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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 - 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하게 되는 그림책 치유 카페
김영아 지음 / 사우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새로 시작한 일이 어느덧 1년이 되어가고 있고,
이제 곧 런칭을 앞두고 있다.
급격한 피로감이 몰려온다.
아니, 피로감이 밀려올까봐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잘하려고, 완벽해지려고(어림도 없는 얘기지만)
긴장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끝없이 나를 괴롭히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제는 즐기자고, 쓸데없는 욕심은 버리자고 다짐하건만
하루에도 수없이 눈을 감고 평정심을 찾아야 할 만큼
수많은 혼란과 갈등이 폭풍우처럼 마음 속을 헤집어 놓는다.
책을 읽는 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럴 때면 참 좋은 행위같다.
현실의 상황 속에서 잠시 나와
책 속의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기에.
그리고 내 속에 있던 말들을 쏟아내며
복잡한 상황에서 한 발짝 떨어질 수 있기에.
요즘 그림책과 관련된 책을 부쩍 많이 읽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잠시 현실을 놓고 편안히 들어가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함인 것이다.

[내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을 읽은 것은
더 적극적인 쉼, 치료의 행위였다.
꽤 오래 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마침표를 찍은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꾹꾹 눌러가며 읽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독서치료를 하고 있는 저자는
수많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직면의 수단으로 그림책을 선택했다.
"나는 오랜 시간 책을 상담에 활용해왔다. 책은 그저 읽는 것만으로 자신을 직면하게 해준다. 내담자는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감정을 이입하거나 그 인물이 처한 상황에 스스로를 대입하며 억눌린 감정을 분출한다. 이와 같은 카타르시스는 치유 과정에서 무척 중요하다. 그렇게 자기 안에 담긴 감정의 정체를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p.12 <프롤로그 中>
이런 원리는 몰랐지만
그림책을 보면서, 혹은 책을 읽고 감상을 쓰면서
감정을 표출해온 것이 스스로 치유를 해보고 싶은
본능이 아니었을까 싶다.
저자는 말한다.
'회피한 문제는 언젠가는 다시 나타난다'고.
끝없이 피해다니고 있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요즘,
어디서부터 풀어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지만
저자의 도움을 받아 하나씩 도전해보기로 했다.

1장 '토닥토닥 내 안의 내면 아이 안아주기'에서는
두려워하고 혼란스러워하면서 불안에 떨고 있는
내면의 아이를 알아주고 위로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출처 : 비룡소>
황선미의 『빈 집에 온 손님』을 보면서
저자는 아홉 살 혼자 동생을 돌보며 엄마를 기다려야 했던
힘겨웠던 시간의 어린 '나'와 마주한다.
비오는 날 늦어지는 엄마의 귀가에
어린 저자는 버림 받았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었다.
길이 막혀 늦었다며 바쁜 저녁준비를 재촉하는 엄마에게서
받은 상처는 어른이 된 저자의 가슴 속에
고스란히 남아서 웅크리고 있었다.
『빈 집에 온 손님』은
할머니댁에 간 엄마 아빠를 대신해
두 동생을 돌보는 여우의 이야기다.
비오는 날 강가 근처 빈 집에서 놀다가
애착 대상인 담요를 두고 온 동생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칭얼대자
달래고 달래다가 결국 담요를 찾으러 가는 맏이 금방울.
그곳에서 공포의 대상을 만나며 번번히 실패하지만
결국 담요를 찾아서 집으로 온다.
"내 마음을 흔든 장면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겁에 질려 놀란 눈으로 서 있는 둘째 곁에서 막내를 업은 채 어떻게든 달래보려는 맏이 금방울의 모습. 그 그림을 마주했을 때 나는 갑작스레 떠오르는 오래 전 내 모습에 한동안 먹먹했다.
-중략-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밤이면 엉엉 울며 엄마를 찾아다니던 서러움이 문득문득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눈시울이 붉어지고 만다.
동생을 업고 있는 금방울을 보았을 때 나는 옛날로 돌아가 여덟 살 김영아를 만났다. 동생을 달래면서도 속으로는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어찌하지 못했던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너도 무서웠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동생들을 챙기고 있지만 너도 어린 아이였잖아, 라고 토닥였다. 그것은 내가 그림책을 읽으며 얻은 가장 최초의 위로이자 따듯한 치유였다." ---p24~30
저자는 그림책과 사례 뿐만 아니라
심리학적 해석과 분석을 함께 해줌으로써
그 상황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심리학 용어나 이론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주니
왜 그같은 행동을 하게 되는지 납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각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세 개의 발문을 실어 독자 스스로 답을 해나가면서
자신을 탐색해갈 수 있는 '마음 성장 노트'를 마련해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주제를 가지고 좀더
생각하고 접근해볼 수 있는 '함께 읽으면 좋은 책'도 소개해준다.
