 글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 결코 죽지는 않는다.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있을 뿐이지만, 제정신으로는 누가 그 고통을 반복하고 싶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 가난은 일상이지만 인생은 로큰롤 하게!
강이랑 지음 / 좋은생각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삶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중에 마침 일본에서 어린이 문학을 전문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되어 그곳에서 동서양의 그림책과 동화책, 청소년 문학부터 옛이야기, 어린이 심리, 창작 등 어린이 문학 전반을 공부했다.

.

.

.

이 책은 저자의 눈으로 통해 바라본 세상과 그것을 받아드리는 생각과 해석이 담겨있다.


단언컨대 저자의 시선은 너무나 매력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장을 넘기며,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그녀의 시선에 이건 또 어떻게 보일지 저건 또 어떻게 보일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그만큼 신선한 안목을 가진 이 사람과 이 사람이 그동안 경험해온 이야기에 점점 더 관심이 기운다.

.

.

.

어린이 문학을 연구하고, 동화를 쓰기 때문일까?


어린 아이의 눈 높이에 맞춰 세상을 바라보고자 노력한 덕분인지 여전히 순수하고 맑은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가 전하는 많은 이야기들은 높은 곳 보다는 낮은 곳을 향하고 있었고, 열정이나 목표의식과 같은 것들 대신 겸손과 감사, 배려와 이해, 나눔과 기다림 등과 같은 안정적인 선을 그려내고 있는 듯 하다.


달래, 도시락, 씨앗, 여주, 들판, 들풀, 고양이 그리고 아이들

뛰어난 관찰력과 동심의 해석을 통해 나른한 분위기 가운데 전개되는 저자의 이야기는 대부분 땅과 더 가깝게 닿아 있다.

.

.

.

꿈과 희망을 노래하고, 아름다움과 여유를 바라볼 줄 아는 존재이기에 고단할 수 있는 그의 하루는 오늘도 평온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따듯하고 온화한 그 흐름을 따라 그의 내일이 다가올 것이다.

.

.

.

책 후반 실린 부록에는 저자가 번역한 일본의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 가족>이라는 책 내용 중 '로큰롤 한 기분'에 대해 해석하는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로큰롤'하면 저자는 가장 먼저 열정, 자유, 순수, 신념을 지닌 삶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나의 느낌은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답게 살아가는 저자의 순수하고 신념있는 모습이 바로 '로큰롤' 그 자체였다.


'로큰롤한 저자'의 걸음을 어느 곳을 향하든 그 길에는 소소한 행복과 감사가 가득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난은 일상이지만 인생은 로큰롤 하게!

나눠도 더 가난해지지 않는 삶에 대하여



끝.

‘몸속을 물이 흘러간다.‘

‘몸 안에 물이 흘러내린다.‘

‘몸 안을 물이 흐른다.‘



함께 모아 비교해 보니 단어마다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한 명이 ‘물이 흐른다.’라는 표현이 담백하고 사실적이어서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조사를 바꿔 보고, 다른 단어들도 다시 살펴보며 의견을 나눈 끝에 ‘몸 속으로 물이 흐른다.’로 번역했다.

어른으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지는 못한다. 다만 나는 아이의 좋은 특성과 어른의 좋은 특성을 알 뿐이다. 그것을 내 것으로 가져와 때로는 아이처럼 유연하고 탄력 있게, 때로는 어른처럼 단단하게 사람들과 대면하려 한다. 무엇보다 잘못된 행동을 하는 이에게 "안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두루뭉술하고 선한 열 마디 말보다 "그러면 안 된다."라는 한마디가 더 어렵고 힘들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른으로 사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어른처럼 산다는 것이 아이처럼 산다는 말의 반대말은 아니다. 그러니 평소에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지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내 안의 아이를, 때로는 어른을 꺼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아끼는 대신 더 벌기로 했다 - N잡 워킹맘의 수익형 블로그 만들기
율마(오애진) 지음 / 경이로움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정부지로 치솟아 버린 주택 가격, 역대급 물가 상승률, 이제 초입에 들어선 인플레이션 국면. 예견된 금리 인상의 수순.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웃픈 현실이다.

