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김선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책을 받고 정말 한참을 읽지 못했다.

그동안 켜켜이 쌓아 온 무수한 상처들.

마주하기가 버거워 외면하고 회피하고 억눌렀던 문제들.

점점 무겁고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내 모습을 마주하기가 겁났다.

그렇지만 이제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려울 것 같았다.

아니, 내 감정을 이제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를 보기로 했다.

 

스스로는 그래도 아직은 건강할거라고 위로하고 있지만,

그렇게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고 있지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이제는 눌러지지도 않는 감정들에

당황스러울 때마다 더 이상은 안되겠구나,

이제는 버틸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한계를 느껴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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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스로 그런 버거운 마음을 내려 놓을 수 있는,

상처를 꺼내고 말려서 아물게 하는 자기 치유를 도와주는 책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혼자 할 수 있다는 점이 끌렸다.

정말 한계선을 넘어서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나 혼자 해볼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래서 책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런데....그런데...

꺼내기가, 마주하기가 두려웠다.

몇 번을 열었다, 덮었다를 반복했다.

종이에 쓴다는 것.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니다.

누가 보지도 않을 것이며,

쓰고 찢어버리거나, 정 찝찝하면 태워버려도 된다.

그럼에도 적기가 너무도 힘들다.

내가 옮겨적는 순간 이미 지나간 그 일이, 부정하던 그 일이,

사실로 굳어질 것 같다는 괴로움이 나를 짓누른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일임에도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가 그렇게 힘들고 어렵다.

 

그렇게, 그렇게 몇 번의 망설임을 뚫고,

드디어 용기를 냈다.

어설프게나마 끄적대기 시작했다.

 

책은 5단계로 되어 있다.

받아들이기->이해하기->변화하기->구체화하기->극복하기

각 장은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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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명화를 본다.

<그림의 힘>의 그림이 위안과 힐링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 책에서의 그림은 좀더 깊은 상처와 치유가 목적이다.

그래서 어둡고 힘겨운 그림들이 많다.

일단 넋을 놓고 그냥 그림을 바라본다.

때론 그림에 대한 안내글을 먼저 본 후 그림에 빠지기도 한다.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는 그림도 있고,

아득하게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는 듯한 그림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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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후에는 각 단계별로 트라우마를 어떻게 이해하고,

나에게 적용시킬 것인지 심리학적으로 설명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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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직접 표현을 해보는 작업을 통해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트라우마, 상처들을 꺼내어 대면하고 없애기 위한 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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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활동을 하고 마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실제 상담을 했던 내담자들의 사례를 통해서

표현된 상징이나 그림들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해석해 보여준다.

이러한 활동 후 한 후 내담자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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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두번 째 난관은 용기를 내어 꺼내보았지만

쉽게 형상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슴 속에서는 뭔가 표현해보고 싶지만

피상적으로만 표현되거나 같은 형태의 그림만 반복된다.

앞으로 나아가거나 솔직하게 표현되지 않는 것 같은,

마치 가슴 속에 차단막이 있어 나오려는 것을

막고 있는 듯한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점점 뒤쪽으로 갈수록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표현해내는게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상처도 상처지만 어쩌면 감정을 표현하는게

서툴고 낯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처음 걸음마를 떼는 아이처럼

한발 한발 감정을, 내 상처를 들여다 보고,

어루만지고, 용서하고, 보듬어주었다.

 

가장 시원했던 순간은,

분노의 감정을 종이에 적고 실제 구겨보고

그 구겨진 종이를 응시해보는 과정에서 였다.

이 작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가슴이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뭔가를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조금은 급하게 진행하다보니

충분히 내 상처를 인식하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들었다.

서툴러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 과정은 한 번으로 끝나기는 어려울 듯 싶다.

다시 한번 천천히...

그리고 진짜 내 상처를 제대로 꺼내서

속시원히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야 할 것이다.

 

어설펐지만 처음 용기를 내어 도전하면서

나는 다시 한번 더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어쩔 줄 몰라했던 그 수많은 생각들을

이만큼이라도 표출해볼 수 있었다는 것에 너무도 감사했다.

<그림의 힘>에서 얻었던 위안도 너무 좋았지만,

뭔가 좀더 깊이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었다.

그런 아쉬움이 나만 있었던 것이 아닌가보다.

이렇게 치유의 공간을 제공해 준 저자에게

정말이지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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