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뮤지컬 - 전율의 기억, 명작 뮤지컬 속 명언 방구석 시리즈 1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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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꾸어놓은 가장 큰 일상 중의 하나가

바로 공연을 대하는 마음일 것이다.

코로나 전에는 약속도 부담이 없었고, 당연했다.

공연도 시간이 맞지 않거나 없을 뿐

스트레스 탈피의 수단으로서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다녔었는데

완전하지는 않지만 일상이 회복되었음에도

선뜻 공연장을 찾는 것이 어색하고 수동적이 되어 버렸다.

이제, 다시 익숙해져야 하는 시간.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할 무렵 발견한 책이

[방구석 뮤지컬]이다.



그래, 방구석에서부터 출발하자!

스토리나 관련 자료를 보노라면 직접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이고,

몸은 자연히 따라가게 될 것이다.

책은 5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개척하는 인생부터, 환희의 인생,

뜨거운 사랑, 인간의 본질,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낸 역사.

각 장의 주제로 6개의 작품을 묶어

총 30편의 뮤지컬을 다루고 있다.

익숙한 작품부터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생소한 작품까지

뮤지컬의 레전드는 거의 다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펼쳐 든 여러분께서 어느 순간 공연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뮤지컬이 품고 있는

배경과 서사를 생동감있게 담아내고자 노력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책을 읽다 보면

아닌게 아니라 정말 공연장의 와 있는 듯한

설렘이 느껴지고, 몰입을 하게 된다.

특히, 뮤지컬 곡들의 의미있는 부분을 뽑아 소개해줌으로써

이 뮤지컬에서 특히 집중해야 하는 부분과

뮤지컬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뮤지컬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줄거리 뿐만 아니라 무대, 연출, 배경 등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전달해주는 저자의 해설부분이다.

아무런 정보없이 보는 것과 이러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보는 것은 깊이와 감동이 다를 것이다.

그야말로 아는 만큼 보이고, 감동할 수 있는 것이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전달해주는

뮤지컬에 대한 정보는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직접 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뮤지컬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저자의 욕심이

충분히 발현되고 있다.






마지막에는 각 뮤지컬에서 나오는

전곡리스트 정보가 실려 있어 음악 뿐만 아니라

극의 흐름도 알 수 있다.

이 책을 생동감있고, 풍부하게 해주는 강력한 장치는

각 뮤지컬의 마지막에 실어 놓은

대표넘버를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이다.

현장감있는 설명에, 검증된 탄탄한 스토리는

분명 몰입감을 높여주기는 하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직접 들어보지 않으면

극의 분위기를 완전히 알기 힘들다.

QR코드를 찍는 순간 그 궁금증은 바로 해소된다.

무엇보다 스토리라인을 알고 보기 때문에

이 장면이었구나, 이런 분위기였구나! 하며

완전히 극에 빠져들게 된다.

제목만 알고 있던 뮤지컬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더더욱 궁금해지고

직접 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에 사로잡히고,

마음은 이미 공연장으로 달려간다.

디어 에반 핸슨

뉴시즈

맨 오브 라만차

헤어 스프레이

드림걸즈

킹키부츠

시카고

아이다

시라노

두 도시 이야기

위키드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베카

...

우선 순위를 정하기 힘들 정도로

보고 싶은 작품들이 계속 추가된다.


만약 「방구석 뮤지컬」을 읽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뮤지컬이 있었다면, 호시탐탐 공연예매 사이트를

들여다보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극장에 앉아 공연 시작 전

떠들썩한 관객석의 소음과 오케스트라가 악기를 조율하는

소리가 만나는 순간의 설렘을 경험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작품을 기다리는 그 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니까요.

P.7 프롤로그 中


이 책을 집필한 저자의 목표는 이미 달성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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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읽어보셨나요? 만화로 읽는 세계문학 1
솔다드 브라비 그림, 파스칼 프레이 글, 최내경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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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집에는 '세계문학전집'과 '한국문학전집'이 있었다.

엄마가 판매사원에게 속아 잘못 구입하시긴 했지만

거실 책장을 한가득 메웠던 그 책들은

나를 문학의 세계로 안내해주었던 안내자 같은 책이었다.

