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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계성 성격장애입니다
민지 지음, 임현성 그림 / 뜰book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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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큰 병에 걸리면 원인이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듯 정신의학적인 진단을 받게 되면 필연적으로 원인규명에 매달린다. 유전일지 환경일지, 어떤 사건일지, 종합해보면 -취약성스트레스모델-의 가설이 세워진다. 태생적으로 감수성이 발달한 사람이 어떤 사건을 겪었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말 못할 비밀로 덮어 두게 되면 나쁜 가정은 이렇게 전개된다. 우울, 불안, 차책, 환청, 공황장애, 자살시도 등......

저자의 글을 따라가보면 이 진단의 향연같은 상황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린아이가 겪은 세상은 무서운 곳이었다.


놀기 좋아한 여중생을 위협한 그 사건들 이후로 견딜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면 세상에서 제일 만만한 손목에다 숱하게 줄을 그었다.

자해와 자살충동으로 페쇄 병동에 입원을 하고, 손목을 긋고 약을 있는대로 삼키고.... 그렇게 위험했던 어느 날, 한 여고생 무리가 그를 살렸다. 딱 죽고 싶은 그 자리에 그 아이들이 있었기에 죽는 대신 지갑을 챙겨들고 나가서 영문 모르는 생명의 은인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주었다고 한다.



충동적이고 참을성이 부족하지만 감정이 요동치지 않을 때는 보통날을 살아갈 수 있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려 출판사 대표를 만나고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그녀는 이렇게 외친다.


아프다고, 나 아프다고. 나는 상처받았으며, 그 상처를 준 사람은 누구인지에 대해 소리쳐야한다.

죽음은 잠시 미뤄 둬도 괜찮다.

가족이든 친구이든 가까운 지인이든 아무도 없다면 대중에게라도, 나라에라도 소리쳐야한다. 가해자를 찾아 가해자가 엄벌을 당하는 모습을 당신은 두 눈으로 확인해야한다.

그러니 당신은 아직 죽어서는 안된다.

당신의 잘못은 없다.

P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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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를 즐겁게 -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를 찾아서
박호순 지음 / 비엠케이(BMK)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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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되면 공부가 학문으로 깊어지는 시기이다. 이때 고등학생들은 어떤 공부를 어려워할까?

학교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의외의 사실이 있다. 영어 수학이 어려운건 누구나 공감하지만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국어가 어렵다는 말이다. 어디서부터 공부를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는 과목이라는 점에서는 국어가 가장 애매하다고 한다. 지문은 길고 요구하는 답은 광범하다. 교과서에 나오는 시험범위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국어가 어렵다는 말도 자존심 상하는데, 국어를 포기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교실에 비치하고 한 챕터씩 같이 읽어볼 생각이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가 언어에 대한 것, 둘째는 민속, 셋째는 역사, 넷째는 식물과 지명, 마지막은 교훈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말과 풍속은 오천년을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의 기록라고 할 수 있다.

언어가 말로 정착되는 데는 어떤 일화에서 유래한 경우도 있고 오랜 세월 사용하면서 뜻과 음이 혼동되어 의미가 되는 경우도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고대의 문화는 뗄래야 뗄 수가 없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와 언어가 지금껏 전해지고 있다.

고구려는 ‘세상 가운데 가장 높이 세운 나라’를 의미하고 백제는 ‘큰 바다’를 의미했으니 그때부터 해상국가의 기틀을 다진 것이다. 신라는 사라, 사로를 거쳐 신라가 되었다. 드라마 <선덕여왕>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듯, ‘왕의 덕이 날로 높아져 사방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이때부터 통일을 염두에 둔 국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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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갭의 샘물 눈높이 고학년 문고
나탈리 배비트 지음, 윤미숙 그림, 최순희 옮김 / 대교북스주니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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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물물을 마시고 젊어졌다는 여러 이야기와 달리 젊어지는 샘물을 피해간 이야기, 그래서 오래된 이 책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 무렵의 나는 한 사람을 잊지 못했고 그 사람은 하늘의 별이 되어 있었다. 내가 없는 시간에 하늘로 돌아간 할머니를 생각하면 할수록 사는 것이 허무했다. 왜 살아야하는지 사람은 왜 죽어야하는 지에 대해 알고 싶지도 않았다. 이미 정해진 일이었고 언제가 되던, 누구이던 그 길을 가야만 한다는 사실만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을 뿐이었으니까.


젊어지는 셈물 이야기는 젊어진다는 사실에 취해서 너무 많이 마셨다는 해학과 풍자의 이야기다. <트리갭의 샘물>은 영원히 산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마침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이야기다. 늙지 않는 샘물을 상업화 시키려는 악의 세력과 의도하지 않게 영원한 삶을 살아보니 성실한 삶에 독이 된다는 신념을 알리려는 가족과 샘물을 마시지 않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 소녀의 이야기가 긴장감을 유지하게 한다.

