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6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6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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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가 매년 발간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늘을 살기에도 바쁘고 힘든데 내년 트렌드를 안다한들 뭐가 달라질까 하면서 한시적인 책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흘려 버렸었다.

 

그러다 작년부터 열심히 듣기 시작한 '이동진의 빨간 책방'의 방송 중 재작년 말쯤에 방송된 [트렌드 코리아 2015]와 관련된 방송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비로서 이 책에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2015년을 훌쩍 넘겨버린 상태라 그때 책을 보기는 그렇고 해서 2016년 책이 나오면 꼭 읽어보리라 결심했었다.

역시나 올 해도 이변이 없이 [트렌드 코리아 2016]이 출간되었다.

 

 

책의 형식은 매년 동일한 것 같다. 일종의 AS처럼 작년에 예측했던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먼저 뒤돌아본다. 무책임하게 던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간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처럼 2년의 트렌드가 계속 맞물려서 진행된다.

 

 

가장 특징적이면서도 신선한 점은 2016년을 예측하는 소비트렌드 키워드 10가지를 뽑아 알파벳 앞자를 따서 하나의 상징적인 핵심 키워드를 만들어 제시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 키워드는 그 해의 십이간지 동물로 연결하여 만들어낸다. 씨줄과 날줄을 조합하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어쨌든 이것 역시 매년 반복되는 패턴이다.

 

2016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MONKEY BARS'이다. 붉은 원숭이의 해, 원숭이의 재치와 날렵함으로 침체의 수렁을 건너뛰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학교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볼 수 있는 몽키바, 즉 구름다리를 원숭이처럼 민첩하게 건너지 않으면 끝없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경고처럼 들린다.

 

 

이렇게 제시된 2016년 10대 트렌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Make a 'Plan Z' '플랜 Z', 나만의 구명보트 전략

Over-anxiety Syndrome 과잉근심사회, 램프증후군

Network of Multi-channel Interactive Media 1인 미디어 전성시대

Knockdown of Brands, Rise of Value for Money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

Ethics, on the Stage 연극적 개념소비

Year of Sustainable Cultural Ecology 미래형 자급자족

 

Basic Instincts 원초적 본능

All's Well that Trends Well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Rise of 'Architec-kids' '아키텍키즈', 체계적 육아법의 등장

Society of the Like-minded 취향 공동체

 

2015년 소비트렌드로 꼽았던 햄릿증후군, 감각의 향연, 옴니채널 전쟁, 증거중독, 꼬리, 몸통을 흔들다, 일상을 자랑질하다, 치고 빠지기, 럭셔리의 끝, 평범, 우리 할머니다가 달라졌어요, 숨은 골목 찾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맥락이다.

 

실속있게 소비를 하되, 남의 눈에는 있어 보여야 하고, 장기 침체로 인한 근심과 불안은 더해질 것이며, 이러한 현실을 잊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것인 것들을 찾게 될 것이며, 개성을 살린 소규모, 세밀화 된 취향으로 변화되어 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어제와 오늘의 분리가 분명하지 않은 것처럼 문화나 소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기때문에 이 책은 이미 존재해왔거나 나타난 현상이었어도 연속된 선상에서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시기의 패턴을 잡아내 이를 바탕으로 다음의 소비트렌드로 꼽는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큼 사회 현상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충분히 공감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감탄한 것은 제시된 트렌드를 뒷받침하는 근거로서의 자료들이다. 한 사람의 필자가 쓴 것은 아니겠지만 그 사례와 근거는 정말 현실적이고, 섬세하며 방대하다. 경험을 해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경험한 부분을 읽을 때면 어떻게 이렇게 디테일하게 꼭 필요한 자료를 다루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나머지 몰랐던 부분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책의 맨 뒷장에는 200여 명의 집필진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다. 이들이 1년 동안 1,000개가 넘는 키워드를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써 10개의 트렌드 키워드를 도출해낸다고 한다.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방대하고 풍부한 자료는 이렇게 장기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애쓴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스치듯 지나온 1년을 덕분에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다시 되새김질할 수 있었다.

 

 

더불어 다음 장에는 [트렌드코리아 2017]을 위한 트렌드헌터그룹 'Trenders 날 2017'을 모집하는 광고가 실려 있다. 내년 역시 단단한 분석과 평가, 예측을 기대해볼 수 있을 듯싶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서문에 인상 깊은 내용이 있었다.

 

"전년도 [트렌드 코리아 2015]의 서문에서 "관건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이 서문을 쓰고 있는 시점까지 미국은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 연내에는 금리 인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우려했던 외화 유출의 쓰나미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도대체 얼마나 상황이 좋지 않기에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가?"하는 탄식이 그 우려를 대신하고 있다. 2016년에도 이러한 딜레마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올리지 않아도 걱정이다." ---p.5

 

내가 이 책을 읽는 시점에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연내에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은 다시 수정이 필요해졌다. 각종 매스컴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우리나라에 미치게 될 여파를 분석하고 대비책을 제시하느라 분주하다.

 

완벽한 예측이 없듯, 어쩌면 완벽한 대비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자료와 통계를 통해서 추측해낸 결과는 컴컴한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가는 우리에게 희미하게나마 앞으로의 경로를 보여주는 방향등 역할을 해준다.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내 주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보여주는 지도와 좌표의 역할만으로도 망망대해같은 오늘을 살아가는데 충분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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