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
이광호 지음 / 홍익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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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역사 시간에 윤리 시간에 혹은 도덕 시간에 배웠던 퇴계 이황의 주리론과 율곡 이이의 주기론. 네모 칸 메꾸기에 바빴던 당시는 그들의 사상에 대한 관심보다는 누가 무엇을 주장하고, 또 누구는 무엇을 주장했다까지가 배우고, 익히고, 외우는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주리론이 무엇인지, 주기론이 무엇인지는 시험이 끝나고, 내가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순간 머리 속에서 지워져 버렸다.
그렇게 잊어도 굳이 사는데 필요하지도, 불편할 것도 없었다.
 
그러다가 철학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생기기 시작하면서 어렵지만 철학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인문학의 관심과 더불어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동서양 철학과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실 아무리 책을 읽는다 하여도 개념조차 정리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계보를 따라가면서 왜 그러한 이론이 나오고, 그 주장을 뒤를 이은 학파는 어떻게 이어받았고, 하면서 조금씩 정리해가면 명확하게 이해하기는 힘들 지라도 그럭저럭 힘겹게 나아갈 수는 있었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고, 가장 많이 읽은 책이 아마도 <논어>가 아닐까 한다. 기업인들이 많이 읽었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현대인의 처세에 부합되게 해석되는 내용도 많다 보니 논어는 자기계발서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여러 가지 버전으로 선을 보이고 있다. 요즘은 더불어 맹자와 노자, 장자의 책도 두루두루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아직 두루 읽어 볼 엄두가 나지 않아 좀더 시간을 두고, 조금씩 도전을 해보리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던 참이다.
 
그러다가 이 책 [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의 사상가들에 대한 책은 아직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는 생각까지 미치었다. 물론 유학을 근본으로 나라가 세워진 조선이 사상적으로 중국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었겠지만, 그 유학사상을 우리만의 관점으로 해석해내고, 풀어낸 위대한 사상가는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 고지에 있었던 대표적인 분이 퇴계와 율곡이었을 것이다. 물론 두 분의 견해는 점점 벌어져 차이를 좁힐 수 없는 격차를 보였으나 이 두 분으로 시작된 조선 유학의 계보는 조선의 후기까지 이어져 정약용 때 정점을 찍으며, 조금씩 학문의 한 부분으로 축소가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은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가 35년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상적으로 대립하고 언쟁을 했던 9번의 편지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퇴계가 내면세계와 내면세계의 근원인 초월적 하늘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율곡은 객관세계와 객관세계의 근원인 초월적 이법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책의 처음에는 이율곡의 학문에 대해 이황은 나이에 비해 영민한 학문의 수준에 대해 칭찬도 하고, 금강산으로 들어갔다가 나와서 지탄을 받을 때도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으니 앞으로 더욱 정진하라고 위로도 해주고 감싸 안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율곡이 묻고, 퇴계가 답하고, 다시 반론하는 과정의 편지의 내용을 보면 서로 다른 관점의 이견 차이를 좁힐 수 없었다.
정복심의 <심학도>에 대한 이해를 둘러싼 심한 견해 차이를 보일 때 퇴계는 정복심에 대해 함부로 비판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더 나아가 율곡의 학문하는 태도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음을 지적하면서 마지막 편지까지 끈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인설도>가 <심학도>의 앞에 있어야 한다는 율곡의 주장에 퇴계는 그의 견해를 받아 들여 <성학십도>에서 수정을 한 것처럼 율곡의 주장을 수용하기도 하였으나 둘 사이의 주장은 끝내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주리파, 주기파라는 학파로 나뉘게 되는 논쟁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책은 두 분의 편지와 이를 좀더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단 역자의 해설, 그리고 원문 순으로 실려 있다. 물론 두 분의 편지에서 언급된 원전이나 원문에 대한 내용은 주해석으로 달려 있다. 그럼에서 역자의 해설이 외국어같은 편지의 내용의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된다. 역자는 두 분의 편지의 대립이 세상에 좀더 빨리 나오지 않은 것을 의아해 하며, 그러한 일을 하게 된 것을 사명처럼 얘기한다.
 

 
 
유학을 고루하게 생각하지 않고, 좀더 옛 성인의 사상적 지표로 여기고, 관심을 갖다 보면 그 분들의 관점으로 당시의 사회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너무 어렵고, 힘들지만 조금씩 그 간격을 좁혀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이 책은 그러한 나의 미약한 노력에 힘이 되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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