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아] 를 처음 봤을 때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깔끔한 표지가 더 마음에 들어왔다.
그런데 가만히 표지의 일러스트를 들여다 보니 모두 슬픈 가면을 쓴 채로
서로를 보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마치 내 마음의 표정같은.
어쩌면 표지의 표정보다는 더 슬프고 힘든 표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우연찮게 찍혀있는 사진의 내 모습을 보면
과연 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고 힘들어 보인다.
물론 가족이나 친구같은 개인적인 관계에서도 힘들고 지치는 경우가 있지만
목적이 분명한 회사에서 맺어진 관계에서 오해와 갈등, 반목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벌써 2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그럼에도 늘 새롭고 힘든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새로운 경험도 아닌데 또 힘들고, 익숙한 상황인데도 여전히 어렵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마음을 내려놓고 싶어도 쉽사리 초연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지금은 반쯤 자포자기하 마음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인간이 혼자 살 수는 없는 존재인데,
계속 회피만 해가는 것도 답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해서도 피하지 말고
정면 돌파를 해서 이겨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되뇌이고 있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나같은 경우는 주위에서 오해를 해서 힘든 것보다는
나를 그대로 드러내지 못해서 겪는 어려움이 컸다.
그것도 오해라면 오해일 수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인간관계에 소극적이 되면서
굳이 나를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수동적이 되고, 그렇게 관계를 만들다 보니
주위에서 오해를 하는 경우가 생겼던 것이다.
내가 원인을 자초했고, 이유도 알기 때문에 그것이 고민이라기보다는
이런 인간관계의 피로감을 극복하고, 편안하게 관계를 맺어야겠다는
필요성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차단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위와의 관계맺기가 계속 좌절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나도 모르는 여러가지 작동 원리에 의해서 나도, 상대방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24시간 쉴새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는 거의 모르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처음에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생각하는 나가
왜 다른지부터 시작한다.
실질적인 예와 쉽게 쓰여진 문체 덕분에 책장은 술술 잘 넘어간다.
그럼에도 핵심적인 내용을 챕터가 끝날 때마다 정리해두고 있어
포인트를 파악하기가 더욱 쉽다.
그리고, 상대를 인식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이유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 편향', '초두효과' 등 심리학적인 면에서
우리가 왜 상대를 인식하기 귀찮아하는지에 대한 학문적인 해설을 내놓는다.

그리고 인식의 두 가지 단계를 설명하는데,
나도 모르게 작동되고 있는 이 두 단계를 꽤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그만큼 우리가 타인을 인식하고, 나를 인식시키는데 아주 중요한 매커니즘인 것이다.
이 인식의 단계에서 우리 눈에 씌여지는 '신뢰 렌즈', '힘 렌즈', '자아 렌즈'는
인식의 단계를 더 나아가지 못하게 방해하기도 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원리를 알고,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는 지 일단 알게 한 후에,
저자는 '서로를 정확하게 잘 이해하는 길'을 제시한다.
타인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라
공정해지겠다고
다짐하라
확증 편향을
주의하라
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막상 내용만 보면 너무 간단해보이지만 우리 인식의 작동 원리를
알고 보면 결코 쉽고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나를 이해하는 방법 역시 간단하지만 쉽지 않다.
그럼에도 왜? 라는 것을 알고, 그 방향으로 가는 것과
원리를 모르고 불안해하며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헤매며 가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당장 적용해서 관계를 모두 정상화 시킬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인식을 하고 있고,
상대는 어떻게 인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식이 있는 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는 있을 것이란 희망은 있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