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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2014년 두 번째로
맞은 달, 2월의 샘터의 표지는 하얀 눈이 뽀얗게 내리는 설원을 행복 실은 기차가 달려가는 광경으로 꾸며져 있다. 춥지도 않고, 눈도 많이 오지
않았던 올 겨울의 아쉬움을 샘터의 표지에서나마 달랠 수 있을 듯 싶다.
행복한 소식을 안고
달려가는 기차처럼 2월의 샘터 역시 새롭고 반가운 소식들로 가득했다. 지난 1월호에 이어 격월로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들이 다채롭게 꾸며져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 달 <취미의 고수>로 만났던 기차여행의 고수 박준규 님의 <사시사철 기차여행>이었다. 급행과 완행열차의 다양한 기차
여행을 소개할 이 코너의 스타트는 바로 겨울 열차 여행의 백미 '겨울 눈꽃열차'가 끊었다. 눈덮인 설원을 달려가고 있는 기차의 사진은 표지
그림에서 느껴지는 낭만 그대로였다. 떠나기 전에 준비해야 할 준비물부터(야간 열차에서 숙면을 위해 필요한 안대와 같은 실질적인 조언이
인상적이다) 주의 깊게 봐야 할 고수가 뽑은 인상적인 구간, 그리고 꼭 먹어야 할 간식까지 꼼꼼하게 알찬 정보가 가득했다.
얼마 전에 itx
청춘열차를 타고 다소 낭만적인 기차 여행을 하면서 앞으로 기차 여행을 자주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이러한 초보 기차 여행객이 필요한
실질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이 코너를 통해서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새싹이 파릇파릇 올라오는 소생의 계절, 봄에는 과연 어떤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다음으로 흥미로웠던
기사는 <할머니의 부엌수업>의 설특집 <할아버지의 부엌수업>이었다. 회계사라는 현업에서 은퇴한 후 시작한 요리의 길.
학구적인 조용옥 할아버지는 수많은 연구와 시도 끝에 할아버지 만의 맛을 만들어내는 요리사로 거듭났다. 꼼꼼하게 기록을 해가며 시행착오를 거쳐
요리를 시작한 지 8년 만에 요리책을 낼 정도로 할아버지 만의 요리법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얘기를 듣노라면 어떤 일의 결과가 꼭
시간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즐기면서 집중력있게 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의 정밀한 기록이 전문가로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할아버지의 실력이 늘어갈수록 할머니의 스트레스도 함께 늘어간다는 부분에서는 그 장면이 상상이 되고 공감이
되어 웃음이 났다. 여러 번 실패했던 아픈 경험이 있는 연근 조림을 맛깔나게 만들 수 있는 할아버지 만의 비법이 담긴 연근조림 레시피는 더없이
반가웠다.
2월 호의 특집 기사는
<매를 맞았다>라는 제목으로 '매'와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가 소개되었다. 매를 한 번쯤 맞아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연을
하나 하나 읽다 보니 어느 새 나의 기억도 하나 둘 세상 밖으로 나온다. 마냥 좋은 추억일 수 없는 '매'와 의 기억은 몸의 상처보다 더 깊은
가슴의 통증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더 깊은 연민이 느껴지는 사연들이다.
지난 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小곤小곤>에서는 작은 공간을 지키는 사람들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이번 달의 기사에 유난히 시선이 머무는 것은 바로 '천상병'
시인의 유품에 대한 안타까움때문이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귀천> 中-
힘겨운 삶 속에서도 어린이와 같은 순수성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삶의 예찬을 듣노라면 삶에
대한 자세를 바로 하게 된다. 그리고 살아 있음을 감사하게 되고,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래서 시인의 다른
작품은 잘 모를 지라도 그가 남기고 간 이 굵직한 흔적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종로 뒷골목, 시인의 부인인 목순옥 여사가 운영하던 제대로 된 간판도 없던 식당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때가 있었다. 시인만큼 유명했던 그 집이 아직도 있을까 때때로 궁금했었는데...
2012년 9월 목여사는 별세하셨다고 한다. 문제는 목여사가 간직하고 있던 천상병 시인의
유품이 갈 곳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라면박스 60여 개나 되는 유품을 얼굴도 보지 못했던 극단 '즐거운사람들'의 단장 김병호 씨가 추스려 현재
소품 창고에 보관해두고 있다고 한다. 극단을 이끌어 나가기도 힘든 어려운 상황에서도, 천상병 문학관 건립은 지지부진한 채 그에게가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절박함 속에서 그는 오늘도 시인의 마음을 모듬고 있다.
요즘 들어 작가들의 문학관 방문을 자주 하고 있다. 작가의 육필 원고나 유품들로
단정하게 꾸며 진 문학관을 돌아보다 보면 작가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면서 작품에 대한 열정, 혼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아 문학관 방문을 즐기게
되었다. 지역의 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다른 작가들의 문학관을 보노라니 창고에 쓸쓸하게 묻혀 있는 주인 잃은 천상병 시인의 유품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의정부든, 노원이든 하루 빨리 시인의 마음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심삼일', 새해 계획이 무서운 이유다. 작심이 삼일로 끝나리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아예 세우는 것마저 외면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번 달 <과학에게 묻다>에서는 신년의 이러한 고통을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작심삼일의 덫에서 어떻게 빠져나올까?'라는 제목으로 재미있는 사례들과 함께 상황에 따른 쉬운 적용법을 알려준다.
음력 새해 새아침을 맞는 이 식에 가장 필요하면서도 요긴한 기사가 아닐까 한다.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한 내용. 지난 해 12월에 있었던 축구 수집가의 집으로 독자를
초대했던 이벤트의 후기가 실렸다. 축구에 대한 지식도 열정도 살짝 모자라 궁금은 했지만 신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지나치고 말았다. 후기를 보니
역시나, 축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독자들이다. 그렇지만 생생하게 전달해 준 후기는 마치 그 자리에 초대된 것처럼 흥미롭게 느껴졌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축구 수집가가 참석자들에게만 몰래 풀어 주셨다던 그 '인맥 쌓기의 비법'이었다.
출발선을 출발한 기차는 서서히 가속이 붙기 시작한다. 2014년도 어느 덧 2월을
맞이하면서 서서히 가속이 붙기 시작한 것 같다. 바쁠수록 한 박자 쉬어 가면서 다시금 1년을 살아갈 정비를 하는 달이 2월이 아닐까 싶다. 그런
여유와 정비를 위한 마음가짐을 두루두루 살필 수 있는 기사가 가득했던 [2014년 2월호
샘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