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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어린이책 200선
이주영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3년 6월
평점 :
아이들을 키우고, 독서지도를 배우고 하면서 늘 고민은 어떤 책을 어떻게 고를까였다. 여러 기관에서 추천해주신 도서를 찾아서 읽어보는 가하면 나 스스로도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 직접 골라보기도 하는데 아직도 책을 고르는 것은 어렵고 힘들다. 반면, 나에게 맞는 음식이 따로 있듯이 나에게 맞는 책 역시 각각 다를 수 있으니 유연하게 좋다고 느껴지는 책으로 고르면 된다고 얘기해주시는 분도 있어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도 한다.
어쨌든 하루가 멀다하고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 속에서 좋은 책을 골라 읽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래서 독서를 권하고, 책을 추천하는 책도 자주 보는 편이다. 독서 전문가들은 과연 어떤 기준으로 책을 선택하는 지, 책을 어떻게 읽는 지 그 책을 모두 읽어 볼 수는 없지만 그 중 한 권의 책이 실마리가 되어서 몇 권의 책이 술술 풀릴 때도 있어 꽤 많은 도움을 얻곤 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어린이책 200선] 역시 그런 마음으로 접한 책이다. 이제 초등학교 막바지에 들어서는 둘째가 편독이 심해지는 경향이 생겨서 균형 잡혀서 책을 읽혀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던 터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제목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책이라고 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이 의미를 몰랐었다. 이 책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며 책을 고르라고 하는 것인가,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저자가 선정한 200선의 책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라는 의미였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우습기 짝이 없는 생각이어서 혼자 피식 웃었는데, 내가 왜 그렇게 착각했을까 곰곰히 따져보니 어린이책을 나는 읽을 필요가 없고, 아이는 읽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싶다. 오로지 읽게 해야 겠다는 생각에 갇혀서 어떻게 하면 한 권이라도 더 읽힐까 하는 목적의식으로 책을 보니 그런 관점에서 해석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을 좋아하고, 많이 본다고 자부했는데 사실은 내가 즐기고, 느끼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교육을 목적으로 했었다는 것을 새삼 직시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원하는 책만 읽으려고 할 때 못마땅하고, 불안해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함께 읽고 공감하면서 얘기를 나누려는 여유 따위는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기를 바랬을 뿐.
처음에는 이 책을 그런 불순한 의도로 만났었지만 첫 장을 넘기고, 책을 한 권 한 권 만나가면서는 사실 그 목적을 잃어버렸었다. 저자는 애초에 아이들을 똑똑하게 한다거나, 다양한 지식을 선사해 학교 공부에 도움을 준다거나 하는 목적으로 책을 추천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어린이책을 좋아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읽었을 것이라고 스스로 자부할 만큼 많은 책을 읽고, 정말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는데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을 골라주셨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볼 수 있는, 분야별로 기계적으로 선별해서 구색을 갖추는 형식이 아니라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 전학년으로 연령 구분만 했을 뿐 책의 성격보다는 책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 위주로 책을 선별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지식을 전달하는 정보책은 거의 없고, 대부분 이야기책이나 시집 등 직접적인 전달 방식보다 이야기나 인물을 통해 은은하게 전달하는 책을 주로 선정하고 있다.
글의 형식도 이 나이에 이것이 필요하다라는 일방적인 방식이 아니라, 저자 개인이나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이유로 글의 문을 열고 소개하는 책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고 있으며, 글의 마지막에는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함께 얘기해볼 수 있는 거리나 활동 등을 넌지시 전해주고 있다. 꼭 해보라는 강요가 아니라 '~해보면 좋겠다'는 표현으로 확장된 활동을 조용히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심스런 권유에 오히려 더 강한 힘이 느껴지기도 한다. 독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이런 배려는 평생을 아이들과 교감하며 교직 생활을 했던 저자답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2000년부터 5년간 한겨레신문에 실었던 글을 2005년에 출간한 이후 다시 수정을 거쳐서 복간한 책이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 중에는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책들도 있고, 지금까지 생명력을 잃지 않고 꾸준히 읽히고 있는 책들도 상당히 많다. 이는 그만큼 시대를 막론하고 읽힐 수 있는 보편적 가치가 유연하면서도 완성도 있게 표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책들이 즐비한 이 책은 그야말로 책의 홍수 속에서 바른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그리하여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함께 읽어 좋은 '좋은 책'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자가 얘기하는 진짜 '좋은 책'을 말이다.
"좋은 책이란 단순한 교훈성이나 수준의 높낮이를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그 책이, 그 작품이 담고 있는 기본 정서와 가치관이 독자가 갖고 있는 문화의 정체성과 어떻게 서로 교류할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p.5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