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월간지를 만나는 가장 큰 기쁨은 달마다 새로운 옷을 갈아입은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떠드는 수다같다. 그동안 있었던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박장대소도 하고 힘든 일은 서로 위로도 해주는.
매달 [월간 샘터]를 만날 때는 그런 설렘과 반가움이 있다. 이번 호에는 어떤 옷을 입고 나타나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 놓을까? 특히 이번 호는 2014년 새해의 첫 만남이다. 2013년을 마지막으로 인사를 고한 코너가 많다보니 새롭게 선보일 코너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 만남이 기다려졌다.
 
[2014년 1월호 샘터]를 받아들고는 습관적으로 뒷표지를 먼저 읽은 후 바로 새롭게 시작된 연재 코너부터 살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취미의 고수>. 밥보다 애인보다 취미를 더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번 호에 소개된 분은 기차여행의 고수 박준규 씨. 지금까지 4천만원 정도를 기차 삯으로 썼을 정도로 기차 여행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뭔가에 이렇게 푹 빠져 지내는 것도, 까페 활동은 물론 책까지 낼 정도의 고수가 되었다는 것도 부럽기 그지 없다. 글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이렇게 손꼽을 수 있는 취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다음에는 어떤 분들이 소개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다음으로 눈에 띈 꼭지는 <그곳에 내가 있었네>. 꼭지명을 봐서는 어떤 성격인지 잘 몰랐는데 읽다가 보니 영화 속 인상적인 촬영지를 찾아가는 영화기행이었다. 그 첫 스타트를 끊은 곳은 영화 <취화선>의 촬영지 인천 강화 석모도였다. 사실 영화는 보지 못했는데 조선 말의 천재 화가 장승업 일대를 담은 영화로 빼어난 영상미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 요즘 어딘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썩이기 시작했는데 가까운 인천의 섬도 좋을 듯 싶다는 생각에 관심을 가지고 봤다. 낙조가 아름답다고 하니 조금 여유있게 천천히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시설이 조금 불편해도 해수 온천을 맛볼 수 있는 섬이라는 것도 매력적이다. 바쁘게 살다보니 영화를 챙겨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 코너에서 소개된 영화를 한편 한편 보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 될 듯 하다. <취화선> 우선 찜!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 중 좀 독특한 내용의 코너가 있다. <기생충에게 배우다>. 생각만 해도 징그러운 기생충에게서 과연 배울 것이 있기나 한 걸까? 금슬 좋기로 유명한 원앙새도 실상은 새끼를 낳기 전까지만 한 암컷에게 충실할 뿐이라는데, 기생충 중에는 일부일처를 종교처럼 따르는 종이 있다고 한다. 주혈흡충이라는 이 기생충은 암수가 항상 같이 다니는데 수컷이 암컷을 품고 다니며 심지어 영양분도 공급해준다고 한다. 그 어떤 암컷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는 진정한 일부일처를 고수하고 있단다. 기생충에도 다양한 습성들이 있고, 그 안에도 인간사와 같은 희노애락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먼저 난다. 수없이 많은 기생충의 종류만큼 다양하게 펼쳐질 기생충 이야기,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사물의 시간>에 등장한 바리깡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한국 최고 여자 이발사이면서 최고령 이발사 이덕훈 님이 역시 이발사였던 아버지에게서 물려 받은 유품으로 100여 년이 되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을 버텨온 이 바리깡처럼 질곡의 세월을 의연하게 견뎌 낸 바리깡 주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 코너에서는 앞으로 오래된 물건을 통해 이웃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새로 만나는 코너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코너는 <헌책이 말을 걸었다>이다. 새 책이 주는 설레임도 좋지만 누군가의 흔적이 담겨있는 헌 책을 만났을 때의 정감어린 반가움도 좋다. 첫 시작은 책과 관련된 책이다. '김 현의 <행복한 책읽기>'와 관련된 안타까우면서도 따뜻한 글을 만날 수 있다. 필자가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머지 않은 곳에 터를 잡고 있어서 그런지 더 반가웠다.
 
 
그 외에도 전국의 특색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하는 <사람을 만나는 집, 게스트하우스>, 전국의 지명에 깃든 사연과 함께 역사의 이야기를 들려 줄 <길 따라 이름 따라>, 삶의 치열함이 느껴지는 곳, 병원에서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는 <병원은 인생학교> 등을 새로 만날 수 있었다. 학창 시절 새로운 학년, 새로운 반에 들어섰을 때 느껴졌던 낯설음과 설레임처럼 이번 달에 만난 샘터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셀렘이 가득했던 호였다.
 
새해 첫 날이면 의례 손님을 상징하는 '까치'가 생각나는 것처럼 샘터 이번 호의 특집의 주제는 '반가운 손님'이었다. 오래 시간 잊고 지냈던 동창에게서 온 메일 한 통, 사춘기 소녀 맘을 설레게 했던 매너 좋은 고모의 남자 친구의 방문, 삶의 한 줄기 빛이 되어 준 문예지의 시 당선 소식, 아픈 몸으로 만났지만 이제는 서로의 날개가 되어주고 있는 새와의 인연, 어린 시절 느꼈던 외할머니 방문의 반가움 그리고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바둑이와 주인 할아버지 그리고 강아지의 만남까지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를 읽노라면 마음의 온도까지 함께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내게 있어 반가운 손님은 누굴까? 오랜 시간 정신없이 잊고 살다가 작년부터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샘터]가 가장 반가운 손님이 아닐까 싶다. 매달 반가운 손님의 방문을 한 걸음에 달려나가 맞이한다. 그리고 친구같은 이 손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보따리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음 달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방문할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의 기다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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