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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만난 우리 역사 - 재미있는 문명 교류 이야기 ㅣ 사회와 친해지는 책
박미란 지음, 김진화 그림, 정수일 원작 / 창비 / 2013년 9월
평점 :
역사는 과거의 이야기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역사적 사실의 발굴도 그 이유가 되겠지만, 역사에 접근하는 방법의 다양성은 평면적인 역사의 사실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주면서 역사를 접하고 배우는 새로운 재미 또한 선사한다. 최근 들어 그러한 노력들이 더 두드러진다.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대내외적 이유들이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역사'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기 때문이리라.
역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늘 있었으나 사실 외우고, 익혀도 역사적 시기와 사실은 뒤섞이기 일쑤이니 역사를 즐긴다고 말하기는 민망하다. 을지문덕 장군이 싸웠던 전쟁과 강감찬 장군이 공을 세운 전투가 헷갈리는 정도이니 소소한 역사의 사건이나 인물들이 시대를 넘나드는 것은 애교일 정도이다. 기억력의 한계가 있다고 해도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인데,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한국사와 세계사를 따로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단편적인 조각들만 배우다 보니 나무는 알아도 전체적인 큰 숲의 모습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세계사 시간에 간간히 한국사가 나오긴 하지만 같이 맞물려 간 역사의 그림을 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세계와 만난 우리 역사]를 읽으면 세계가 서로 문화의 영향을 주면서 지금까지 역사의 수레바퀴를 함께 굴려왔다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교통이 지금처럼 발달되어 있지 않으니 교류의 방법이나 양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놀라울 정도로 문화는 생명력을 가지고 지구의 끝에서 끝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머물러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라와 나라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의 풍습과 비슷한 풍습이 지구 반대편의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이렇듯 오랜 교류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역사 속에서 세계와 교류한 흔적을 찾으며 인류가 어떻게 문화 교류를 하며 지금에 이르렀는 지를 선사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시대 순으로 따라가며 보여준다. 역사의 흐름과 단편적인 사건들에 집중하며 배웠던 역사의 관점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 본 역사는 상당히 흥미롭고 신선했다. 중국에서 공부한 원작자의 시선인지, 원작을 토대로 이 책을 엮은 저자의 관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존의 역사를 다룬 방향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게 느껴졌던 부분 또한 문화 교류의 사실이나 흔적보다 저자의 역사를 보는 시각이었다. 같은 얘기를 해도 얘기를 전하는 사람에 따라서 재미의 정도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같은 사실도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가 하면, 역사를 알아가는 참맛을 느끼게도 해주는 것이다.
구성이 특이한 것은 아니지만, 독자의 흥미를 이야기 속으로 끌여 들여 쥐락펴락하는 능숙능란한 이야기 구성력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많이 볼 수 없었던 유물이나 그에 대한 세밀한 소개 혹은 보편적으로는 잘 다루지 않았던 역사 속 이야기들을 여기서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같은 역사이지만 다르고 신선하게 느껴졌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늘 보던 가족이나 친구에게서 어느 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과 같은 낯설은 신선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책의 특징은 머리말부터 그대로 드러나 책에 대한 흥미를 유발 시킨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헤라클레스가 인도를 거쳐 우리나라의 맨 남단 신라에 정착한 모습을 비교해 보여주면서 문화 전파의 위력을 보여주며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는 여신 헤라의 미움을 받아 열두 가지의 불가능한 임무를 받고도 끝내 해결해 내는 영웅 중의 영웅입니다. 첫 번째 임무로 네메아 골짜기에 사는 사자를 죽인 뒤, 사자 가죽을 뒤집어쓰고 다녔던 헤라클레스는 서양 미술에서 가장 사랑받아 온 캐릭터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헤라클레스가 인도로 건너와 부처님을 지키더니, 먼 동쪽 끝의 우리나라 신라까지 왔습니다. 기차나 비행기 같은 교통수단도 없던 아주아주 오랜 옛날에 말입니다.
그리스 신화 속 헤라클레스의 사자 이야기가 이처럼 먼 길을 떠나 다른 곳으로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낯설고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받아들이려 한 사람들 덕분입니다. 때때로 그들은 이를 위해 기꺼이 먼 길을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우리 민족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먼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는지, 다른 세계의 문명을 받아들이는 데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생생한 유물을 통해 하나하나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에 자랑할 만한 걸작들을 내놓기까지 우리 조상들의 뜨거웠던 열정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p.8~9 머리말 中
각 장은 시대별로 나누어져 있고, 세계사와 한국사를 비교해볼 수 있도록 연표도 제공해준다.
이 책을 읽은 또다른 재미는 풍부한 사진 자료에 있다. 비교, 확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시한 사진 자료는 그 자체가 또하나의 볼거리가 되는 것이다.
각 장의 끝에는 시대를 끝맺음하면서 그 시대의 문화 교류와 관련된 인물에 대한 소개를 한다.
그 중에서 고구려 고선지 장군에 대한 일화가 재미있다. 승승장구하던 고선지 장군은 제5차 서역 원정에서 함께 하기로 했던 부족의 배신으로 전쟁에서 패하게 된다. 2만여 명의 포로가 발생하는 패전이었지만 여기서도 문명의 교류는 계속된다. 포로에 포함된 종이 기술자에 의해 유럽에 종이가 전파된 것이다. 그 때 전쟁에 패하지 않았다면? 서역으로 원정을 가지 않았다면? 종이 만드는 기술은 언제쯤 유럽에 전파가 되었을까? 가정하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옛날 외국과 교류가 그렇게 활발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또한 한반도 끝에 있던 신라가 어떻게 로마와 교류를 할 수 있었는지 아직까지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다고 하니 신기하기도 하면서 앞으로 계속 변하게 될 역사의 모습에 기대를 갖게도 한다.
조선보다 더 활발했던 통일신라, 고려의 문화가 그렇게 찬란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 불교의 영향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접목하는 과정에서 더 우수하고 뛰어난 문화가 탄생하는 과정을 보면서 조선 역시 그러한 정책을 펼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해보게 된다. 역사를 통한 배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