읽으면 읽은대로, 읽지 못하면 못하는대로

계속 나에게 얘기를 걸어 주었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꺼운 양장본으로 2권이나 되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읽기에 도전을 했다. 

처음 세로쓰기를 읽을 때는 집중도 되지 않고

속도도 잘 나지 않았으나

본격적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다 보니

시간을 잊고, 책의 두께, 세로쓰기 모두를 잊어 버리고

오로지 책 속에 몰입하게 되었다. 

친구들과의 약속도  잊을만큼

이야기 속에 깊이 빠져 앉으자리에서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문학이라는 거대한 세계의 즐거움에 푹 빠졌었다.

지금도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이나

내 인생의 책을 꼽으라고 하면

나는 서슴없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꼽는다.

지금은 인종차별 등의 문제로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그 책은 나의 학창시절 책의 즐거움을

본격적으로 알게 해준 책이었다.  

2권도 너끈히 읽은 희열과 감동은

다른 책들도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기도 했다.

 이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세계문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지금까지도

사실상 손에서 놓은 상태였다.

읽으려는 마음은 늘 한구석에 있지만

우선 순위에서는 밀리곤 한다.


나이가 들고 그때 읽었던 책들을 보면

전혀 다른 부분이 보이기도 하고

그때는 전혀 깨닫지 못했던 삶의 관점에서 읽게 된다.

아마도 지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다시 읽는다면

그때는 알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올 것 같다.

그때 실패했던 많은 책들도 지금 다시 읽어보면

새로운 재미, 새로운 깨달음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다시 세계문학에 도전하고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쉽지는 않겠지만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책들의 저력이 무엇인지

그 지혜를 찾아보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즐기면서 읽고 싶어보고 싶다.


 

[세계 문학 읽어보셨나요?]라는 책이

눈에 번쩍 띄였던 것은

이런 생각으로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할 때였기 때문이다.


세계 문학 20편을 단 16컷의 만화로

요약 정리해서 보여준다는 것이다.

줄거리만을 알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읽을 책을 정할 때 또는 친근하게 접근하려고 할때

혹은 읽고 나서 내용과 스토리가 정리가 안될 때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책은 총 20편의 작품을 다루고 있는데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가와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제목이 엄청 익숙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영화로도 더 유명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부터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복잡하고 어렵기로 유명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까지,

나의 인생 책, 마가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있었다.

 

구성은 작가의 소개 먼저 시작한다.

작가의 사진마저 일러스트로 그려서 소개함으로써

이 책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

작가의 소개 이후에는 작품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지는데

작품의 스토리 뿐만 아니라

작품의 탄생 배경 및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렇듯 작가와 작품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만화로 이루어진 스토리에 접근한다.



방대한 내용을 과연 16컷의 만화로 표현할 수 있을까?

간단한 줄거리 요약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읽지 않은 책은 비교하기 어려우니

읽었던 책을 위주로 먼저 살펴 보았는데

놀랍게도 이야기의 핵심 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전하고 있는 주제 역시

날카롭고 간결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서사를 풀어내야 하는 특성상 필요했던

여러 장치들을 다 걷어내고

딱 필요한 뼈대만 잘 발라서

정리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간결하지만 작품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물론 이 책만 읽고 끝내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흥미가 생기는 작품이 있다면

그 배경과 작가, 골자를 토대로 원작을 읽어봄으로써

더 풍부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최종 목표가 될 것이다. 



저자가 프랑스인이다 보니

프랑스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그렇지만 익숙한 작가와 작품이 많기 때문에

작가나 작품을 이해하는데는 어렵지 않다.

물론 처음 듣는 작가와 작품도 있는데

그중에서는 이 책을 계기로 읽어보고 싶은 작품도 생겼다.

아니, 이 책을 읽은 후 가장 먼저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이 프랑스 작가인 

콜레트의 <셰리>라는 작품이었다.

냉소적이면서도 예리한 결말이

16컷의 만화만로도 충분히 느껴졌다.




