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범의 방학 공부법 박철범 공부법
박철범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박철범의 '하루공부법'을 알게 된 건 큰아이때문이었다. 교육계통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각종 '공부법'에 관한 책들이 집에 널려있음에도 굳이 자신의 용돈으로 시리즈 2권을 구입해서 형광펜까지 쳐가면서 읽는 것이었다.

'공부'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의 책을 읽어보면 사실 접근방법이나 형식의 차이가 있을 뿐 핵심은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또다른 새로운 책을 사기보다는 실천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터였기때문에 딸아이의 책장에 꽂혀있던 그 책은 들춰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보통 단권으로 마무리되는 다른 공부법책과는 달리 저자의 책은 계속 시리즈처럼 출간되는 것에 약간 의아했다. 그만큼 독자들이 많이 찾는가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살짝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학'동안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방학을 앞두고 갑자기 학원을 끊겠다고 선언한 둘째때문에 골치가 아프던 차에 '방학공부법'이라는 제목은 내 시선을 잡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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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범의 방학공부법]은 이렇게 어느때보다 불안한 상황에서 보게된 책이었다. 그리고 막연한 생각들이 정리가 되었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실질적인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 자신이 성적의 수직상승을 경험했을 뿐아니라 그 출발선이 바로 고1때의 방학이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생생한 경험과 노하우가 그대로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공부를 하고 싶지 않은' 아니 '하고 싶긴한데 잘 안되는' 아이들의 심리를 너무도 잘 알고 있고, 그에 대한 처방을 현실적이고 명쾌하게 제시해준다. 공부를 못해보기도 하고, 잘해보기도 했던 두 가지 상황을 모두 경험한 지라 딱 그 상황에 맞는 정곡을 찌르는 멘트들을 날림으로써 아이들 스스로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폐부를 찔린 아이들은 곧바로 저자의 말에 수긍하게 된다. 왜냐, 바로 서로 공유한 경험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제시한 저자의 방법에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당장 실천에 옮기는 것도 완벽하게 수행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앞뒤가 막막한 상황에서 확실한 '기준'이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고 때론 좌절하더라도 계속 앞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직업 경험한 선배의 확실한 조언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강한 믿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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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방학'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다루는 1장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부해야하는 지를 다룬 2장, 이렇게 크게 두 가지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공부방법도 물론 흥미로웠지만 방학에 대한 구체적인 궁금증과 흔한 실패의 원인을 사실적으로 분석한 1장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집어든 시점의 고민으로 돌아가서 그럼, 학원을 끊겠다고 선언한 둘째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할까? 이런 고민 해결 요청이 많았나보다. 그 고민의 그대로 처방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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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겠다. 중학생은 방학에 학원을 나가는 것이 좋다. 반면 고등학생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방학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무엇을 공부하느냐'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얼마나 늦잠을 자지 않을 수 있느냐', '얼마나 게으르지 않을 수 있느냐'에 좌우되는 것이다. 이 말이 정말로 맞는 말이라는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보냈던 방학들을 떠올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중학생의 방학을 생각해 보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방학에는 학교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몇 시에 일어나든 상관없는 삶이 펼쳐진다. 그런 상황에서는 늦잠을 자주 자게 되고, 학생 본인은 '나는 왜 의지가 부족할까?'라고 자책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다. 아침에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폐인이 되기 마련인 것이다. 전교1등이든, 꼴찌든, 아이든, 어른이든 마찬가지다. 그러니 자신의 의지 부족을 자책할 필요는 없다.

-중략-

아침 일찍 일어난다는 것 말고도 중학생에게 방학 동안 학원을 추천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중학생들은 아직까지는 의지가 약해서, 방학동안 공부 계획을 스스로 세우고 실천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원처럼 정해진 진도를 매일 나가고 거기에 맞춰 숙제도 꼬박꼬박 해야 하는 시스템 속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 오히려 공부하기에 더 편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부분이다." ---p.33~34

 

좀 길게 인용했지만 중학생 아이와 함께 상의해 볼 좋은 근거를 제시해주었다. 물론 이번에는 강한 의지를 보여 어쩔 수 없이 일단 수용을 하고 새학기에 다시 고민하기로 결론을 내렸지만 방학의 절반이 지나간 지금, 역시나 아이는 저자의 예언을 그대로 실천중에 있다. 아직은 고집을 부리고 있어 좀더 지켜보고는 있지만, 곧 다시 협상을 해야할 듯 싶다.

 

고등학생이 되는 큰아이는 이 책을 누구보다도 반가워했다. 그리고 읽으면서 깨달음을 얻은 부분은 바로 자신이 늘 고민하는 문제였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자칫 늦어지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이런 경우 가야할까, 아니면 그냥 포기해야할까? 흔한 실패 원인에서 저자는 단호하게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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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지금이라도 도서관에 가는 것이다. 거기 가서 30분이라도 공부를 하는 것이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할지 알고 있다. 솔직히 그건 좀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어차피 지금 가 봐야 밤 9시에나 도착할 것이니, 공부는 1시간밖에 하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지금 나보고 그 1시간을 공부하자고 길거리에서 왔다 갔다 2시간을 허비하라는 말인가?

그렇다. 그렇게 하라는 말이다. 너무하다 싶겠지만 당신이 왜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깨닫는다면, 당신은 시간관리의 원칙들을 모두 깨달은 것이다.

-중략-

어차피 지금 공부를 시작해 봐야 조금밖에 못 하니까 그냥 내일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고? 아마 내일도 제대로 못할 것이다. 왜냐면 오늘 놀았던 여파가 내일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놀았던 기억이 내일까지 남아서, 내일 계획한 그 공부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흐름을 끊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 하루가 단 30분밖에 남지 않았더라도 일단 도서관을 가라는 것이다. 실천해 보라. 인생이 완전히 달라진다. 가서 조금이라도 공부를 하면, 마음이 완전히 새롭게 바뀐다." ---p.101~102

 

2장에서 소개한 공부법 역시 심플하면서도 체계적이다. 물론 처음에는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같다. 시간관리만큼이나 공부하는 습관 역시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제시한 방법대로 실천하려고 노력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방법은 시작이 거창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단지 단계적으로 나아갈 실천적 의지를 키울 것인가가 관건인 것이다. 저자가 왜 60만 청소년들이 선택한 대표 공부 멘토였는지 이 책을 읽어보니 알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큰 아이의 책장에 꽂혀 있는 2권의 책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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