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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 한입 화과자 - 인기 인스타그래머 갸또디솔레의 첫 번째 디저트 수업
서지현 지음 / 비타북스 / 2018년 2월
평점 :
최근 개봉한 김태리 주연의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왔다.
아이들이 원해서 보게 되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여운이 많이 남는 힐링용 영화였다.
서울살이에 지친 주인공이 고향에 정착하는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화면 가득 펼쳐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아름다움과
천천히 흐르지만 마법처럼 펼쳐지는 요리와 음식을 보고 있으면
절로 힐링이 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바라만 봐도 좋을 영화였다.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맛깔스럽게 요리하는 과정이 나올 때마다
이 책 [예쁘다 한입 화과자]가 오버랩이 되었다.
어제까지 이 책을 읽은 때문일까.
눈으로 먼저 맛보는 화과자의 화사함과
정갈하고 깔끔한 요리 과정의 공통 분모때문이었을까.
무엇보다도 무지개떡을 만드는 장면에서는
씽긋 미소가 지어질만큼 이 책이 그대로 재연하는 느낌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홍대 유명 디저트 클래스인 '갸또디솔레'를
운영하고 있는 이미 화과자 클래스계에서는 유명인사라고 한다.
수강생이 줄을 설 만큼 유명함에도
책 집필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클래스 수강생이 몸이 아파서 참석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꼭 다시 배우고 싶다는 편지를 받고서 였다고 한다.
무엇이든 손으로 만드는 것에는 한없이 자신감이 떨어지지만
저자의 노하우를 전수받으면 조금 나아질까 하는 마음에서
과정을 추적해보기로 했다.
단 것을 즐기지 않고, 더군다나 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화과자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내가 보기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책은 쉽고 친절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우선 초짜가 알고 가야 할 '기초 가이드'로 시작한다.
'화과자'가 무엇인지부터 기초적인 지식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화과자가 뭐예요?
화과자의 '화'는 꽃 화(花)가 아니라 '일본식'을 뜻하는 화할 화(和)'자를 써요.
말 그대로 '일본의 전통 과자'를 뜻하지요.
아주 먼 옛날에는 '신에게 바치는 과자'라 하여
왕족과 일부 귀족만 맛볼 수 있었던 최고급 디저트였다고 해요.
고나시, 네리끼리, 셋뻬... 무슨 종류가 이리도 많아요?
양식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스테이크, 파스타 샐러드 등이 있듯
화과자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도 수많은 종류의 화과자가 있답니다.
-중략-
주재료와 만드는 방법에 따라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해요.
그중에서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고,
예쁘게 색을 입히고 모양내는 재미가 있는 고나시, 네리끼리, 셋뻬를
중점적으로 다뤘어요." ---p.13

화과자를 직접 만들어보는 데 필요한 도구 소개는 필수이다.
아기자기한 화과자답게
필요한 재료도 아기자기하고 소꿉놀이 장난감같다.
화려한 모양에 비해 재료나 과정, 스킬이 의외로 간단하다.
어? 이 정도면 해볼만 한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도 생긴다.

본격적인 시작은 다른 화과자에 비해
반죽 만들기가 비교적 수월한 '고나시'로 출발한다.
'춘설앙금'이 주재료인 고나시 반죽을 만든 후
이 반죽으로 색소를 첨가해 갖가지 모양을 만든다.

기본형 데이지는 화과자 도구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삼각봉과 마지펜만 있으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춘설앙금을 고나시 반죽으로 감싼 후
이음새 없이 둥글게 빚은 후 납작하게 한 다음
삼각봉 모서리로 8등분하여 꽃잎을 만든다.
마지펜으로 꽃잎 모양의 윗부분 반죽을 바깥쪽으로 밀어
물방울 무늬를 만든다.
너무 깊어지지 않도록 살짝 밀어주라는 팁을 주는데
이렇게 중간중간 조심해야 할 부분은
팁을 넣어주어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준다.
마지막 화룡정점 꽃술을 만드는데
삼각봉의 끝부분에 Lemon Yellow 색소를 넣은
반죽을 올려놓고 무늬를 만들어 반죽 가운데에 고정시킨다.
이런 간단한 과정만으로도 먹음직스런
데이지 꽃 화과자가 완성된다.