혹자는 지금이 단군 신화 이래로 가장 돈 벌기 쉬운 세상이라고도 하던데, 나 혼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업 주부들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사이드 잡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N잡러’라는 단어는 핫한 키워드가 되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주변에도 투잡을 희망하는 동료들이 여럿 보이지만 막상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막막해 계획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극소수뿐이다.

대표적인 부업 수단 중 하나로 ‘블로그 운영’이 손 꼽히는데, 블로그는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까지도 가장 인기있는 부수익 창출 방법이다. SNS를 통한 마케팅 부업은 다루는 주제나 이미지부터 왠지 힙한 젊은 감각이 있어야 할 것만 같고, 유튜브에 도전 하자니 영상 편집이 어려울 것 같고, 그나마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글만 적으면 되는 블로그가 가장 진입장벽이 낮아 보이는게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꾸준히 회사생활을 하다가 결혼과 출산을 하게 되면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케이스다. 육아 휴직에 들어가면서 급격히 줄어든 수입과 새로 태어난 아이를 케어하기 위해 필요한 지출을 생각하니 금전적인 부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건을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고자 여러 사이트를 쉴새 없이 오가며 가격 비교하는게 일상이었고, 종일 휴대폰을 손에 쥐고 살게 되기도 했다. 몇 푼 아끼기 위해 들어가는 노동력은 엄청 났고, 남편 역시 이런 노력을 인정해줄 리 만무했다. 설상가상 산후 우울증까지 찾아오게 된다.

이 때 시작한 것이 바로 수익형 블로그이다. 육아를 하며 알아본 알토란같은 정보들을 글로 적어 공유하였고,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육아맘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심리적으로도 안정을 찾았다. 자신의 포스팅을 보고 여러 사람들이 보내주는 응원 메시지 덕분에 자존감도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글을 쓰는데 자신감이 붙었고, 그녀가 쓴 글들은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게 되었다. 꾸준히 블로그를 관리하며, 일정 기간이 지나니 여러 제휴업체로부터 아이 용품이나 육아에 필요한 보조 제품들을 협찬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게 된다. 육아와 병행이 가능하면서도 수입을 늘릴 수 있었기에 저자는 점점 블로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월 200~300만원의 수입을 올리며 안정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단기간에 블로그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 시키길 바라는 사람들을 위한 책은 아니다. 블로그 수입만으로 월급을 역전해 당신의 은퇴를 가능케 해주는 책도 아니다. 이 책은 본업 외에 추가적인 투자 비용없이 적은 시간을 들여 부수입을 창출해내는 방법을 공유해주는 책이다.

1년이 넘어가면서부터 본격적인 수익형 블로그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후로 지금까지 블로그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오면서 얻은 다양한 방법과 노하우들을 아낌없이 공유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블로그 운영을 통해 누구나 사이드 잡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사실을 알려주며, 방법만 잘 알고 있다면 지금도 시작하기에 절대 늦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
.
.
나도 개인적으로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가다 보니 소위 말하는 잡블로그가 되어버렸다.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을 활용해야 하기에 매우 귀찮은 일이지만 회사 수입 외에 아주 작은 금액이라도 다른 경로를 통해 벌어보는 일은 정말 그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해서 거의 방치해 놓은 수준이긴 하지만 블로그를 운영해가면서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나름의 자산이 된 것 같다. 저자도 책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온라인 마케팅 업계의 이모저모에 대해 저절로 알게 되기 때문에 이것만 해도 큰 소득이다.

무엇보다 남에게 말할 수 있는 주제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어느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게 블로그의 가장 큰 장점이고, 이 책은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네비게이션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