책의 날개를 보니 1편에 이어 2편도 출시된 것 같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등

역시 흥미로운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1편처럼 그야말로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있을 것이니

2편도 어서 챙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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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5-22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장왕록 번역과 열린책들 것도 있어요^^ 하나 처분하자고 하는데 장왕록번역은 최초번역이라 안된다고 하고 열린책들은 가독성때문에 포기가 안되네요^^
반갑습니다.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나태주 엮음 / &(앤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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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비교적 쉽고 감정이 응축적으로 잘 표현된 시 외에는

서사적이거나 길고 어려운 시는

일단 읽다가 포기하고 관심밖으로 밀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시라는 장르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살아왔는데

나이를 한살 한살 먹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직설적이고 긴 산문보다는

간결하고 함축적인 시를 읽을 때

찡하는 감정의 울림과 여운이 더 크게 느끼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즐겨듣는 팟캐스트 '책이 뭐라고'에서

진행자인 요조가 한 편씩 읽어주는 '시' 덕분이었다.

노래가사와 시가 일맥상통해서인지

가수인 요조가 낭송해주는 시는 마치 노래를 듣는 것처럼

함축되어 있던 시어 하나 하나가 살아나면서

수많은 이야기들을 전달해주는 것 같았다.

그때 알았다.

시는 읽는 것이 아니라 낭송을 해야 한다는 것을.

왜 많은 '시낭송의 밤'의 행사가 펼쳐지는 지 이해할 수 있었다. 

눈으로 읽을 시와 소리로 읽는 시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때부터 시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시인이 뽑은 외국의 시를 소개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시인이 인생의 시로 꼽는 시들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것과

시를 읽고 시인과 감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큰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나태주 시인이 뽑은 총 120편의 시는

1.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2. 살아남은 자의 슬픔

3.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기에

4. 서러워 마라 머지않아 때가 온다

5. 희망에는 날개가 있다


5개의 주제로 나누어 삶과 사랑,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여기에 실린 시들은

시인이 낡은 노트 한 구석에 적어두고

수십 년 동안 읽고 읽은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시들이라고 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속에

무지개 같은 꿈을 주는 문장들이라고.


소개된 시인들의 시들을 보면

에밀리 디킨슨, 헤르만 헤세,

라이너 마리아 릴케, 타고르와 같이

익숙한 시인들의 시가 눈에 많이 띈다.

개인적으로도 이 시인들의 정서를 좋아하는 편이라

시를 읽을 때마다 더더욱 공감하면서 보았다.


그 중에서 단연 가슴을 울렸던 시.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마음속에서 풀리지 않는 고민들에 대해

인내심을 가져라.

고민 그 자체를 사랑해라.

지금 당장 답을 얻으려 말라.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 그대로 살아보는 일이다.

지금 그 고민들과 더불어 살라.

그러하면 언젠가 미래에

너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그 시간에

삶이 너에게 답을 가져다줄 것이리니.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를 먼저 읽고 너무 좋아서 시인을 보았더니

역시나 릴케였다.

젊은 것도, 시인도 아니지만

계속 이어지는 인생의 고민 앞에

힘겨워 하고 있었는데 

이 시를 읽으니

그래, 다시 가보자, 다시 한번 해보자!

어느 끝 모퉁이를 돌아갈 즈음에는

정답이 아닌 나의 답을 찾을 수 있겠지라는

긍정의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너무 좋아서 거듭 거듭 음미하며 읽었다.

젊은 시절 저자에게는 더더욱 와닿았던 시였을 것 같다.


"나의 소년 시절, 헤세 다음에 좋았던 시인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였다.

시의 문장으로서 가장 높은 신비의 봉우리에 이르렀으며

세계인들에게도 그것을 안내해준 시인.

헤세와 더불어 박목월 선생의 저서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시인을 지망하면서 눈앞이 어두어졌을 때

이런 문장은 밝은 이정표를 제공해준다.

아니다. 인생 자체의 안내자가 되어준다.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리니.'

이런 문장의 축복 말이다."

---p.36~37


역시나 헤세와 릴케의 시가 많은 이유가 있었다.

120편의 시에는 이들 시인 외에도

낯선 이름의 시인도 있고

톨스토이나 괴테, 셰익스피어 같이

달리 익숙한 이름의 이들의 시들도 있다.

두보, 이백의 한시도 있고,

일본의 하이쿠도 있다.

시대와 국적, 형식은 다르지만

저자의 안내를 받으며

각 시인들이 그려내는 세상으로

따라가다 보면 공통된 감동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인가 보다.


