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돼라 - 예술계 하버드,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의 크리에이티브 명강
로드 주드킨스 지음, 이정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에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한국판 TED 형식으로 15분 동안 강연이 진행되는데 기분이 우울할 때,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종종 챙겨보곤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기승전결을 갖춘 임펙트 있는 강의는 긴 시간의 강의보다 더 많은 여운과 감동을 준다. 짧은 시간에 핵심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보다는 그 설명을 한 방으로 대치할 수 있는 예를 주로 사용하는데 그 예들은 더 강렬하게 많은 말을 전달해주곤 한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돼라] 이 책을 읽으면서 이 프로그램이 생각난 것은 그 강의에서 느꼈던 핵심을 찌르는 임펙트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책 역시 센트럴 세이트 마틴 대학의 크리에이티브 강의를 책으로 옮겨 놓은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공통점이 느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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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파트에 90개 가까운 에피소드를 언제 다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책은 매 장, 매 에피소가 강하고 신선하다. 한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한 사례나 일화는 촌철살인으로 본질을 찌르는 저자의 조언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사례를 통해 무장해제시킨 후 그는 우리가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강한 공감을 하게 되는 한 마디. 사실 거창하거나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그 사실들을 인식시켜주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고가 완전 새로운 것이 아니라 평범한 생각을 살짝 비틀어 끄집어내듯 그의 크리에티브 강의 역시 특별하기 보다 일상 속에서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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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완전히 몰두하라.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든 추한 것이든,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당신이 지금 경험하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당신의 목적지에 영향을 주는 것은 현재의 상황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의 출발 지점을 결정할 뿐이다." ---p.85

 

저자는 총 7장으로 나눠서 창의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단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1장 '재능을 발견하라, 내 안의 강점을 끌어내라'를 시작으로 2장 ''나'를 깨트려라, 상식을 파괴하라', 3장 '재미있게 놀아라, 더 많이 웃어라', 4장 '생각을 바꿔라, 판을 뒤집어라', 5장 '사람을 관찰하라, 상대를 꿰뚫어라', 6장 '메시지를 던져라, 기억에 남게 하라', 마지막 7장 '위기를 극복하라, 기회를 놓치지 말라'라는 주제로 나눠 세부적인 지침들을 각 장별로 소개하고 있다.

 

사실 목차에 엑기스가 모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실천에 옮길 수 있을 지를 구체적으로 배우는 과정이 본문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풍부한 예와 날카로운 시선으로 전달해주는 글을 읽노라면 실제 강의를 듣고 싶을 정도로 생동감있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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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스승의 역할이란 많은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순간에 살짝 터치를 해서 길을 잡아주는 것이리라. 이 책의 방향과 역할 역시 그런 듯하다. 많은 말이 아닌 사례와 함께 간단히 던지는 화두는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생각하고 되뇌어보면서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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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은 중요하다. 하지만 '바람직한 연습'이어야 한다. 어떤 분야에 완벽해지겠다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되풀이하기만 한다면 부적절한 연습이 되고 만다. 바람직한 연습은 시간과 노력을 창의적인 개선에 쏟는 것을 의미한다. 마티스(Henri Matisse)가 똑같은 여성을 모델로 여러 장의 그림을 그릴 때 그가 추구한 것은 독착성이었지 정확성이 아니었다."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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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쉬게 하고, 사고가 균형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라. 우리는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대신 그것이 당신에게 다가오게 하라. 훌륭한 아이디어와 해결책은 이미 우리 안에 있는데도 우리는 날마다 일상적인 일들에 얽매여 하루하루를 살아가느라 돌아볼 겨를이 없다. 때로는 내가 엉뚱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

우리가 그동안 회피했던 일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일을 하고 싶다면 잠시 일을 중단하라." ---p.104~105

 

대단한 창의적인 작업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고 리뷰를 쓰기 시작할 때 느껴지는 하얀 빈페이지는 늘 가슴을 옥죄어 온다. 시작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 한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아서 며칠을 바라보기만 할 때도 있고, 책을 의미없이 뒤적이기만 할 때도 많다.

 

그러다 마음이 급해지면 비로서 아무말이나 시작해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글이 풀려나갈 때가 많다. 기승전결 구조를 만들어 쓰는 것이 힘들어서 생각나는대로 쓰다보니 어느새 습관이 되어 버렸는데 그러다 보니 무엇을 쓸 지 떠오르지 않는 날은 시작도 못하고 머리속이 엉키기 일쑤이다.

그때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은 무엇이든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쓰다가 아니면 통으로 날릴 각오를 하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써내려가다 보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내용들이 조합이 되어 구성될 때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무작정 쓰기 시작하면서 방향을 잃고 새로 완전히 다시 쓴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그 구조대로 갔고, 신선한 방향으로 마무리 된 경우도 다수였다. 이런 글쓰기 방법에 대해 죄책감 아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저자는 이런 나를 응원해주는 것 같아 용기를 얻게 되었다.

 

책의 맨 끝에는 이름도 재미있는 '아주 중요한 부록 연습 과제'가 실려 있다. 강의에서 맥을 잡았을 수 있도록 했다면 이를 통해 독자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한 연습용 과제를 제시해준 것이다. '남과 다른 당신을 만들어줄 여덟 가지 연습 과제' 의 8가지에 바로 내가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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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찍기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는 창의적인 예술가가 되고 싶은 소망이 간절한데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속을 태우는 이들이 종종 있다. 그런 학생들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또 간절히 그리고 싶어 하지만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그들은 대단히 의미 있고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구상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냥 기다린다고 굉장한 작품이 나오지는 않는다.

나는 그들에게 붓을 주고 캔버스 위에 점 하나를 찍어보라고 했다. 과감하게 한 획을 그어도 좋다. 그러고 나면 또 다른 점을, 그 다음엔 도 다른 획을 그어도 좋다. 그리고 대화가 무르익으면서 캔버스 위에는 어느새 그림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은 글쓰기나 다른 창작 활동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일단 한 단어를 쓰고 나면 다음에 어떤 말을 써야 할지 생각날 것이고, 조금씩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p.350

 

창의력이라는 것을 배우는 것, 키우는 것은 어쩌면 상당히 막연할 수 있다. 국어, 수학 배우듯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도,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어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정답도 따로 없다. 사람마다 필요한 부분도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적 사고를 키우는 과정 자체가 산발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누가 대신 해줄 수 없는 그 지난한 과정에서 이 책은 한 줄기 등불일 수도 있고, 몸을 의지해 갈 수 있는 지팡이가 될 수도 있다. 저자의 조언을 충실히 따르고, 몸소 실천에 옮겨 본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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