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역사문화 여행 - 부모와 함께하는
오주환.최정훈 지음 / 북허브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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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에서는 일년 내내 사회 시간에 우리나라 역사를 배운다. 짧지 않은 역사의 수많은 내용을 아무리 일 년 동안 나누어서 배운다고 하더라도 쉽지만은 않은 과정일 것이다. 특히나 전후의 인과 관계를 생각해가며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고, 전체적인 역사의 큰 그림을 그리기까지는 많이 접하고 즐겨야만 할 것이다. 역사에 대한 흥미를 느끼지 않는 이상 자주 접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7차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교과서는 암기 위주에서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개편되었었다. 6학년 1학기에 뚝딱 끝내 버리면서도 수많은 암기 거리를 만들었던 개정 이전에 비해 1년 동안 이야기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배워 나가는 것은 분명 아이들에게 부담도 줄일 수 있고, 역사에 대한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더 자주 접하고, 깊이있게 들어가지 않은 이상 학교에서 배운 것도 잊어버리기 십상일 것이다. 그래서 역사는 재미를 느끼며 자주 다양하게 접해야만 할 것이다. 배우고, 직접 눈으로 보는 오감을 통해서 배운다면 역사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모와 함께하는 조선시대 역사문화여행]은 이렇듯 학교에서 배우는 제한된 역사의 범위와 시각을 좀더 넓힐 수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학교 교과서를 통해서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면, 이 책으로는 조선 시대의 정치, 문화, 경제, 생활 등 분야별로 세세한 부분을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살펴봄으로서 당시의 생활상을 대한 이해를 높이고, 더불어 역사에 대한 흥미도 키울 수 있다.
 
 
1장 '조선의 왕'에서는 왕의 탄생에서부터 교육, 하루 일과, 결혼, 음식, 질병, 취미 생활 등 평소 역사책에서는 접하기 힘든 왕의 모든 것을 시시콜콜하게 살펴볼 수 있다. 각각의 편은 길지 않아서 일단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며, 기자 출신답게 짧은 글에서도 핵심이 분명하게 드러내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나 출처를 구체적으로 풍부하게 들고 있어 내용의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며, 편하게 호의호식하는 줄 알았던 왕의 하루 일과가 그렇게 팍팍한 줄 처음 알았고, 끊임없는 공부의 연속된 생활을 했으며, 안전을 이유로 개인 사생활마저 거의 보장되지 못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하늘과 동격이었던 조선의 왕은 하루 몇 시간이나 잠을 잘 수 있었을까? 왕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많이 자야 6시간, 대개는 5시간 내외였다. 왕이 처리해야 하는 집무가 만 가지나 될 정도로 많다 하여 '만기'라 불렸으니 마음껏 자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만민의 모범을 보여야 할 제왕이었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편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아침 조회 국정 업무 보고받기, 회의 주제, 신료 접견 등과 같은 공식적인 업무 외에도 하루 세 차례 유학 공부를 해야 했으니 그야말로 눈코 뜰 새없이 바빴다."---p.44
 
만일 유학을 배우는 경연을 소홀히 한다면 신하들에게 잔소리도 들어야 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 태종 1년(1401)의 기사를 보면 권근이 왕에게 경연의 중요성을 아뢰는 대목이 보인다.
"경연에 부지런해야 합니다. 제왕의 도는 학문으로 밝아지고 제왕의 정치는 학문으로 넓어지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즉위하신 뒤 비록 경연을 베풀었으나 쉬는 날이 많았습니다. 학문하는 뜻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닙니까. 날마다 경연에 납시어 마음을 비우고 뜻을 공손히 해 하루라도 빼먹지 마십시오."
경연은 왕이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사안이 아니었던 것이다."---p.45
 
이렇게 격무에 시달리고, 스트레스가 높다 보니 자연히 건강을 해치는 일도 많았다. '왕의 질병'에서는 왕이 가장 많이 앓았던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데,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흥미로운 부분이다.
 