처음에 시를 낭송하며 읽기로 했던 탓인지

270쪽 정도의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한 페이지 넘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시가 한 편씩 줄어들어 가는 것이

그렇게나 아쉬울 수가 없다.

때로는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시도 있고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시도 있고

지루한 시도 있지만

그럼에도 말로 소리내어 읽는 순간

평면에 갇혀 있던 시들이

머릿속에서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진다.

아,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였구나.

감흥에 젖는다.

그러면 한동안은 다음 시로 넘어갈 수가 없다.

한참을 머릿속에 그려진 광경을 음미한다.


"세상 어디엔가 있을 것 같지만 그 어디에도 없는 세상.

바로 시가 데려다주는 아름다운 세상.

그만큼 시의 힘은 크다.

있는 것도 없게 하고, 없는 것도 있게 하는 힘을 가졌다.

시인이 세상에서 사라진 뒤에도

시는 시인을 지상에 존재하게 한다.

시가 영원하므로 시인도 영원한 존재가 된다.

아, 그 아스라한 높이여. 사랑이여. 승리여."

---p.71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지난 1년.

다같이 힘들고 외롭고 힘겨웠던 시기.

시인은 그럼에도 이겨내야 하는

치유의 선물로 그동안 자신이 위로받았던

인생의 시들을 서랍 속에서 꺼내어 건네준 것이리라.

책 뒤표지에는 저자의 위로가 시처럼 실려있다.

저자가 소개한 시들 만큼이나 큰 여운과 감동을 준다.

 

 

"그리고

아직도 홀로 외로운 당신을 위해


울고 있을 당신을 위해서 시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기도하고 있을 당신을 위해서 시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먼 길 떠나는 당신을 위해 시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모은 시들은

울고 있는 당신을 대신해서 울어줄 시들입니다.

기도하는 당신을 대신해서 기도해줄 시들입니다.

먼 길 떠나는 당신과 동행해줄 시들입니다.


일찍이 나는 이러한 시들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울음을 달랠 수 있었고

더욱 좋은 기도를 드릴 수 있었으며

떨리는 다리에 힘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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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와이너리 여행 - 식탁 위에서 즐기는 지구 한 바퀴
이민우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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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TV에서 성공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한 편이 미국에서 인정받고 있는 소믈리에였다.

서양인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소믈리에에 도전하여

인정받기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 지 등이 소개되었었다.

그 때 처음 소믈리에가 어려운 직업인지 알았다.

수많은 와인을 테스팅하고 분석하고,

음식과 곁들여 먹는 주류의 특성상 어떤 음식에

어떤 와인을 추천할 것인지,

새로운 메뉴가 개발되면 어떤 와인이 가장 적합한 지 등

와인과 연결된 다양한 것을 알아야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원래 막입인 나는 음식이나 술이나 맛을 잘 구분 못하고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터라

예민하고 섬세한 맛을 느끼고 평가하는 직업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었으나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사람, 직업에 대해서는

흥미가 느껴졌었다.

그 이후 와인이 보편화 되면서 지금은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 꽤 많이 늘어났다.

마트에 가서 다양한 와인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도록 가이드도 잘 제시되어 있다.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때 그 소믈리에가 떠올랐다.

와인의 세계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간단한 상식 정도는 가지고 접한다면

와인을 고르고 즐길 때 훨씬 다른 느낌일 것 같았다.

 

 

이 책 [와인, 와이너리 여행]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와인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라기 보다는

초심자들에게 와인의 세계에 대한 간단한 안내,

제목 그대로 와인과 와이너리 투어를 통해

와인에 대한 기초 상식과 다양한 와인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와인에 대한 생초보도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책을 읽어보니 역시 나를 위한 책이었다.

와인에 대한 기초 상식이 전혀 없더라도

책을 읽는데 부담이 전혀 없다.