2장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하는 법'에서는
수치심, 강박장애, 외모 콤플렉스, 열등감과 같은
상처들로부터 나를 끌어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법을 연습한다.
'부족한 나를 인정하는 힘'에서 저자는 『블랙 독』을 소개한다.
<출처 : 북스토리>
어느 날 갑자기 호프 아저씨네 나타난 검은 개.
이 검은 개를 본 호프 씨부터 아내, 아들, 딸들은
각자 자신의 마음 속 공포감의 크기로
호랑이, 코끼리, 공룡, 털북숭이 괴물에 비유한다.
커지는 공포감에 다들 불도 끄고 이불 밑으로 숨어
벌벌 떨지만 꼬맹이는 가족들의 만류에도
현관문을 열고 나가 검은 개의 실체와 대면한다.
<출처 : 북스토리>
꼬맹이의 뒤를 따르던 검은 개의 몸집은 점점 줄어든다.
멀쩡하게 들어온 꼬맹이를 보고 놀란 가족들은
고양이 문을 통과할 정도로 작아진 검은 개를 보고
다시 한 번 놀란다.
"인생에 있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을 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사람이 꽤 많다. 저 산을 넘으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잘 알면서도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왜 그럴까? 한없이 작고 초라하며 무력한 자신을 마주할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중략-
결국 어른다움이란 '괜찮은 나'와 '부족한 나'를 모두 나로 인정하고 통합하는 것이다. '괜찮은 나'만 앞장세우거나 '부족한 나'에 집중해 절망한다면 '진짜 나'를 알지 못한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어떻게 내 문제를 해결하고 내 인생을 관리하겠는가. 전신은 아이의 단계에 멈춘 채 몸만 자란 사람이 많은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p.111~112
3장 '함께여서 더 어렵고, 함께여서 더 쉽다'에서는
소통의 어려움, 타인의 시선, 미움과 질투 등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다룬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이자 숙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는 늘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알겠지.
왜 저렇게 말을 할까.
귀찮다...그냥 참자.
안보면 그만이지.
관계에 대해서는 참 게으르고 소극적인 편이다.
내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는
상대를 원망하거나 다 그렇지 하고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어차피 타인이라고 생각하며 관계를 포기해버린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야 안심이 되는
딜레마가 늘 무겁게 짓누른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견고한 성도 변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타인과의 소통을 게을리 해왔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출처 : 웅진씽크빅>
『안녕, 친구야』는 한겨울 깊은 밤에
잠이 깬 아이가 집 잃은 아기 고양이의
엄마, 아빠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이다.
개, 쥐, 검은 고양이에게 고양이 부모의 행방을 묻는데
이들은 고양이를 만나면 안된다고 얘기한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 이유도 모른채.
이들은 아이의 '왜?'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을 통해
비로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제각기 다르다. 그러니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사람이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있는 까닭은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을 단번에 바꿀 수는 없다. 모두의 마음에 들도록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없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전할 수 있으며, 상대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들을 때 소통은 시작된다. 그것이 자기와 상대, 상황을 고려한 방식이라면 상대와의 관계는 한결 매끄러워진다." ---p. 165~166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존재는 다른 존재와 부딪히며 자신을 돌아보고 이전과 다르게 소통함으로써 한 뼘 성장한다. 저자는 『안녕, 친구야』가 자신의 아이에게 주는 첫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책의 이야기는 매일 다양한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으로 관계에 상처받고 헤매는 어른들, 몸은 다 자랐지만 '여전히' 성장이 필요한 이들에게 격려를 건네고 싶다." ---p.166
관계를 피곤해하며 움츠러든 내 모습이
개, 쥐, 검은 고양이에게 그대로 투영된다.
관성으로 그렇게 소통을 외면하고 두려워했는지도.
이제 나 스스로에게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져야겠다.
"왜?"라고.
아직 '마음 성장 노트'는 텅 비어 있다.
나의 내면과 직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커다랗고 흉즉한 개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키워 온
두려움과 공포가 불도 끄고, 커튼도 치고,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가 꽁꽁 숨어버린지
너무 오래되어 나가는 법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우선 그림책을 찾아 읽고...
주춤거리는 마음을 다잡고...
그렇게 첫 칸부터 채워나가기 시작해야겠다.
언젠가는 현관문을 벌컥 열고 뛰어나갈 수도,
두려움에 피하던 산도 너끈히 넘어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