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다가온 우리 신화

만화 한국 신화 1 - 천지왕, 하늘과 땅을 열다
구명서 지음, (주)미디어러쉬 그림 / 작은박물관 / 2005년 11월

지금도 그렇지만 한 때 초등학생의 손에 만화 그리스 로마신화가 하나씩 들려 있는 것을 보면서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을까? 궁금해했었다. 발음도 어려운 신의 이름을 줄줄 꿰는 것을 보면 분명 아이들을 빨아 들이는 매력이 있을 것인데 그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분명 만화라는 형식이 가져다 주는 접근의 용이함 때문일 것이다.
만화라는 형식은 내용의 깊이있는 전달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생각만 해도 복잡하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대중에게 친숙하게 한 공로는 분명히 있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형식으로 우리의 것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 '만화 한국 신화'가 바로 그 의문에 도전한 책이 아닐까 한다. 그리스 로만 신화 만큼이나 접근하기 어려운 우리의 신화를 좀더 친밀한 매체를 통해서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도 학자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문맥을 짜맞추고, 다듬은 것처럼 조각 조각 전해지는 우리의 신화도 작가에 의해 하나의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소개되고 있다.
우리에게 이런 신화가 있었나? 할 정도로 생소한 부분도 많고, 새롭게 정리된 부분도 많아 한 권이 아쉽기만 했다. 앞으로 10권까지 연속적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는 뒷얘기가 자못 궁금하다.
다만 우리의 신화에 눈을 돌려 척박한 분야을 개척해나가는 노력은 칭찬해주고 싶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금 무게감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독자의 대상을 그리스 로마신화에 열광하는 초등생으로 잡아서 그런지 아이들의 눈을 매혹시킬 수 있는 캐릭터로 표현되고 있고, 만화의 전형적인 표현들이 묵직한 주제를 너무 쉽고 가볍게 여기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된다.
중간 중간 삽입된 학습코너 만이라도 좀 진지하고 무게 있는 형식으로, 그림도 묵직하게 표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우리의 것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과 발전의 물꼬 터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