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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Q 예술지능 - 미래 기업의 성공 키워드
윤영달 지음 / 이아소 / 2014년 1월
평점 :
아이들과 몇 년 전 양주에 있는 크라운해태 아트밸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해서 신청을 했었는데
과자 모양의 악기를 만들거나, 국악을 듣고 배우는 흥겨운 행사였었다.
가끔 지나가던 그곳을 방문하여 아이들이 체험하는 과정을 보노라니
과자를 만드는 회사가 이런 아트밸리를 만들어 예술적인 체험을 하는 이유가
문득 궁금해졌었다. 아이들이 주고객인 과자를 만드는 회사이다 보니
기업의 이윤의 일부를 다시 고객에게 돌려주려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겠거니 했었다.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이 점점 강조되는 시대... 그런 측면의 사회적인 환원의 일환이겠지.
그러면서도 이상했던 것은 양주아트밸리는 사람들의 왕래가 그렇게 많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고,
고객을 위해 꾸며놓은 것 치고는 약간 느낌이 색다랐다. 순수한 진지함이랄까.
암튼 그 이후로도 그곳을 지날 때마다 크라운해태라는 회사에 대한 색다른 인상과 궁금함으로
한 번 정도는 더 쳐다보게 되었었다.
[AQ예술지능] 책 발간이 반가웠던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그 길을 지나다니면서 궁금했던 의문이 풀리겠구나하는 생각과
크라운해태라는 회사는 도대체 왜 그렇게 예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그것이 기업 경영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이 책의 저자는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으로 '예술'과 '경영'을 접목하게 된 이유와 원리,
그리고 그 과정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책은 'AQ(Artistic Quotient)란 무엇인가?'부터 출발한다.
IQ가 전부이던 시대는 지나고 이제는 다중지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중에서도 저자는 AQ 즉 예술지능이 앞으로 기업과 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인문학적 능력과 첨단 기술이 만나 세계를 어떻게 재패했는 지 우리는
애플의 아이폰을 통해서 똑똑히 목격했다.
아마 그런 충격이 없었다면 무슨 뜬금 없는 소리인가 했을 것이다.
이미 소비자도 시장도 기술에서 인간에게로 시선이 이동할 준비를 끝마쳤다.
저자는 인간과 디자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예술'의 시대가 될 것임을 주장한다.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인간의 창조 본능인 '예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예술지능'을 가진 기업과 국가가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크라운해태제과에서 예술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창조본능을 넘어 예술본능을 키우기 위해서.
그 양주아트밸리에서 느꼈던 독특하면서 진중함은 그곳에 있는 예술 작품들이
전문가의 작품이 아닌 크라운해태제과의 임직원들이
직접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직원들이 국악을 배워 떼창을 정식으로 공연하는 가하면, 설치 작품 역시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고 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 본능을 자극하며,
이를 통해 예술 지능을 높이고자 한다는 것이다.
전 임직원이 아마추어를 넘어설 정도로 예술에 회사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창의성을 개인에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서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
입사 랭킹으로 꼽히는 구글과의 또다른 차이가 느껴진다.
그러한 방법은 실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쓸데 없는 시간과 돈을 낭비한다고 비난도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뚝심있게 밀고 나가 지금은 기반이 닦이고,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한다.
예술적 성과는 일반적인 성과와는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어떤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예술'이 가진 힘이요, 재미일 듯 싶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몸에 해롭다는 인식이 팽배한
과자 시장은 점점 축소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그러한 위기에서 저자가 찾은 것은 바로 '꿈'이었다.
헨델과 그레텔이 깊은 산 속에서 만난 '과자집'과 같은 꿈.
단순한 제품이 아닌 제품과 기업을 통해서 소비자가 예술적인 감성 자극을 받고
'꿈'을 꾸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런 창조적인 에너지를 예술지능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임직원 모두를 예술가로 변모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예술지능의 키워드로 다섯 가지를 꼽는다.
1. 미학-세상을 아름답게 정리하려는 욕구
2. 초월-낡고 평범한 현실을 넘어서려는 몸부림
3. 유희-때 묻고 꽉 짜인 세상과 인생을 즐겁게 해주는 유머
4. 몰입-과업과 자신의 혼연일치
5. 소통-다른 것끼리의 교류
그리고 이러한 키워드를 성공적으로 잘 구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과 그 성공 비결을 분석한다.
-본질은 단순하다, 그것은 아름답다-애플의 '미학'
-완전히 빠져들게 하라-디즈니랜드의 '몰입'
-창조란 결국 노는 것이다-구글의 '유희'
-천상의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할리데이비슨의 '초월'
-창조란 낯선 것들의 소통이다-레고의 '소통'
"예술은 창조 갈망을 자극하고 충족시키는 가장 보편적인 '미디어'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오래도록 함께했고, 검증됐고, 발전해온 것이 예술이다. 기업은 그래서 예술을 통해 고객의 창조 본능을 자극하고, 고객을 예술가로 만드는 방법을 학습해야 한다.
누구나 예술을 하고 싶어 하고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편견과 공간의 기회와 돈과 기술 부족으로 인해 자신의 창조 갈망을 억누르고 살아간다. 기껏해야 감탄만 하면서, 탁월한 기업은 창조를 위한 조건과 기술, 계기를 고객에게 제공할 줄 안다.
아틀리에의 신비한 조각가인 애플, 오케스트라의 위대한 지휘자인 할리데이비슨, 고객을 성장시키는 스튜디오의 스승인 레고, 황홀경에 빠진 배우 디즈니랜드, 도시를 누비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구글.
그들은 고객을 위해 도구를 바꾸었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자인, 유저인터페이스를 우아하게 혁신하여 기술 피로감을 줄이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구글은 고객이 자유롭게, 아무 때고 자신들의 일상과 느낌을 영상으로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유튜브를 내놓았다. 또한 각종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은 소유자 그룹을 통해 고객들이 평범한 일상을 넘어 가슴 설레는 꿈을 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오토바이는 빠르고 강력한 운송기계가 아니라 일상의 꿈을 이어주는 날개가 되었다."
--- p.171~172
그렇다고 저자가 이 예술적인 능력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크고, 더 강력한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주도권을 잃었다 해서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경쟁의 룰이 생존 본능이 아닌 창조 본능을 만족시키는 쪽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크고, 더 센 것을 기반으로 아름답고, 유쾌하고, 신성하며, 나와 통하고, 푹 빠져드는 그런 체험을 고객과 함께 창조하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 p.191
책의 마지막에는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현대 미술史'가 실려 있다.
이 내용은 크라운해태제과 임직원의 예술 교육 교재에서 발췌한 내용이라고 한다.
임직원에게 예술 교육을 시키고, 예술가로 만드는 회사.
예술이라는 거대한 물결은 생각하는 것보다 천천히 올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한 명의 예술가가 탄생하기까지 그리고 발전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리 듯
그러한 시대가 도래했을 때, 필요한 역량은 단숨에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준비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고, 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예술과는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기업을 예술가의 집단으로 만들어 낸 이 회사...
그 성장의 과정과 열매를 주목해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