초보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와인과 와이너리에 대해 소개해주고,

최고급 와인과 종류, 그런 와인이 최고급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물론,

초보자들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의 종류와

즐기는 법까지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와인을 즐기고 싶은데 마트에 진열된 수많은 와인 중에서

가격도, 산지도, 종류도 다양한 그 와인들 중에서

도대체 어떤 와인을 사야하는 지 난감할 때

전문가의 팁만 살짝 있어도 훨씬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실용적인 목적으로 관심이 갖기 시작했지만

책을 읽다 보니 꼭 내게 필요한 와인 외에도

평생 맛을 볼 기회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와인이라도

와인의 역사, 와인의 특징, 그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과

와이너리에 대한 소개를 읽다보니

원래 목적을 잊어버리고

와인의 매력에 푹 빠져서 읽었다.

제목 그대로 와이너리에 직접 방문해

투어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것처럼

각각의 와인와 와이너리에 얽힌 에피소드를 통해

와인에 대한 지식과 특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책은 총 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course 1 와인투어'에서는 그야말로

다양한 와인을 통한 와인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은 물론

와인의 다양한 지식을 소개하는 장이다.

이 장에서는 최고급 와인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음식의 미슐랭가이드처럼

와인에서도 '보르도 그랑 크뤼'가 있다고 소개한다.

여기에 소개된 와인을 선택하면 실패는 없겠지만

과연 접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ㅎㅎ

 

와인은 음식과 곁들이기 때문에

음식과 가장 알맞은 와인을 찾는 것도 중요한데

재미있는 것으로 '김치'와 어울리는 와인을 소개해준다.

와인을 김치와 같이 먹겠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지만

프랑스 5대 샤토 중 하나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양조 책임자 에릭 콜러는 김치를 좋아해서

이와 어울리는 와인을 찾기 위해서 세미나를 열 정도였다고 한다.

 

"어쨌든 세미나에 따르면 김치와 잘 어울리는 와인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샤토 디켐이다.

-중략-

샤토 디켐의 풍부하고 달콤한 맛이 김치의 매운 맛을

깨끗하게 해주고 심지어 입안에 좋은 여운마저

남겨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p.21

 

서양에서 출발해서 서양의 음식만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음식과 어울릴 수 있는

와인을 찾아서 즐길 수 있다면

괜시리 고급져보이고 높아 보이는

와인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이 낮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익숙하지 않을 뿐이지

어렵게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처음 와인을 시작할 때,

포도의 이름을 외우고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우리가 악기의 이름을 몰라도

록밴드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와인의 모든 것들이 '조화'와 '균형'을 위한 것이라는

원칙만 이해한다면 한두 가지 포도 품종만 알아도

와인의 오케스트라를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p.25~26

 

2장인 'course 2 와이너리 투어'에서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양조장인 '와이너리' 투어에 나선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각 와이너리의 특징을

살려서 소개해주는데 그 과정에서

와인의 역사와 특징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각 와이너리를 소개하는 수식어만 보아도

그 특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프리미엄 와인의 원조 샤토 라피트 로칠드,

줄 서도 못 사는 로마네 콩티,

가장 우아한 샴페인 테탕제,

유기농법으로 만든 순결한 와인 쿨레 드 세랑,

우아한 곰팡이 소테른...'

 

곰팡이?

 

 

"소테른 와인은 스위트 와인이다.

평범하게 달콤한 와인이 아니라, 한번 마셔보면

그 황홀함을 잊을 수가 없어서

러시아의 왕족들이 즐겨 마셨다는 고급 스위트 와인이다.

소테른 와인의 단맛의 비결은 보트리티스botrytis라고 하는 곰팡이에 있다.

소테른 마을 인근의 가론강과 시롱강이 온도 차이에 의해,

이 지역 포도밭에 안개가 자주 형성이 되는데

이 안개는 보트리티스라고 불리는 곰팡이를 동반한다.

보트리티스 곰팡이는 추수에 가까워진

소테른의 포도알 껍질을 약하게 만들고

낮의 따스한 햇살이 포도 알의 수분을 증발시킨다.

이렇게 건포도처럼 일그러진 포도를 수확하여

와인을 만드는 것이 바로 소테른 와인이다.

-중략-

특히 최근의 소테른 와인 가격은 옛날에 비해서 많이 떨어져서,

샤토 디켐도 불과(?) 몇십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고,

나쁘지 않은 소테른 와인도 몇만 원 정도에도 구매할 수 있다.

소테른 와인의 장점은 와인을 잘 아는 애호가나

혹은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편하게 와인을 즐길 수가 있다는 점이다.

