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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사 인물 이야기 - 십대를 위한 쉽게 읽는 한국사
김상훈 지음 / 탐 / 2013년 10월
평점 :
"인물이 사건을 만들고, 사건이 모여 만들어지는 역사"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사 인물 이야기]의 뒷표지에 쓰여 있는 이 책에 대한 설명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역사란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 사람을 따라가다 보면 역사의 흐름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기 전이지만 앞 뒤 표지를 보니 좀 '색다르다'라는 생각이 든다.
"왜 역사는 어렵게 느껴지나?'에 대한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역사를 정리하는 것이 기억하기 쉬울까를 생각해본다면 답을 찾기 어렵지 않다. 역사서는 일반적으로 역사적 사건 위주로 정리하는데, 그러다보니 독자 입장에서는 사건의 앞뒤가 헷갈리기 쉽고 역사의 흐름을 읽어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역사라는 큰 흐름에 인물로 방점을 찍으면 훨씬 쉽게 역사 사건이 머릿속에 정리된다. 인물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사건이 떠오르는 연상 작용이 일어난다. 역사교과서 속 인물 이야기의 꼬리에 꼬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국사 박사가 돼 있을 것이다." --- 뒷표지에서

인물을 이용해 오천년의 역사를 큰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하는 약간의 의구심도 들었다. 조선이야 어차피 하나의 나라니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여러 나라가 공존했던 고대국가는 과연 어떻게 연결을 시키면서 흐름을 잡아갈까 궁금했는데 같은 시대의 인물과의 연계성을 통해 부여부터 삼국의 성립 그리고 전성기와 멸망까지를 한 흐름으로 연결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고 나면 한국사의 흐름이 머릿 속으로 정리가 된다. 특히 근대 역사는 시기적으로 짧은 데다가 워낙 사건도 많고 복잡하고, 더구나 비슷비슷한 내용들이 많아서 헷갈리기 쉬운데 인물로 정리를 하고 나니 '아~' 하는 이해의 탄성이 나온다.
워낙 방대한 시간이다 보니 아이들 역사책이라도 한 권으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두 세 권은 기본이요, 그 이상 되는 책들도 요즘은 많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세세한 부분은 기억이 나도 전체적인 흐름이 눈에 안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한 권으로 맥을 잡고 나니 역사의 바퀴가 어떻게 굴러와서 현재에 이르렀는지 파노라마처럼 머리 속에 그려지는 것이다. 물론, 많은 양을 다룰 수는 없지만 이 책의 애초의 목표인 중요한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통한 한국사 흐름을 잡음으로써 역사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본다. 학창 시절부터 역사를 좋아했지만 늘 흐름 정리가 되지 않아서 부족함을 느꼈고, 자신감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역사에 대한 자신감을 찾아 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방대한 책에서도 보기 어려운 역사적 사실이나 인과 관계가 구석구석 들어있다는 것이다. 주요 사건만 서술됨으로써 두 사건 사이의 관계나 인물과 인물의 관계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이 책의 저자는 기자 출신답게 그런 부분들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연결시켜줌으로써 사건 흐름의 이해를 높인 것이다. 읽으면서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도 많았고, '아~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구나' 하는 탄성도 나오게 한다. 그냥 지나가도 무방했을 것을 꼼꼼히 찾아서 연결시키는 저자의 노력이 책 구석구석에서 느껴진다. 덕분에 이해하기도 기억하기도 쉬워졌으며, 역사에 대한 흐름 파악도 한층 높아졌다.
예를 들어, 태종 무열왕의 뒤를 이은 '문무왕'이 왜 죽어서까지 나라를 지키려는 각오를 다졌는지는 자세하게 배우지 않았다. 만파식적과 대왕암으로 바다 위에 무덤을 만들었다는 사실만 부각되었을 뿐, 삼국의 유민이 연합해서 당나라를 물리치고 한반도에서 쫓아내면서 진정한 통일을 이루었다는 정도만 배웠을 뿐. 왜 문무왕이 그토록 결의에 차서 죽어서까지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는지는 깊은 공감이 되지 않았었다. 김춘추라는 처음 통일의 왕만 기억할 뿐 완성을 했던 문무왕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지 않았던 역사 접근 방식도 원인이었을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배경과 과정이 문무왕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있다. 그 과정을 따라 읽다 보면 왜 문무왕이 죽어서까지 나라를 지키려고 했는 지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다.
"당나라는 웅진을 비롯해 백제 땅에 5개의 도독부를 설치했어. 도독부는 당이 정복지에 설치하는 통치기구야. 문무왕은 화가 났지만 고구려와의 일전을 앞두고 있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어.
당의 횡포는 갈수록 심해졌어. 663년에는 신라 땅에까지 계림도독부를 설치하고, 문무왕을 계림도독으로 임명했단다. 백제뿐 아니라 신라도 당의 식민지라고 여긴다는 뜻이지. 그래도 문무왕은 꾹 참았어. 고구려를 무너뜨린 후 두고 보자는 생각이었지.
668년 고구려가 무너졌어. 당은 고구려에도 9개의 도독부를 설치했어. 평양에는 도독부를 총괄하는 안동도호부를 따로 설치했어. 당의 장수 설인귀가 우두머리인 도호부사에 임명됐지.
마침내 문무왕의 분노가 폭발했어. 삼한을 통일했으니, 더 이상 당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잖아? 670년 신라 군대가 옛 백제 땅에 주둔해 있는 당의 군대를 공격했어. 승리. 웅진도독부를 없애버렸어.
671년에는 사비를 빼앗은 뒤 신라의 행정구역에 편입시켰지. 이렇게 해서 나당 전쟁이 시작됐단다.
-중략-
675년 당나라가 20만 대군을 한반도로 보냈어. 예상된 침략. 문무왕은 이미 충분히 대비해놓았지. 매소성(경기 양주)에서 전투가 벌어졌단다. 신라의 대승! 자존심이 상한 당이 676년 다시 서해안을 거쳐 기벌포(금강 하구)를 통해 공격해왔어. 이번에도 물리쳤어.
-중략-
문무왕은 통일을 이루고 5년이 지난 후 세상을 떠났어. 그는 동해 바다에 자신의 유해를 안장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단다. 죽어서도 용이 돼 한반도를 지키겠다는 뜻이야. 이 유언에 따라 문무왕은 화장된 후 바다에 안장됐어. 그게 오늘날 경주 양북면 앞바다에 있는 태왕암(대왕암)이란다." ---p.50~51

