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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 학교 1 - 꼬마 산신령들 ㅣ 샘터어린이문고 43
류은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1월
평점 :
지극히 한국스러운 마법사 이야기. 마법을 우리식으로 바꾸면 도술이 될까?
도술을 부리는, 그러니까 서양의 마법사에 대비될 수 있는 존재는 '산신령'이 되겠다.
산신령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하얀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산신령 학교 1]에 나오는 산신령은 그와는 전혀 다른 솜털도 채 가시지 않은
꼬마 산신령들이다. 그러고 보니 '산신령'이라고 해서 꼭 할아버지일 필요는 없을 것인데...
고정관념이 '산신령'의 다른 모습을 미처 상상하지 못하게 했던 것 같다.
달리 생각해 볼 이유가 없었을 수도 있긴 했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굉장히 경직된 사고 속에 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암튼 [산신령 학교 1]의 '산신령 학교'는 산을 잘 다스리기 위한 산신령의 기본을 배울 뿐만 아니라 이곳을 졸업해야만 정식 산신령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산신령 입문 코스다.
이곳을 배경을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리고 정식 산신령이 되기 위해 도술을 비롯한 여러 가지 배움을 갈고 닦고 있는 꼬마 산신령들이 있다.
정통 산신령 귀족 가문 출신이지만 지혜와 인성이 살짝 모자란 '달봉(귀선)', 아무런 연고 없이 스스로 산신령이 된 '장군', 선녀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컴플렉스를 안고 있는
'두레' 그리고 빼빼와 동글이가 그 주인공이다.
장군과 두레가 전학을 오기 전까지만 해도 달봉은 우월한 가문을 등에 업고 산신령 학교를 주름 잡고 있었다. 누구도 그의 말을 가로 막거나 부정하지 못하는 절대 권력으로.
그러나 새로 전학 온 장군과 두레는 자신보다 출신도 배경도 한참 못미침에도 기싸움에서 전혀 눌리지도 않고, 달봉의 약점을 간파함으로써 오히려 달봉이 위기의식을 느끼게 한다.
결국 달봉은 장군과 정식 대결을 하게 되고, 어느 편도 아닌 두레가 심판을 보게 된다.
한 번씩 홈그라운드에서 대결을 펼치는 과정에서 달봉과 장군, 두레는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조금씩 친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야흐로 옥황상제마저도 손꼽아 기다리는 산신령 학교 최대의 잔치가 시작된다.
마치 장군과 두레가 새로운 가족이 된 것을, 산신령 학교 친구들이 서로 친구가 된 것을
축하라도 하는 것처럼.
이 책은 전 3권의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어서 1권은 전체 이야기의 시작 역할을 하고 있다.
인물들의 등장과 서로 친해지는 과정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산신령에 대한 배경 설명, 인물들과의 관계, 개성과 특성을 드러내면서 본격적인 이야기 시작을 준비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산신령은 고리 타분한 존재가 아니라 그리스 신화의 신처럼 약점도 있고, 인간적인 맛도 있는 유쾌하면서도 신령스러운 존재이다.
재미있는 것은 상상의 존재로서 느껴질 수 있는 거리감을 '선녀와 나뭇꾼' '연오랑 세오녀'와 같이 이미 잘 알려진 구전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시킴으로써 친근한 존재로 다가오게 한다는 것이다.
마치 퍼즐조각이 맞춰지듯 자연스럽게 연결된 이야기 속에서 탄생한 캐릭터들은 자연스럽게 그 옛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어 자리를 잡는다. 또한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잘 짜여진 구도는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산신령 세계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산신령임에도 완벽하기는 커녕 각각 부족함과 약점을 가지고 있는 꼬마 산신령들.
그럼에도 이들은 그것을 당당히 극복하며 진정한 산신령들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을 유쾌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즐기게 되리라.
우리 만의 정서와 독특한 상상으로 펼쳐 낸 한국식 마법 이야기.
벌써 다음 내용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