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 불확정성의 과학을 열다 작은길 교양만화 메콤새콤 시리즈 4
이옥수 지음, 정윤채 그림 / 작은길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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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학의 역사와 관련된 책을 읽었었다. 고등학교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책으로 수학사와 학자를 중심으로 그들이 찾고 만들어낸 수학 이론을 살펴보면서 왜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 교과 과정 속에서 나온 공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오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여러 단계의 발전을 거쳐서 현재의 모습이 되었듯 수학 이론들 역시 수학 학자들의 끈질긴 노력과 열정으로 발견하고 만들어져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역사와 학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모래알처럼 흩어져있는 이론들의 발전 단계를 보여주니 그토록 힘들고,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수학 공식들이 감동적이고 아름답게 보였다. 물론, 다시 되돌아가서 수학 공부를 하라고 한다면 여전히 힘겹고 지겨울 것이다. 그러나 그 눈물나는 탄생의 과정을 알게 된 이상 그들의 유산을 지켜내고 이해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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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을 읽고 싶었던 이유 역시 그 수학책을 읽은 이유와 같았다. '양자역학'이라는 넘사벽의 분야를 '하이덴베르크'라는 학자의 일생을 통해서 접근하다는 책소개를 읽고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학창시절 수학만큼 싫어했고, 어려워했던 물리를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나 '양자역학'이라는 개념을 알고 싶었는데 이론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읽을 엄두가 나질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이 책은 '만화'라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 문외한이 나에게 그나마 접근할 용기를 주었다.

 

만화라는 형식에 하이젠베르크라는 학자의 일대기라는 포맷으로 풀어냈어도 결코 쉽지만은 않다.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할지라도 어쨌든 다루고 있는 이론이 간단하게 이해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2~3번 정도 반복해서 읽고, 책의 말미에 소개한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을 추가로 읽어본다면 미약하나마 개념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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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내용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들에 고개가 내내 갸우뚱거렸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어 내려가는데는 어려움이 없다. 심지어 술술 읽힌다. 이 무슨 이율배반적인 이야기인가 싶지만 실제로 그렇다. 일단 이론은 그런가보다 하면서 한번 본 것으로 만족하고,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읽으면 '하이젠베르크'라는 천재적인 학자의 열정, 끈기, 뚝심이 보인다. 세상의 그 어떤 보상보다도 '알고 싶다'는 그 열망으로 노력한 학자의 땀과 노력이 그대로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동료 학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때로는 반목하며 대립하고 하는 과정들은 흥미진진하면서도 감동과 경외심이 든다.

 

지금의 기술이라면 바로 확인 가능한 것들이지만 당시로는 윤곽조차 잡기 어려운 것을, 마치 깜깜한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찾아가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 마치 기계로 찍어낼 수 있는 것을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고 있는 것처럼. 그럼에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눈으로 확인할 수도, 증명하기도 어려운 양자역학의 개념을 온전히 손으로 증명해보이려 했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한다. 세기의 천재로 불리는 아인슈타인도 끝내 인정하지 않았던 그 개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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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을 겪으면서 자신을 비롯한 과학자들이 평생을 걸쳐 연구한 원자물리학이 26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괴물같은 무기가 되는 과정을 눈으로 지켜보면서 절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학문에 대한 그의 열정은 패전국 독일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사그라들지 않았고 죽을 때까지 그 끈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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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어려운 과학 이론을 빼더라도 하이젠베르크라는 열망이 가득했던 한 과학자의 일생을 조망해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하늘이 주신 재능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과학'이라는 학문으로 맺어진 인연들과 끊임없이 토론하고 치열하게 연구해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낯설었던 과학이라는 영역이, 과학자들이, 한뼘은 다가온 것 같다. 수학의 역사와 수학자들을 통해서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꼈던 것처럼, 이 책을 통해서도 과학이라는 신비한 세계를 조금은 맛본 느낌이다. 그들의 땀이 얼룩진 아름다운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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