또 한 가지 고려 시대 하면 떠오르는 '서희 담판 강동 6주, 윤관 별무관 창설, 동북 9성'을 달달 외웠지만 그 내막과 결과를 자세하게 알기에는 교과서나 다른 역사서 역시 간단하게 기술되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986년 요가 정안국을 무너뜨렸어. 이어 여진을 격파하고 송을 제압했어. 동아시아 최고 강자로 우뚝 선 거지.
-중략-
소손녕이 이끄는 거란군은 강했어. 여러 성이 순식간에 넘어갔어. 고려도 맞서기 위해 움직였어. 고려는 북계(평안북도 지역)에 진지를 쌓고 서희, 최량의 공격에 대비했어. 바로 그때 소손녕이 빨리 항복하라는 두 번째 편지를 보내왔어.
그 편지를 보는 서희의 눈이 반짝였어. 서희는 생각했어. '요나라가 진짜 원하는 것은 고려 정복이 아니다. 해결 방법이 있다!' ---p.83
"서희는 소손녕의 편지에서 요의 진짜 침략 의도를 읽어냈지. 만약 요가 고려를 정복하려 했다면 두 번씩이나 항복하라는 편지를 보낼 리가 없어. 그냥 밀고 들어오면 되지. 하지만 요는 항복만 권유했어. 맞아, 요는 고려가 송과의 관계를 끊길 원했단다. 요는 송을 집어삼킬 생각인데, 고려가 송을 지원하면 힘겨운 전쟁이 될 수도 있거든. 바로 이 때문에 요는 고려를 아군으로 만들려고 침략한 거였어."
---p. 83~84

윤관이 동북 9성을 쌓은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그 후 윤관은 여진 부족들을 평정한 마을에 성을 쌓도록 했어. 동북 지역에 총 9개의 성이 완성됐어. 이게 바로 동북 9성이야. 이윽고 윤관은 고려 주민들을 그곳에 이주시켰어. 고려의 영토가 다시 넓어졌지?
하지만 동북 9성을 지킬 수 없었어. 여진족이 땅을 돌려달라며 계속 고려를 괴롭혔기 때문이야. 여진은 집요하게 고려 국경지대를 습격하고 약탈했어. 동북 9성을 돌려주면 다시 고려를 아버지의 나라로 모시겠다면 애원하기도 했어.
1109년 고려는 어쩔 수 없이 동북9성을 돌려줬어. 그러면서 모든 책임을 윤관에게 물었어. 관직을 빼앗고 역적으로 규정했단다. 어이가 없지? 윤관은 다시 중앙관직에 나가지 않았어. 그러다가 1111년 한 많은 세상을 마감했단다. ---p. 89~90

표면 위에 드러난 역사적 사실만을 앵무새처럼 암기하고 외웠었기에 서로 간의 연결이 되지 않으니 무조건 암기해야 할 부분이 늘어나고, 그러다 보니 역사는 외울 것 많은 어려운 과목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장보고의 위대한 성과도 말년 정치에 대한 과욕으로 인해 빛을 바래는가 하면, 윤관처럼 공을 세우고도 후에는 관직에서 쫓겨나는 어이없는 결과를 빚기도 했던 역사를 우리는 '해상왕 장보고의 청해진'과 '윤관의 별무관, 동북 9성'의 업적만을 기억하고 외운다. 왜 장보고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아 멸망의 길에 들어섰는지, 문벌귀족은 왜 윤관을 모함했는지...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되다면 역사는 단순한 사건 나열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도 돌아가고 있는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거대한 수레바퀴가 지나 온 길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는 어떤 인물과 연결이 될까 궁금증을 가지며, 혹은 예측해가며 읽는 것도 이 책을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재미 중에 하나이며, 본문의 내용을 코믹하면서도 상징적으로 압축해놓은 일러스트도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역사를 배우고 있는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이후 역사를 다시 배우게 될 중학생에게 일독을 꼭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