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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영화관 - 내 아이와 함께하는 영화 보기, 세상 읽기
강안 지음 / 궁리 / 2017년 4월
평점 :
아이들이 커가면서 좋은 점 중의 하나는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영화보다는
주로 만화나 어린이용 프로그램을 함께 봐주는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그야말로 같이 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세월의 간극만큼 다른 점도 있지만 양극단의 각자 취향을
제외하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통분모가 꽤 된다.
특히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은 몇 번을 거듭해
봤고,
올초 개봉했던 <너의 이름은>은
3번이나 영화관에 함께 가서 열광했었다.
책과는 또 다르게 영화는 동시간에 함께 보고
감동이 생생하게 남겨져 있는 상태에서
공감할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
그렇게 아이들과 주말이면 함께 보곤 하는데
영화가 감동적으로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면 뭔가 얘기를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막상 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재미있다, 재미없다 외에 좀더 풍성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주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더불어 어떤 영화를 선택해야 할 지도
고민거리였다.

[엄마의 영화관]이 눈이 번쩍 띄었던 것은
바로 그런 목마름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영화, 독서, 여행으로 키웠다는,
아마도 누구나 꿈꾸는 교육의 로망을 용기있게 해낸
저자의 노하우가 녹아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를 처음 알게 되었지만
저자는 이미 다수의 책을 집필했고,
남편과 함께 <청소년을 위한 추천영화 77편 1,
2>라는 책을
출간한 바가 있었다.

이번 책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보고,
얘기를 나눠볼 수 있는 영화로 주제를 잡았다.
총 5부로 구성되어 있고,
1부에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주 가까운 타인, 가족을 보다"라는
부제가 선명하게 드러내는 '가족'에 대한 영화들이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가깝지만 먼 존재, 가족.
어쩌면 이 책의 대표하는 테마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생물학적 가족 뿐만 아니라 함께 삶을 영위해가는 타인까지
다양한 가족들의 양태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각자의 삶의 방식대로 살면서 흩어졌던 가족들이
엄마의 시한부 판정을 계기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이별까지 7일(감독 이시이 유야)'은
익숙하고 전형적인 포맷이지만
가족의 변화를 그려내는데 이만큼 적합한 형식은 없지
않을까 싶다.
하나의 영화가 끝날 때마다
'영화를 보는 몇 개의 시선'이라는 제목의 팁박스를
통해서
이 영화를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눌 주제를 제시한다.
"1. 가족이란 당연히 함께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놓치는 것이 많다"고 한 감독의 말에
동의하나요? 왜 그렇지요?
2. 가족의 민낯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다양한 예를 들어 얘기해볼까요?
3. 행복의 가치와 기준은 무엇일까요?" ---p.24

거창하게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에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이렇게 포인트만 짚어가며 관련된 얘기를 나눈 것만으로
충분할 것 같다.
큰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시작도, 유지도 어려운
법.
즐겁게 보고, 편안한 마음으로 가볍게(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얘기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진정한 '식구'라는
의미를
음식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보여주는 영화,
'바베트의 만찬'(감독 가브리엘 악셀)은 그래서 더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꼭 보려고 먼저 손꼽은 영화 중에
하나이다.

2부는 삶의 무게만큼이나 진중한 '사랑'을 주제로 담고
있으며,
3부는 '내 아이와 함께사는 세상읽기'라는 부제처럼
복잡하고 다면적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얘기한다.
4부는 난민, 전쟁과 같은 더 큰 주제의 세상을
얘기하고,
5부는 삶과 죽음, 인생에 대해 다룬다.

제 3세계의 영화부터
'우리들(감독 윤가은)'과 같은 최근에 개봉된
독립영화까지.
국적과 장르를 막론한 각 주제들로 응집된
다양한 영화를 맛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인생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영화들을 만나게
된다.
사실 그런 영화가 다수이다.
그럼에도 그런 영화가 필요한 이유는
그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야 말로
인생을,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워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와 함께 보고 싶은 영화가 많아져서
마음이 두둑하고 부자가 된 기분이다.
오히려 어떤 영화를 먼저 볼 것인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