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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갭의 샘물 ㅣ 눈높이 고학년 문고
나탈리 배비트 지음, 윤미숙 그림, 최순희 옮김 / 대교북스주니어 / 201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물물을 마시고 젊어졌다는 여러 이야기와 달리 젊어지는 샘물을 피해간 이야기, 그래서 오래된 이 책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 무렵의 나는 한 사람을 잊지 못했고 그 사람은 하늘의 별이 되어 있었다. 내가 없는 시간에 하늘로 돌아간 할머니를 생각하면 할수록 사는 것이 허무했다. 왜 살아야하는지 사람은 왜 죽어야하는 지에 대해 알고 싶지도 않았다. 이미 정해진 일이었고 언제가 되던, 누구이던 그 길을 가야만 한다는 사실만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을 뿐이었으니까.
젊어지는 셈물 이야기는 젊어진다는 사실에 취해서 너무 많이 마셨다는 해학과 풍자의 이야기다. <트리갭의 샘물>은 영원히 산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마침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이야기다. 늙지 않는 샘물을 상업화 시키려는 악의 세력과 의도하지 않게 영원한 삶을 살아보니 성실한 삶에 독이 된다는 신념을 알리려는 가족과 샘물을 마시지 않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 소녀의 이야기가 긴장감을 유지하게 한다.
그 소녀는 위니프레드였다. 11살에 늙지 않는 샘물의 정체를 알고도 삶의 수레바퀴에서 자신의 운명으로 살다 자연적인 늙음과 죽음을 택한 여인
이다.
죽음까지도 선택하는 그녀의 주체적인 삶은 경건하다. 비록 노년의 그녀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였다는 묘비명은 성실히 살아간 궤적으로 충분했다. 영원한 삶, 그 뒤에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 우리의 선택은 쉽지 않다. 아마 나 또한 위니의 삶을 살지 않을까?
늙지 않아서 정착하여 이웃과 사는 삶을 포기하고 떠돌이 방랑자로 살아가는 터크 가족의 말을 음미해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읽어보기를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다.

항상 새로운 것이 오고, 자라고 변화하고, 결국은 새로 태어나는 생명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자연의 질서야. 나도 모르게 내려온 생명의 수레바퀴에 다시 올라 탈 수 있다면 나는 목숨까지 내줄 수 있단다."
-터크의 말 -
#34. 트리갭의 샘물-실존적 허무를 날려주는.. : 네이버블로그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