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의 대화 - 끌리는 사람들의 색다른 대화법 48
김범준 지음 / 시그마북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처럼 말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와닿는 말은 없는 듯 싶다. 정말 그렇다. 정말 아주 미묘한 차이인데, 혹은 순서의 차이인데도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올 때면 가끔은 허무하기도 하고, 이미 뱉은 말 주워담고 싶을 정도로 후회스럽기도 하다.
안그래도 말을 하는 데 미숙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내가 말을 하는 직업을 가졌으니 늘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는 기분이다. 도대체 말을 잘 하는 사람의 비결은 무엇일까? 타고나는 것일까?
 
[끌림을 대화]를 읽기 시작한 이유 역시 그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전문가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다. 법인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오래 한 그가 현장에서 체득한 대화의 방법을 풀어낸 것이다. 이 책의 소개 중에서 가장 강하게 끌렸던 부분은 바로 '한국형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그는 한국사람의 특징이 그 어디보다 그대로 묻어나는 현장에서 배운 소통법을 이론이 아닌 경험으로 정리해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론에 머물거나 너무 이상적인 대화의 방법을 제시해 실제 활용하기 어려운 대화법 책들이 얼마나 많던가. 숱한 경험으로 터득한 토종 대화법이라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이 갔었다.
 
이 책의 부제는 '나는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이다.
생각해보니 늘 주먹구구식으로 상대의 반응에 따라 내 대화 방식이 달라졌던 것 같다.
대화의 주도권을 쥔 상대에게 칼자루를 맡겨 두고, 그냥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대화를 하지 않았던가.
이 질문을 대하는 순간, 나는 어떻게 말하고 있었는 지 한 발 떨어져서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사람의 마음을 끌어내는 대화법과 내 방법은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이 책은 대화의 기술 숙련도의 단계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단계를 제시한다.
생명이 시작되고, 싹이 트기 시작하는 봄은 대화의 시작 단계이다. 그 시작의 과정부터 대화의 질의 깊이를 더해주는 겨울의 단계까지 다룬다. 저자가 이 커뮤니케이션의 단계를 계절로 잡은 것은 계절이 봄에서 시작해서 겨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과 탄생으로 계속 순환하는 것처럼 대화 역시 종결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순환해야 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에서였을 것이다.
 
 
1장 관찰의 커뮤니케이션, 봄의 대화에서는 대화의 두 주인공 '나'와 '너'의 관찰부터 시작한다.
성급하게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대화에 대해서 준비하고, 상대에 대한 관심어린 관찰을 한 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 가지 눈에 띄는 것을 먼저 읽어 봤다.
 
'소통은 깨는 게 아니라 녹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흔히 대화나 강연의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때 그런 분위기를 깬다고 해서 아이스브레이킹(ice-break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저자는 대화에서는 깨지말고 상대에 대한 관심으로 마음을 녹여나가는 아이스멜팅(ice-melting)을 하라고 얘기한다.
절대 내 얘기부터 하지 말고 상대의 주변을 살피며 자연스럽게 관찰하고 그것을 통해 느낀 점을 적절하게 던지는 것이 경직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는 대화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시작할 때 빼먹으면 끝까지 빼먹는다'
준비가 미비하면 허둥지둥 전달하기에 급급하게 되면서 분명 빼먹고 빠뜨리는 부분이 생기게 된다.
저자는 '다음 기회는 절대 없음!'으로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준비를 강조한다.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 '일단 만나보고'라는 생각으로 그냥 시작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대화가 끝난 후 다시 끼워 넣을 수 있거나 추가할 수 있는 기회는 제대로 된 모양새의 대화에서는 절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외에도 '유혹하고 있다는 착각을 주는 것이 유혹의 비밀이다', '중간에 끊고 반박하지 마라. 다 듣고 반응하라' 등 커뮤니케이션 시작 단계에서 필요한 팁들을 요소요소 집어서 제시해준다.
 
1장이 관찰이었다면, 2장 여름의 대화는 나와 상대를 어떻게 변화 시킬 것인가, 그리고 3장 가을의 대화는 나와 상대가 각각 얻은 것은 무엇인가를 따져 보는 승자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배운다. 마지막 4장 겨울의 대화에서는 그동안의 대화를 반성하고 상대와의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순환의 대화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이렇게 1장부터 4장까지 총 48가지의 단계별, 사례별 대화법을 배울 수 있다.
그 중에 재미있는 것은 요즘 서비스 업계에서 가장 큰 골치를 앓고 있는 소위 진상고객을 다루는 고급(?) 스킬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장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기술들을 만나볼 수 있다.
 
머릿 속으로 아는 것과 실제 몸이 움직이기까지는 시간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할 수는 없는 법. 우선 필요한 사례부터 시작하면 될 듯 싶다.
저자는 잘못된 방향의 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디로 흘러가는 지, 왜 실패를 하게 되는 지 실제 대화의 형식으로 제시를 해준다. 읽다 보면 진땀 흘리게 되거나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지경으로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애석하게도 그 모습은 종종 내가 겪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는 모범 답안을 제시해준다. 그렇게 숙련되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겠지만 적어도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야하는 지, 어떤 단계과 과정을 거쳐야 하는 지를 느끼고, 조금씩 따라하다 보면 나만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하다 보면 어느새 48가지가 내 몸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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