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면 안 될 우리 아이 책 - 어린이 책 전문가 28명이 쓴 서평집
조월례 외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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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지도를 배우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책을 접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의 성장에 맞춰 책을 선택하게 된다. 그림책은 여전히 좋지만 아이들 나이에 맞는 책으로 손이 먼저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다가 너무 좋은 책을 만나면 '아, 맞아! 어린이책에 이런 매력이 있었지.'하면서 다시금 옛 느낌이 되살리게 된다. 그러면서 한동안 그 유쾌한 어린이책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 연장선 상에서 이 책 [놓치면 안 될 우리 아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놓치면 안 될 우리 아이 책'이라는 제목보다 '서평집'이라는 부제에 더 끌려 고르게 되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책에 대해서는 조금씩 조급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읽혀야 할 책은 많은데 아이들 속도는 더디기만 한 것 같고. 그러다가 문득, 이 즐거운 책읽기를 왜 이렇게 숙제하듯 하려고 하는 지에 대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너무 학습적으로만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그래서 마치 늦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에 발을 동동 구른 것은 아닌지. 그리고서는 아이들에게 그냥 맡겨 두기로 했다. 가끔 정말 좋은 책은 권하고, 그럼에도 읽지 않으면 그 선택을 그냥 받아 들이고. 그렇게 책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라 해서 읽는 것처럼 아이들도 책 자체가 숙제가 아닌, 즐거운 세상의 경험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려고도, 이 책을 모두 읽어 보려고 해서도 아니었다. 최근 많이 쓰기 시작한 '서평'에 대한 안목을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가장 솔직한 답일 것이다.
성인책이야 내가 느낀 것을 성인의 관점에서 쓰면 되는데, 어린이책은 아이들이 커갈수록, 나이가 더 먹어갈수록 점점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재미있게 읽는 것과는 별개로 어디서부터 접근을 하고,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대략 난감일 때가 많았다. 그런 약간은 답답한 상황에서 이 책에 어린이 책 전문가 28명이 쓴 어린이책 서평이 실려 있다는 소개가 눈이 띄었다. '놓치면 안 될' 책 목록은 보다는 그 책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 중요하고, 보고 싶었던 것이다.
 
 
책은 유아부터 1~2학년, 3~4학년, 5~6학년까지 4부로 나누어 해당 연령에 맞는 책과 그에 대한 서평을 싣고 있다.
 
 
처음에는 서평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읽을수록 '어라...?'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검증받은 책을 제외한 것인지, 아니면 최근에 출시된 책들 위주로 구성이 된 것인지 소개된 50권 가까운 책 중에 내가 읽은 책이 거의 없는 것이다. 둔기로 얻어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뒤로 하고 소개하고 있는 책들은 과연 어떤 책인지, 왜 추천을 했는 지 한권 한권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서평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필자들이 소개해 준 책 속으로 나도 모르게 조금씩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급기야는 '읽고 싶다'는 아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그림책의 경우 삽화처럼 삽입된 몇몇의 그림을 제외하고는 책의 전체를 볼 기회가 없어 궁금증의 폭이 더 커진다. 당장 도서관에라도 달려가고 싶은 맘이다. 유아 대상으로 선정된 책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철학적이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 책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특히 지구촌 모습을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한 관찰을 담은 <라면을 먹을 때>나 전쟁의 한복판에서 느끼는 아이의 두려움을 전하는 <집으로 가는 길>은 그림책이 담고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얼마나 폭넓은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그림책을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1~2학년, 3~4학년, 5~6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그림책은 줄어들고, 글밥이 많아지며 역사, 경제, 환경 등의 정보책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여전히 생소하고 낯선 책들이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더 책에 다가가 보게 된다. 필자들은 맹목적으로 책의 좋은 점만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아쉬운 점, 잘못된 점도 가감없이 솔직하게 지적하면서 책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갖도록 해준다. 어떤 책이 흠잡을 것이 없이 완벽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 책을 읽어야 할 의미가 있고, 생각해보아야 할 주제가 있으며, 더 큰 장점이 있기에 우리는 그 책을 선택하게 된다.
책은 소개한 각각의 책들을 명백한 목표와 명확한 시선으로 읽을 것을 권하고 있다. 그 관점으로 한 권 두 권 따라 읽다 보면 책을 보는 비판적인 시각이 몸에 익게 되지 않을까 싶다.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책들이 많아서 현재 어린이책의 흐름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그 책을 보는 시각, 그리고 그것을 글로 옮겨 적은 멋진 서평을 볼 수 있어 더없이 좋았다. 비록 소개된 책에 몰입하느라 서평 위주의 독서라는 애초읙 목적을 종종 잊어버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정말 흥미롭고 멋진 책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어서 가슴이 뛸 정도로 설레고 행복했다.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럼에도 소개해주고, 꼭 읽혀보고 싶은 책들이 속속 등장한다. 내가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슬쩍 밀어 놓기라고 해봐야겠다. 함께 읽고, 얘기 나눌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이다.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니 '놓치면 안 될 우리 아이 책'이라는 제목이 강하게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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