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라는 말처럼 흔하면서도 어렵고 힘들고, 모호한 말이 또 있을까?
이제 교육과정부터 과학기술, 경제까지 '창의'라는 화두는 흔하면서도 필수적인 요소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위축이 된다.
도대체 '창의'가 무엇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그 앞에서 답답한 한숨이 나온다.
그렇게 모호한 '창의'라는 말 앞에서 우왕 좌왕하면서 우리는 기존에
우리가 세워두었던 기준과 범위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다. 시선은 먼 곳을 향해 있지만, 몸은 지금 여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는 별다를 것 없을 것이라는 위안을 한다.
[새롭지 않은 새로움에게 새로움의 길을
묻다]는 이렇듯 모호하기만 한 '창의'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러한 '창의'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명확하게
제시해준다. 이 책을 읽으려고 마음먹은 이유는 '창의'라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풀고자 하는 마음 반, 그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하려는 마음 반이었다. 과연 책을 끝까지 읽은 후에 '창의'라는 녀석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첫인상은 책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여진 논문 같다는 것이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가장 부담스러웠던 부분은 '창의'라는 보이지 않은 것의 실체를 가시화시키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도대체 '창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바로 창의란 이런 것이다라는 설득력있는 실체를 보여 주어야만 그것을 키울 수
있는 방법 또한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선택한 방법은 '사례'였다. 보이지 않은 '심리'를 사레를 구체화시키는
방법처럼, 정의되기 어려운 '창의'를 저자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좁혀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창의'란 무엇이며, 이것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방법을 도출해내기에 이르른다. 수많은 학설과 이론, 사례가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다.
책은 상당히 논리적으로 전개된다. 처음에는 '창의를 만드는 재료'라는
제목으로 '창의'의 조건에 대해서 정의한다.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 그가 정의한 '창의'는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새로운 새로움'과
'새롭지 않은 새로움' 즉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새로운 새로움'과 기존의 존재하고 있던 것들의 변형으로 나타나는 '새롭지
않은 새로움'이다.
누구나 노력만 하면 두 가지 창의를 키울 수 있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전자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두 번째 '새롭지 않은 새로움'의 '창의'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도, 오히려 전문지식이 방해할 수도 있는 틀을 과감하게 뛰어 넘을 수 있어 지식이 없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새롭지 않은 새로움'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쉽지만은 않다. 그러한 노력이 저자의 말을 빌자면 '인지적으로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인지하고, 습관화 시키려는 노력을 부단히 한다면 그 '창의'적인 사고로 한 발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창의에 대한 다각적인 정의와 인간이 사고하는 작동 방식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이를 이용한 '창의를 만드는 네 가지 비법'을 소개한다.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이 장이 이 책의 본론이고
핵심이다. 이것을 알기 위해서 독자는 창의가 무엇이고, 인간은 어떻게 사고하는 지와 같은 배경 지식을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 배워온 것이다.
저자가 제시한 네 가지 비법은 다음과 같다.
촘촘한 지식의 구조를 갖자!
고착을 인식하는 습관을 기르자!
다른
폴더를 여는 힘, 인문학적 교양을 갖추자!
타인을 존중하고 협력하는 인성을 기르자!
초보자와 전문가를 구분하는 논리적인 설명, 고착에 대한 인식과 이를 탈피할 수 있는 방법, 특히 폴더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고정관념이나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제시 등을 읽다 보면 책을 끝까지 읽은 보람을 느끼게 된다. 역시나 하는 감탄을 하면서 과연
'창의'를 키우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책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창의가 생기는 것도 고착이라는 괴물을 쉽게
떼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안개 속에서 막연히 무엇인지도,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렇게 길을 알려주고, 나아갈 길을
밝혀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조금씩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쉬운 것부터 하나씩 시작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새롭지 않은 새로움'을 위해 '새로운 폴더'를 열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