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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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런 포장과 한 장마다 펼쳐서 보며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든 제본.

이 책을 받았을 때 곱게 싼 비닐 포자을 뜯을 때는 마치 무슨 종교 의식을 치루는 듯 했다.

정갈한 편집과 고급스러운 종이의 질, 한 장 한 장 그냥 넘길 수 없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듯 하다.

번역자 류시화는 이 책을 다시 번역하며 일본판까지 참고하면서 수없이 다시 읽어보고 되새긴 끝에 재출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명상을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다. 이상한 것은 분명 어렵게 쓰여지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쉽게 쉽게 읽어 내려갈 수가 없다. 한 줄도 한 번의 생각을 거치지 않고는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시선을 한 두 번 멈추고 다시 읽으면, 또 자연스럽게 읽혀 나간다. 한 줄도 쉽게 번역하지 않았으나, 어렵게 읽히지 않도록 한 줄 한 줄 고통스럽게 번역을 한 그 수고가 그대로 전달이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출근하는 전철에서 읽기 시작했다.

시작의 흥겨움도 있지만, 피곤의 무거움도 느껴지는 출근길에서 나는 책을 읽으며, 점점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복잡한 지하철은 불쾌한 상황을 만들고 있었지만 책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는 나에게 '에고'의 명령을 따르지 말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터덜거리며 노곤한 하루를 살아야 하는, 점점 작아지는 '나'의 존재를 똑바로 볼 것을 권하고 있다.

수없이 떠오르는 고통과 욕심으로 꽉 잡혀 있던 내 모습은 '에고'의 지배 그 자체였다. 에고의 말에 하루는 기뻐하고, 하루는 좌절하며 슬퍼하면서 점점 더 나는 나락으로 떨어져가고 있었는데, 정말 거짓말같게도 그 고통의 원인을 알게 되는 순간 내 앞에 놓여있던 고통의 실체를 깨닫게 되었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점점 피곤해가던 내게 정말로 그들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비법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단순히 타인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 지 마찬가지의 '에고'의 지배를 받고, 그 달콤한 말을 들으며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누구도 미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에고'는 내가 아니고, 마찬가지로 '에고'는 그들도 아닌 것이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지하철에 드러누워있는 노숙인도 에고의 지배를 받고 있기에 현실에서 해결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전처럼 단지 피해야 할 존재라고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에고의 지배에서 벗어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본질의 '나'를 인식할 수 있고, 그 존재를 마음으로 잘 보살피기를 바라는 마음도 가지게 되었다.

 

단지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현재 나를 내리 누르는 고통이 이렇게 감소할 수 있다는 데에,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가만히 읽어 보면, 동양 철학과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 등 근래 읽은 철학의 얘기들이 오버랩된다. 이들 모두 에고를 너머 선 세계를 경험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세계를 믿건 믿지 않건 간에 현재 나를 내리 누르고 있는 '에고'와 '고통체'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을, 그 때문에 괴로울 때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알게 된 것만으로 나는 이 책을 읽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진정한 내면의 '나'를 인식하고, 여기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자유로움을 얻었다.

앞으로 만나게 될 현실적인 고통의 순간에도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게 된 것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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