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인 뉴욕 - 마음을 읽는 고양이 프루던스의 샘터 외국소설선 11
그웬 쿠퍼 지음, 김지연 옮김 / 샘터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고양이를 사람처럼 의인화하여 사람처럼 생각하고, 사람과 교감한다는 내용은
어쩌면 신파에 가까울 정도로 흔한 포맷일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그리고 한 두 장 읽어 내려가기 시작할 때는 그런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고양이 역할과 그 관점에서 보는 시선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고양이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핵심 인물의 갈등과 해결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고,
무엇보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 교감을 한 대상이다.
그 고양이의 시점으로 서술을 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와는 별개로 고양이 관점의 서술 형식은 신선한 각도로 인물들을 관찰해보는 재미를 주며,
인물과 사건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낯설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가족 이상이었던 주인 '사라'는 작별 인사도 없이 사라진다.
곧이어 그녀의 딸과 사위가 나타나 자신과 주인이 함께 살던 공간을 정리하고,
사라의 짐을 챙겨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양이 프루던스는 갑자기 변해버린 환경에 당황한다.
그럼에도 영원한 친구이자 가족 '사라'를 기다린다. 자신을 데려 온 사람이 다름아닌
그녀의 딸이기에, 프루던스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언젠가는 다시 '사라'를 만날 수 있을 것이며,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다시 함께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사라'의 딸 '로라'는 엄마와 많이 닮았지만 둘 사이는 몹시 건조하며, 두터운 벽이 존재한다.
레코드샵을 경영할 정도로 음악을 즐겼던 사라와는 달리 로라는 음악을 거부한다.
고양이에게도 거리감을 유지한다.
닮은 듯하지만 다른 그녀에게 프루던스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대신 사라만큼 음악을 좋아하는 로라의 남편 '조시'는 프루던스와 친해지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여러 노력 끝에 결국 프루던스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음악으로 교감했던 그의 장모 '사라'와 그랬던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고양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본다면 이야기의 입체적인 전개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사라와 로라의 과거를 이야기를 할 때는 프루던스의 시선에서 벗어난
전지적인 작가 시점을 택한다.
 
'고요함'을 병적으로 추구하던 엄마로부터 탈출할 기회를 맞이하면서
'사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선택하게 된다.
모처럼 허락을 받아 떠난 여행에서 열차를 잘못 타면서 맞게 된 인생의 전환점은,
우연하게 들르게 된 중고품을 파는 가게, 이 책의 제목이자 상징적 의미인
'러브 인 뉴욕(Love in New York)'에서 시작되었다.
사라는 이 가게를 통해 일생을 이어가는 우정의 주인공 '애니스'를 만나게 되었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딸을 얻게 되었다.
그 시작점이 바로 '러브 인 뉴욕'이었다.
 
만일 그녀가 제대로 기차를 탔더라면 그녀는 다시 그 고요 속으로 빨려 들어가
봉인된 채 살아갔을 지도 모른다.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그녀는 그녀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마법처럼 이끌린 상황에 겁먹고
도망가지 않고,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음악으로부터, 그보다 더 소중한 그녀의 딸 로라로부터.
 
그러나 로라가 14살이 되던 어느 날.
그들은 엄청난 사건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는 가족만큼 사랑했던 이웃,
'만델바움'씨와 그의 고양이가 있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에 서툴렀던 사라와
순수하게 사랑할 줄 알았던 로라는 '고양이' 사건으로 인해 점점 멀어지게 된다.
'프루던스'와 '사라'의 만남은 우연이기도 하지만, 사라가 로라에게 사과하기 위한
그리고 그 '사랑'을 다시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모녀 간의 사랑과 같은 개인의 사랑에서, 
그 사랑을 회복해가는 과정에서 더 큰 '사랑'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라의 남편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 낸 약자에 대한 박애의 '사랑'이 그것이다.
 
그러한 사랑의 태동, 확산이 어울어진 그 곳이 바로 '러브 인 뉴욕'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만도 같은,
자본주의의 마수에 맞서 힘겹게 싸우는 사람들의 과정을 따라 가노라면
결코 책장이 가볍게 넘겨지지 않는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의 인물과 사건은 허구적 상상력일 지라도
이 사건은 실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더 무겁게, 아프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우린 희망을 가져야 한다.
거친 겨울을 이겨낼 수 있도록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노래 불러야 한다.
 
겨울은 지나갔지
눈도 녹아 내렸고
모든 것이 화창해
그리고 모든 게 환히 빛나고.......
 
지금 사라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우리가 서로를 발견했던 날로 다시 돌아간 것만 같다. 사라의 노래는 내가 처음으로 만난 아름다운 것, 우리 삶의 다른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한꺼번에 다같이 다가오는 것과 같다. --- p.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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