"사계절 산해진미를 먹고 24시간 어의와 궁녀들에 둘러싸여 극진한 보살핌을 받은 왕들은 얼마나 오래 살았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조선 왕들의 평균 수명은 46세에 불과하다. 환갑을 넘긴 왕이라야 태조(74세), 정종(63세), 숙종(60세), 영조(83세), 고종(67세) 정도다. 불혹을 넘기지 못한 왕도 11명이나 된다.
장수를 했을 것만 같은 왕들이 오래 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도한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 영양 과다가 그 원인이다. 왕들의 사인은 고혈압, 당뇨병, 중풍 등이 일반적이다. 상당수의 왕들을 재위 기간 내내 괴롭힌 질병은 단연 종기다. 종기 때문에 몇 개월 동안 문 밖 출입을 못하고 누워 지낸 경우가 허다했다.
--- 중략 ---
왜 조선의 왕들은 종기에 시달렸을까? 현대적 관점에서 본다면 가장 큰 이유는 운동 부족과 과도한 스트레스가 아니었나 싶다. 왕은 세수도 궁녀가 대신 해 줄 만큼 몸을 움직일 일이 거의 없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 종일 궁궐을 지키며 업무를 봐야 했다. 고작해야 편전과 침전 정도를 오갈 뿐이었다. 정치적 스트레스도 한몫했다. 왕의 모든 행동은 유교적 정치 이념에 부합해야 했으며, 그렇지 않으면 여러 신하들의 따끔한 충고를 감수해야 했다. 종기가 생겨 온천을 가려고 해도 왕의 어가 행렬이 민폐를 끼친다고 신하들이 만류하면 갈 수 없었다. 가뭄, 홍수 등 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조차 왕의 부덕으로 여겨졌던 시대다. 과도한 스트레스에 운동 부족이 겹쳤으니 혈액 순환이 원활할 리 만무했고, 악성 종기는 물론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퇴행성 질환으로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p.53~56
 
문종은 종기로 목숨을 잃을 정도로 조선 시대 왕들을 괴롭힌 질병이 '종기'라니 의외지만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이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왕과는 대조적으로 정치에 나갈 수 없도록 법으로 묶인 왕족들은 오히려 너무 할 일이 없어서 억지로라도 공부를 시키기 위해 학교를 만들어 의무적으로 다니는 제도를 만들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정종의 아들이자 세종대왕과는 사촌지간인 순평군은 마흔이 넘도록 글자를 모르는 일자무식이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왕의 취미 생활이나 무덤인 왕릉, 그리고 '조'나 '종'과 같이 우리가 현재 부르고 있는 왕의 호칭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2장은 '궁궐과 궁중생활'로 4대 궁궐과 화려해보지만 극한의 외로움을 견뎌야 했던 궁궐에서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왕이 죽은 후에 후궁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지, 왕 외에는 절대 사랑을 나눌 수 없는 궁녀가 다른 남자와 사랑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궁녀의 지위와 월급 등등을 살펴볼 수 있다.
 
3장은 '양반과 서민 생활'에 대해서 살펴 본다. 출세의 관문 과거제도를 비롯 성균관에서의 생활, 관리들의 생활, 농민, 천민, 그리고 기생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다. 사람으로 인정 받지 못했던 조선시대의 노비의 값은 얼마였을까? 그나마도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15~40세 정도의 노비 가격이 말 1필 정도였다고 한다. 주인 맘대로 사고 팔고, 형벌을 가해도 웬만하면 책임을 묻지 않은 사회에서 노비는 그야말로 사람 아닌 사람으로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런 노비와 평민이 결혼을 하면 신분은 어떻게 될까?
 
 
4장은 '정치, 외교 이야기'를 다룬다. 첩보 영화를 방불케할 정도로 직업 의식이 투철했던 '사관'의 활약상, 그리고 젊고 유능한 관리들에게 1년 동안 독서와 공부에 몰두할 수 있도록 안식년과 같은 시간을 주었던 '사가독서', 우리말을 쓰면 적발된 횟수만큼 곤장을 맞아야 할 정도로 외국어 몰입교육을 시켰던 '사역원'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조선 시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마지막 5장은 조선 시대의 '사회, 문화 이야기'를 다룬다.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실행했던 현대판 그린벨트 제도나 여성의 가발의 폐해와 금지령의 노력을 살펴볼 수 있으며, 당시 강간범에게 내려지던 처벌과 여성의 행실에 따라 달리 적용되었던 유연한 판결 사례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금은 채광이 줄어들게 된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책은 '조선왕조 가계도'를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복잡한 가계도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는데, 책 속에서는 이 뿐만 아니라 기자 특유의 간결한 정리가 돋보이는 표들이 곳곳에 삽입되어 이해를 돕고 있다. 조선의 왕릉이나 과거제도, 중앙정치기구, 당파의 정리 등 필요할 때 참고해보기에 좋을 듯 싶다.
 
 
역사는 학창 시절에 배우고 끝내는 과목이 아니다. 그동안 역사를 소홀히 한 결과 우리는 많은 위기를 맞아야 했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기도 했다. 이제 역사를 수능에서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등 다시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많은 것 같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현명한 사람은 역사를 통해 배우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배운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위해 역사에 대한 관심과 공부는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책 역시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 놓을 것이 아니라 제목에서 얘기하고 있듯이 '부모와 함께' 읽고 가능하면 많이 직접 찾아가서 보고 느낀다면 역사를 훨씬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이고, 흥미도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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