색소와 고명틀, 모양 만드는 방법을 조금씩 달리하면
도라지꽃, 국화 등 다양한 꽃 모양을 만들 수 있다.
헝겊과 가는 체를 이용하면
자연스러운 모양과 디테일한 고명을 만들어
화려하면서도 맛깔스러운 화과자를 만들 수 있다.


2장에서는 고나시와 비슷하지만 반죽이 훨씬 부드러워
모양내기가 비교적 수월하고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일품인
클래스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네리끼리'를 만든다.

네리끼리는 춘설앙금보다 묽은 백옥앙금을 사용한다.
역시 네리끼리 반죽 만들기로 시작한다.
틀을 잡거나 모양을 내는 것은 고나시와 거의 동일하다.
네리끼리는 부드럽기때문에 그라데이션을
많이 사용하는데 자연스러운 멋이 더욱 화려하고 입맛을 자극한다.

3장에서는 투명한 광택이 탐스러운 '셋뻬' 를 만든다.
한천을 이용해서 투명양갱을 만드는데
다양한 색소를 사용해서 더욱 먹음직스런 색감을 낼 수 있다.

Sky Blue 색소를 넣어 만든 투명양갱과
색소를 넣지 않은 투명양갱을 함께 깍둑썰기한 후
기본 베이스인 모찌 위에 올리면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화려한 보석함이 완성된다.

삼각봉으로 모양을 살짝 만들고
색소를 넣은 투명양갱에 올려놓고 굳힌 뒤
Lemon Yellow 색소를 넣은 고명을 얹으면
화사하고 먹음직스런 제비꽃이 탄생한다.

4장은 절편이다. 쫀득한 식감도 매력적이지만
화려한 치장으로 무한변신이 가능하다.
동네 떡집에서 사먹던 바람떡이 이렇게 화려해질 수 있다.
어떤 모양을 만들어도 은은한 색감의 우아함이 풍긴다.

절편만큼이나 다양한 변신에 놀란 것은 5장의 '송편'이다.
흰색, 쑥, 분홍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송편이
화려하게 재탄생한다.
말차, 청치자, 단호박, 비트, 백년초 등 천연색소로 색을 낸 송편은
비주얼 뿐만 아니라 은은하게 퍼지는 향도 일품이라고 한다.
송편 역시 반죽 만들기부터 시작한다.
송편 소를 만들고, 모양을 만든 후에는 찌기의 과정이 추가된다.


모양과 재료 모두 색다르게 느껴졌던 포도 송편.
포도 알갱이 속에 잣을 넣어서 톡톡 터지는
재미있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포도 한 송이 당 3~5개를 넣는 것이 맛의 포인트.
그외에도 감, 밤, 호박 등 다양한 모양의
먹음직스런 송편을 만들어볼 수 있다.
통역, 영어 강사 등 영어 관련 일을 하다
우연히 화과자를 알게 되어
일본의 화과자 명인을 찾아가 전수를 받았다는 그녀.
온수조차 나오지 않는 5평도 되지 않는 조그만 공방에서
오로지 열정 하나로 수천 번의 연습을 거듭하며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금도 자연을 화과자에 담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에 소개된 화과자에서도
자연과 정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의 엄마는
딸에게 '음식은 정성'이라는 그 흔한 말로 잔소리를 한다.
그 정성이 고스란히 음식으로 들어가 맛을 내고
먹는 이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이리라.
영화를 보면서 이 책이 떠올랐던 것은
어쩌면 자연의 모습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그 '정성'의 공통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