그 소녀는 위니프레드였다. 11살에 늙지 않는 샘물의 정체를 알고도 삶의 수레바퀴에서 자신의 운명으로 살다 자연적인 늙음과 죽음을 택한 여인

이다.

죽음까지도 선택하는 그녀의 주체적인 삶은 경건하다. 비록 노년의 그녀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였다는 묘비명은 성실히 살아간 궤적으로 충분했다. 영원한 삶, 그 뒤에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 우리의 선택은 쉽지 않다. 아마 나 또한 위니의 삶을 살지 않을까?

늙지 않아서 정착하여 이웃과 사는 삶을 포기하고 떠돌이 방랑자로 살아가는 터크 가족의 말을 음미해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읽어보기를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다.


항상 새로운 것이 오고, 자라고 변화하고, 결국은 새로 태어나는 생명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자연의 질서야. 나도 모르게 내려온 생명의 수레바퀴에 다시 올라 탈 수 있다면 나는 목숨까지 내줄 수 있단다."

-터크의 말 -



#34. 트리갭의 샘물-실존적 허무를 날려주는..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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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시작한 거 딱, 100일만 달려 볼게요
이선우 지음 / 설렘(SEOLREM)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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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기약도 없이 마스크를 낀 채 대화를 자제하고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공포와 싸우고 있다. 지금껏 경험해 본 경제위기와는 다른 실존적 삶의 위기에 봉착해 있는 우리들에게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은 새로운 교과서와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는 이가 없고, 하면 안 되는 수칙이 난무한 가운데 기다리던 책이 왔다.

#이왕시작한거딱100일만달려볼게요 부제는 -나이 50세, 저질 체력과 갱년기 극복을 위한 100일 달리기-다. 목차에 매일의 달리기 기록이 빼곡하다. 책 날개에 1쇄 발행일이 4월 10일로 찍혀있다. 태어난지 이틀 된 따끈따끈한 신생아다. 코로나시대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이 시대의 기록물이자 일거리를 잃어버린 직업인의 절절한 분투기다. 슬프지는 않다. 달리기 기록에는 자신을 통찰하는 사유가 있고 생동감과 즐거움이 묻어난다.

먹거리 산업과 과학기술은 바이러스 한파를 맞지 않았다. 세계적 전자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하고 외식 물류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는 다중모임을 차단함으로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완충공간을 만들어 낸다. 모일 수 없고 만날 수 없다.

#이선우작가 는 대중강연 강사로 코로나의 지속과 함께 줄줄이 강의 취소라는 반갑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만약에 내가 하루 아침에 무직자가 된다면 아침 일찍 일어날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시간이 많으면 자신의 빈틈이 더 잘 보이고 빈틈은 확대되어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다.

책의 첫머리에 친구장례식에 모인 80대 노인들이 모터싸이클을 타고 13일간 국토종단을 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살아 있기에 살아야 하는지 아직도 꿈 꿀 자유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80세에게만 유효한 질문은 아닐것이다. 요양원에 살던 100세 노인이 창문 넘어 도망쳐 모험을 실컷 즐기고 죽는다는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이 생각났다.

50에 받은 박사학위로 인생의 꽃길을 그렸던 그녀는 운동화 끈을 조이기 시작했다. 시작은 그렇게 무기력하게 슬픔의 시간을 보내기 싫어 달렸고 다음에는 오기로 달렸고 결국 100일을 달렸다. 매일의 달리기 기록에는 달리는 이유가 없었다. 그냥 달린다. 러너스하이를 꿈꿨지만 오지 않았고 마라톤 애호가 하루키가 경험한 러너스 블루를 경험하면서 그냥 달린다.

달리기 일정 중에 특히 내 마음을 뛰게 한 것은 달리기 명상이었다. 달리다 보니 시간과 공간의 한계 너머에 이르렀다는 부분이 있다. 영원을 향해 나아가듯 편안한 상태. 달리기에서 그런 순간이 온다면 이것은 러너스하이보다 더한 쾌락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시간과 정신을 온전히 투자하는 자만이 누릴수 있을 것이다.



명상은 현재의 나를 이기는 힘을 조절하는 것이다. 달리기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면 달리기 명상도 가능해질 것 같다. 기회가 되면 작가님의 목소리로 비법을 듣고 싶다.



동호대교, 올림픽공원, 광나루광장, 반포대교, 동작대교.. 익숙한 지명을 달리기 코스로 접하니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랜선 여행이 대안이 되는 세상이다. 책에 나오는 코스를 따라가면서 코로나를 극복하고 몸 만들기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진다. 가벼운 운동화를 한 켤레 사고 부드러운 강바람을 마주하며 잊었던 운동본능을 깨우러 밖으로 나가고싶다.



#42. 이왕 시작한 거 딱, 100일만 달려..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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