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삶이 될 때 -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김미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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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란 무엇인가? 삶에 있어 언어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얼마만큼의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었다. 물론 저자의 경우 언어라는 것에 대해 더 특별한 감정과 가치관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지만, 그녀가 말하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의 삶에도 분명 적용되는 것들이었다.

저자는 새 나라에서 새 언어로 삶을 꾸려나가며, 응용언어학 박사, 일본 대학의 교수, 비원어민 영어 교수자, 일본어 학습자, 90년생 여성 등 여러 위치에 있다 보니 다양한 상황을 마주할 수 있었다. 덕분에 언어란 배우는 학습자의 상황이나 주어진 환경, 그리고 계기에 따라 같은 언어라도 학습의 난이도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일상에서 가장 기존적인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을 때 겪게 되는 무수한 상황들을 피부로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여러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다른 이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저자에게 귀중한 자산이 되었다.

언어는 사회, 정체성, 권력, 차별과 똑 떨어진 진공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가 서 있는 자리는 어디인지, 내가 서 있는 자리는 어디인지 생각해 보자. 선 자리에 따라 풍경도 변한다. 내가 보는 풍경과 상대가 보는 풍경은 전혀 같지 않을 수도 있다.

내 경우엔 맡고 있는 업무의 특성 상 그리고 진급할 때나 회사에서 제공하는 각 종 프로그램에 지원할 때 가산점을 받기 위해서 영어에 대한 관심을 놓고 지낼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회사 기준으로 어학 능력을 인정해주는 오픽(OPIC)등급이 늘 필요했고, 지난 해 운이 좋게도 AL등급을 취득했을 때 큰 성취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던 기억이 있다. 뒤돌아보면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참 다양한 접근방식을 시도했던 것 같다. 학원도 다녀보고, 유튜브나 학습 어플도 사용해 보고, 미드를 보기도 하고, 회사의 교육과정에 입과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 특히 어플을 통해 사귄 외국인 친구들과 실제로 만나 자연스럽게 놀면서 대화를 나눴던 게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어느 정도 회화가 가능한 상태라면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다. 실제 대화를 하다가 막히는 표현들을 바로 찾아보고 말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평소 자주 사용할만한 표현들 위주로 선별하게 되고, 원어민에게 발음교정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고, 이렇게 특별한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은 더 오래 기억에 남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 외국어로 말하는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 2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한글과 다른 언어 체계로 인해 놀라는 경우를 종종 경험했을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던 표현들이지만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친구한테 별안간 질문을 받으면 그때서야 아 그러고 보니 이건 왜 이렇게 사용하지?’라고 그때서야 의문을 갖게 되는 것들이 왕왕 있다. 그리고 각 언어마다 특이한 규칙들이 있다. 중국어는 성조가 다양하다든지, 영어는 부정의문문으로 물어보면 YES, NO를 신경써서 대답해야 한다든지, 일본어의 경우 듣는 상대방에 따라 를 지칭하는 표현이 다양하다든지 하는 것들은 그 언어를 공부해야만 비로소 의문을 갖게 되는 것들이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시간이 흐를 동안 애쓴 내가 해결해 주는 거지, 가만히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한다면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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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니 예전에 읽었던 시 한편이 떠올랐다.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생략)

이 작품이 떠올랐던 이유는 아마도 언어를 배운다는 것 역시 단순히 의사 소통의 수단을 배운다는 개념을 넘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더 나아가 그 나라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생활 및 의식 수준과 같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수많은 부분들이 함께 엮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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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또 다른 하나의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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