집에 초대를 받았을 때, 혹은 모임에 와인을 가져가야 할 때,

소테른 와인 한 병 만큼 편하고 폼 나는 와인도 없다.

---p.183~188

 

메주나 치즈에서나 곰팡이를 이용하는 줄 알았는데

와인도 곰팡이를 활용할 줄이야.

 

이렇게 2장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양조기술로 와인을 생산해

명성을 얻은 전통있는 와이너리를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에는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와이너리를 소개한다.

마트에서 처음으로 접했던 와인이 칠레와인이었다.

처음에는 칠레의 와인도 수출할 만큼 유명한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칠레의 와인도 품질은 좋았지만

브랜드의 선입견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한국에서만은 편견없이 받아들였다라는 것을.

지금은 오히려 유럽의 와인들이 칠레 와인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칠레에 자신들의 와이너리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와인에 대한 상식과 역사 소개를 듣고,

세계 각국의 유명한 와이너리를 방문하고 나니

이제 와인이 조금은 친숙해졌다.

이제는 책에서 소개된 와인 중에서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시도를 해봐야겠다.

 

"우리나라의 음식들은 매우 조미료 때문에

종종 고급 레드 와인과 잘 어울리지 않는 경향이 있으나

로제 와인하고는 잘 어울리는 편이다.

마침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는데,

더위와 한국 음식 모두에 보르도산 로제 와인은 너무나 완벽한 동반자이다"

---p.66

 

독특한 소테른 와인도 좋고,

우리의 음식과 어울리는 로제 와인도 좋다.

맛을 음미하는 순간 책에서 알려준

역사와 향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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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 하드보일드 무비랜드
김시선 지음, 이동명 그림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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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자가격리 못지않은 집콕생활이 이어지면서

대형TV의 소비가 급증했다고 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활동은

아마도 영화나 TV프로그램,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일 것이다.

처음에는 어차피 외출도 못하니

그동안 구입해놓고 못봤던 밀린 책을 읽어볼까 했는데

막상 집에 머물다 보면 영상으로 손이 먼저 가게 된다.

그동안 못봤던 영화나 드라마도 많고,

예전에 봤었지만 스토리를 잊어버렸거나

다시 감동을 느껴보고 싶은 영화까지 보다보면

하루 해가 짧기도 하다.

새로운 영화의 개봉도 멈춰버린 요즘

봐야할 영화가 많아서 다시 보기 어려웠던

영화들을 찾아보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 되었다.

이렇게 나름의 생활패턴을 만들어가고 적응해가고 있는 중이다.

그나저나 밀린 책들은 언제 보려나.

이렇게 영화를 자주 접하게 되니

영화와 관련된 책도 자연스레 찾게 된다.

 

책 읽는 것이 힘들 때는

영화 유튜버들의 영상을 찾아 보면서

영화의 정보를 귀동냥 해본다.

JTBC의 <방구석1열>도 정주행해가며

영화라도 제대로 보려고 또 고군분투한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인지

책을 읽기 위해서 영화를 보는 것인지

혼란이 올 정도로 요즘은 영화와 관련된 책을

틈나는 대로 읽고 있는 중이다.

 

 

[오늘의 시선: 하드보일드 무비랜드]

그런 의미에서 보기시작했던 책이다.

작년에는 망작을 주로 다루기로 유명한 유튜버가

책을 출간해서 냉큼 구입해서 읽었더랬다.

이 책 역시 영화유튜버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의 '시선(?)'은 어떨까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살짝 당황했다.

영화유튜버의 책이라고 해서

영화의 스토리, 감상, 비평을 다루는 줄 알았는데

'영화'라는 소재의 모든 영역을 다 다루고 있는 것이다.

유튜버 활동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모니터링, 영화제 심사위원은 물론

넷플릭스, 왓챠 리뷰어, 시사회, 인터뷰, 집필활동, 방송활동 등

영화와 관련된 전방위적 활동을 하다보니

영화계 전반에 걸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그제서야 부제를 다시 보게 되었다.

'반전 없는 것이 반전인 김시선의 영화 생활'

영화 '생활'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영화의 주변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주제와 관련된 영화를 자연스럽게 매칭하면서

영화와 생활을 균형있게 다루고 있다.

