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미처 몰랐던 클래식의 즐거움
홍승찬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클래식이 대중에서 자연스럽게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야 영화나 드라마, 광고 음악으로 많이 사용되어 익숙한 곡이 많지만 어려서 피아노를 배우지 않았던 나는 클래식을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했던 때가 중학교 음악 시간에서였던 것 같다. 물론 그 전에도 들었을 수야 있었겠지만 알 지는 못했었던 것 같다. 그때 그 문화적인 차이는 거의 충격에 가까웠었다. 그 음악이 그 음악같고, 들으면 졸음이 몰려오는 음악...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어 심취하는 지 음악보다는 그 느낌이 궁금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클래식 음악에서 위압감이 느껴진 것이. 그리고 동시에 언젠가는 그 벽을 넘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도. 나중에 느낀 것이었지만 클래식 음악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실은 내게 음악적 감수성과 감각이 무딘 것도 큰 이유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는 클래식 음악을 몰라도, 잘 듣지 않아도 큰 불편함은 없었다. 그러다가 다시금 클래식 음악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큰 아이가 태어날 즈음이었다. '모차르트 이펙트'라는 연구 결과와 상술이 결합된 신드롬이 퍼지면서 나 역시 천재를 만들어준다는 클래식 들려주기 열풍에 휩쌓였었고, 아이에게 모차르트 외에도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기 바빴었다. 듣기 편하게 소품처럼 구성된 음반이나 곡들은 처음 클래식을 접했던 때와는 다르게 대중음악이 전해주기 어려운 깊은 편안함을 가져다 주었었다. 아이에게 들려주려고 듣기 시작했는데 나 역시 육아에 지친 심신을 힐링시켜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나와는 달리 음악적인 감수성이 예민했던 큰 아이를 데리고 음악회도 종종 다니기 시작하면서 클래식을 통한 상상의 즐거움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저 느낌이 좋은 뿐인 것이지....클래식에 대해서는 처음 음악을 접했을 때나 지금이나 무지하기로는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클래식에 대한 거부감이나 위압감이 느끼지 않는다. 그렇지만 음악을 좀더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답답함이 들곤하는 것은 여전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클래식도 예외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클래식과 관련된 책 주위를 서성인다. 그러다가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가 될 것 같아서...'관두고 그냥 내 방식대로 듣고 즐기자'로 늘 결론을 내리곤 했었다.
 
[그땐 미처 몰랐던 클래식의 즐거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클래식 음악... 별 거 아니니 문외한이라도 편안하게 듣고 즐기라는 저자의 위로와 다독임이 느껴지는 것이다. 클래식 초보들도 편안하게 음악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음악가 혹은 연주자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 설명을 이야기 들려주듯 흥미로운면서도 차근차근 풀어서 들려준다. 음악가와 음악은, 작가와 문학이 구별될 수 있는 것처럼 작곡가에 대해서 몰라도 음악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감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낯선 클래식이라는 세계로 들어와 음악이 전해주는 섬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작곡가가 그 음악을 작곡했을 때의 상황이나 에피소드를 안다면 좀더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주자나 지휘자 그 사람 만의 독특한 해석이나 열정이 어디서 비롯되었는가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울려오는 감동을 훨씬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단지 '음악'이라는 주제의 에세이를 듣노라니 한 곡의 음악, 한 곡의 연주가 쉽게 들리지 않는다. 파란만장한 인생의 평지풍파를 겪고 탄생시킨 그 곡들은 오롯이 작곡가, 연주가 그들의 인생 그 자체였다. 이 책에 실린 어느 한 사람 쉽고 평탄한 삶을 산 사람이 없다. 어쩌면 쉽게 갈 수 없는 인생의 길이 그들을 더 담금질하게 해서 지금까지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곡과 연주를 남기게 했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들의 인생을 통해 들은 음악은 그들의 인생이 고스란히 느껴지며 그러므로 인해 선율 하나 하나의 움직임에도 숨을 죽이고 듣게 되고 그만큼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이 책의 프롤로그 제목 '음악은 누군가의 인생이다'처럼.
 
 
불행하게 시작해서 화려한 열정으로 타올랐다가 갑자기 떠난 '카루소'가 그렇고, 평생 사랑에 목말라하며 결국 사랑때문에 모든 것을 잃어 버린 마리아칼라스가 그랬으며, 어렵게 시작해 최고의 명성을 얻었음에도 끝까지 조국 러시아를 품에 안았던 리히터가 그랬다. 저자의 글을 읽고 책에 수록되어 있는 QR코드로 연결된 음원을 들으면 음악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 음악을 느끼는 법을 조금씩 배우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즐기는 음악은 클래식 뿐만 아니라 팝, 뉴에이지나 현대 음악까지 폭넓고 다양하다. 이렇듯 저자가 장르에 대한 별다른 편견없이 다가가 소개하는 음악들은 그래서 더욱 절절하게 인생이 느껴진다.
 
 
글을 읽고, 음악을 듣고, 감상에 젖고, 그리고 빠져나와 다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그렇게 책을 읽다 보니 페이지는 더디게 넘어간다. 그래도 좋다. 아니, 오히려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쉽기만 했던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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