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읽다 - 그림책에서 만난 열다섯 개의 철학 에세이
진선희 지음, 한우리북스 편집부 엮음 / 한우리문학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그림책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처음 다시 접하게 되었다. 아주 어렸을 때라야 종류도 많지 않았을 것이고, 퀄리티도 떨어졌을 것이니 요즘과 같은 수준의 그림책은 아마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접한 것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듯 싶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전집보다는 단행본 위주로 읽히려다 보니 사는 것도,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외출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을 하는 엄마로서 자유롭게 시간을 내기도 어려운  이유도 있었다. 그래서 당시 확산되기 시작했던 도서대여 프로그램을 이용했는데, 그때 그림책에 대한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내 생각이 확 바뀐 계기가 되었다.
 
그림책이라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유치한 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물론 연령 발달상 그런 류의 책도 있지만, 정말 어른이 봐도 재미있는 책들이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었다. 그런 책을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맘껏 즐겼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과 함께 좋아하는 책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때로는 같이 그려도 보고 흉내도 내보는 것이 그때의 즐거움 중에 하나였었다.
 
둘째는 가브리엘 벵상의 [셀레스틴느 이야기] 시리즈를 유난히 좋아했었다. 그래서 그 시리즈를 모두 구입해서 읽고 또 읽곤 했었다. 그 책들은 어른인 내가 봐도 너무 따뜻하고 좋았고, 어른의 고민과 아픔도 느끼질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연령층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책이었다. 외롭고 슬픈 이민자의 삶을 살았던 작가의 슬픔이, 그럼에도 순수한 어린 아이의 천진함이 공존하고 그대로 묻어나는 지금도 너무 좋아하는 책이자, 작가의 작품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를 너무 좋아해서 수 십 번을 반복해서 봤던 큰 아이. 아무리 심각한 내용도 아이들 특유의 시선으로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풀어가는 [따로따로 행복하게]의 작가 배빗 콜의 작품을 너무도 좋아했던 나. 서로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웃고, 이야기하며 행복해했었다.
 
지금은 그때처럼 그림책을 자주 접하지도 그림책에 대한 얘기도 자주 하지 못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좋아했던 그림책을 소중히 간직하며 때때로 그때의 추억과 함께 이야기 한다. 지금도 책을 정리하다가, 혹은 그때의 느낌을 되살려 보고 싶어서 아니면 그림의 위안을 얻고 싶을 때 그 때 그 그림책들을 꺼내어 본다. 그리고 줄글로 쓰여진 책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휴식과 위안, 웃음을 얻는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그림책이 좋다.
2년 전에는 모처럼 그림책에 대한 강좌를 신청해서 들었었다.
그간 너무 잊고 산 것에 대한 아쉬움과 좀더 그림책을 체계적으로 배워 보고 싶은 마음에서 신청을 했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이 생기면서 마무리하지는 못했다.
 
[그림책을 읽다]는 그런 아쉬움에 읽기 시작한 책이다. 그런데 사실 읽다 보니 이 책은 그림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는 않았다. 물론 매개체로서의 그림책 역할은 중요하지만 그림책은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고, 그 그림책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유해야 할 사랑, 행복, 자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그림책의 수는 총 15편으로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사랑', '행복', '자유' 주제별로 4~6편의 그림책이 소개된다. 그림책도『강아지똥』, 『100만 번 산 고양이』, 『아모스와 보리스』, 『만희네 집』, 『지각대장 존』, 『작은 집 이야기』, 『동물원』 등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고전이라 일컬어 지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림책을 적극적으로 보지 못한 지 한참 되었음에도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미처 읽지 못한 책이 몇 권 있는데 그 책들을 읽지 못했던 것은 책을 읽는 내내 아쉬움이 되었었다. 다른 메타북들과는 달리 단순한 책 소개가 아니기 때문에 섬세한 그림의 해석을 쫓아가다 보면 그림을 직접 보지 못해서 그런 지 그 감정의 흐름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하고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읽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의 공감도가 달라지는 것에서 늦게라도 나머지 책을 구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처음에는 <그림으로 동화 읽기>부터 시작한다. 책의 스토리와 장면장면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며 그림책의 흐름을 전한다. 다음으로는 그림책이 전해주는 핵심 메시지를 그림과 함께 찾아서 해석해본다.
 
 
 
마지막으로 스토리와 그림 속에서 꺼낸 철학적인 메시지를 좀더 깊이 사유해보면서 우리 생활 속에서 적용해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본다. 그리고 저자의 시선으로 더 확장해서 생각해 봐야 할 질문들을 던지면서 마무리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책의 부제 '그림책에서 만난 열다섯 개의 철학 에세이' 그대로라는 것을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은 그림책을 통해서 우리가 현실에서 종종 잊고 살고 있는 삶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하고자 했던 것이다.
 
'글머리에'에서 저자가 밝혔지만 '사랑' '행복' '자유'를 통한 그림책의 구분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사랑의 주제로 뽑은 책이라도 행복과 자유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사랑, 행복, 자유는 그 자체가 분리할 수 없는 감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렇듯 인간의 밑바닥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이 본능적인 감정마저도 외면하고 살고 있는 현대인의 삭막하고 위험한 질주에 잠깐 브레이크를 걸고 아이들의 순수한 시각으로 자신을 돌아보기를 권하는 마음으로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마음을 순수히 열 수 있는 매체로 '그림책'만한 것은 없을 듯 싶다.
나 역시 바쁜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잠시 잊고 살았던 '그림책'을 다시 한 번 꺼내 들어야겠다. 그리고 나의 맨얼굴이 전하는 본능의 목소리에 잠시 귀기울여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