영화를 매개로 한 유튜버 '김시선'의

그야말로 영화를 대하는 '시선'을 다룬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의 인생 영화는 뭔가요? 이 질문을 다르게 바꾸어 말하면

'영화는 끝났지만 계속 의자에 앉아 일어나지 못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

--- p.15

 

'1장 영화가 위로가 되는 순간'의

첫 에피소드 '인생 영화를 물으신다면'은 이렇게 시작한다.

'인생 영화'...

선뜻 떠오르지 않는 단어의 답을

저자는 영화가 끝나도 일어나지 못하는 영화라고 정의하고 있다.

내겐 어떤 영화일까?

머리를 아무리 쥐어짜도 떠오르지 않는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분명히 영화가 끝나서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고

관객들도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극장을 떠나는데,

나만 그 자리에 멈춰버린 느낌.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내 앞에 놓인 우주에 스크린만 떠 있는 상태.

아마도 내 '인생 영화'를 만난 건 그 순간이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 p.15

 

그 영화는 바로 이란의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체리 향기 Ta'm e guilass>(1997)였다.

 

"삶을 즐기려면 죽음이 쫓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리고 체리 향기를 맡아보라'라는 이란 시인의

시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이 영화에

저자가 깊이 빠진 이유는 죽기 위해서 애쓰는

주인공 바디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 생각에 바디는 살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체리 향기를 맡았을 테니까.

그리고 나 역시 체리 향기를 맡았다.

삶의 목적을 찾아 부단히 애쓰던 나에게,

스크린에 비친 '영화'라는 존재는

'나만의 체리 향기'였다."

--- p.20

 

<체리 향기>를 보면서 저자는

자신만의 체리 향기를 찾았다고 했는데

난 이 글을 읽으면서 '인생 영화',

나만의 '체리 향기'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쉽게 떠오르지 않는 생각을 쥐어짜느라

책장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일단 고민거리를 뒤로 미뤄두고

그가 제안하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보기로 한다.

'내가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

<4등>(2015)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언제 가장 행복해요?'

'775분짜리 긴 영화를 보는 까닭'.

1장에서만 한 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여러 가지 화두를 영화를 통해서 던진다.

 

생소하고 낯선 영화유튜버로서의 일상을 다룬 2장,

어차피 '영화'도 '사람의 일', 영화계 주변의 사람들을 다룬 3장,

영화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본격적으로 다룬

4장 '하드보일드 세계에서 영화로 살아남기',

5장 '시선이 머무르는 곳',

그리고 코로나19이후 앞으로 바뀌게 될

영화 환경을 포함한 우리의 일상을 다룬

6장 '네버 엔딩 영화 생활'로 마무리한다.

 

책을 읽어보니 영화를 둘러싼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간접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 편의 영화가 우리의 곁으로 다가오는 지

간접체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도 수많은 영화를 통해서

찾아낸 삶의 진리를 다시 '영화'라는 매개로

전달해주는 삶을 대하는 그의 자세, 태도는

그가 제안하는 영화만큼이나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백마디의 말보다 영화 한 장면을 던져주는 것이

더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그래서 250페이지 정도의 두껍지 않은 분량임에도

다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곱씹어 가며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그의 시선이 닿는 곳을 한참동안 머무른다.

 

"영화는 '그게 사실이야' 혹은 '그게 맞아'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느꼈는가가'가 더 중요하다.

'얼마나 많이 봤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인가'가 더 중요하다.

진심이 되면 다른 건 보이지 않는다.

남들이 그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사랑한다는 사실이 더 소중해지니까.

원래 사랑에 빠진 사람은 눈먼 바보가 된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은 다 그런 상태에 빠진다."

--- p.164

 

그의 책을 읽어보니

난 영화도 책도 사랑하기에는 아직도 먼 것 같다.

뜯어보고 따져볼 생각만 했지,

진심으로 느껴볼 생각은 미처 해보지 못한 것 같다.

아는 척을 하기 위해서 본 영화도 꽤 된다.

저자의 말대로 이제는 그런 시선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솔직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느껴보려고 해봐야겠다.

지금부터 진짜 영화와 사랑에 빠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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