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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숲 체험 학습 ㅣ 역사 숲 체험 학습 1
박정훈.시원혜 지음, 정가애 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초등학교 5학년 사회과에서 1년간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초등학교에서의 역사 체험 학습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역사를 배울 때는 더 확실해진다. 책에서만 보는 것과 직접 보고 느낀 것과는 천지차이다. 기억의 차이도 나겠지만, 좀더 친숙해진 느낌의 차이도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많이 다녀와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고궁이나 왕릉, 사찰 등 역사적인 유적지를 방문할 때면 늘 기분이 좋아진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 상태로 보존하다 보니 숲과 나무 등이 함께 유지가 되면서 역사적인 유적과 함께 자연을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의식하지 않았었는데, 이 책 [역사 숲 체험 학습]을 읽으면서 '아!' 하고 깨닫게 된 것이다. 신선한 공기와 시원한 초록의 숲은 역사적인 의미를 떠나서 기분을 좋게하고, 생기를 불어 넣어 주었던 것이다. 가을이 특히나 예뻤던 '창경궁'이나 봄의 신선한 내음이 인상적이었던 '서오릉' 그외에 여러 유적지나 사찰들을 돌이켜보니 유적 자체보다 주변의 자연이 크게 와닿았었던 같다. 기억은 '유적'으로 하고 있지만 느낌은 '자연'이 더 강렬하게 남아있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둘째가 유치원 다닐 때 집근처에 있는 '서오릉'으로 숲 체험 학습을 가족 참여한 행사로 다녀온 적이 있다. 지척에 있기에 산책 삼아라도 자주 갔었는데, 왕릉에 그렇게 다양한 식물과 나무가 있는 지 처음 알았었고, 그렇게 공기가 좋았는 지 그때 처음 느꼈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도록 그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이제야 역사 유적의 주변은 자연의 보고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역사와 숲 체험을 함께 한다면 지식과 휴식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 너무 바쁘게 많은 것을 얻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즐기면서 두 가지 맛을 느껴야겠다. 책을 읽는 내내 '여기는 언제 가봐야지, 여기도 가봐야겠네!' 하면서 즐거운 상상에 빠진다. 아직 뜨거운 햇살에, 아이들도 모두 개학을 해서 주말 밖에 여유가 없을 테지만 그래도 급할 것이 무어랴. 가서 즐길 곳이 있다는 것이 더 좋은 것을. 조금 멀리 떨어진 수원이나 이천, 남양주 같은 곳은 조금 여유있을 때 다녀오고, 종묘나 몽촌토성, 암사 유적지와 같은 곳은 당장에라도 가볍게 다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 같으면, 유적만 보였을텐데 이제는 숲과 나무를 둘러 볼 여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책은 박물관, 궁궐, 성곽, 왕릉, 종묘, 선사 유적으로 나누어 해당하는 유적들을 두 곳씩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서 창덕궁이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한국의 정원으로 유명한 곳이라, 단풍에 매료되어 가을이면 다녀오면서 익숙하지만 종묘에 그렇게 다양한 나무가 많은 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역사적인 의미부터 짚기 시작하는 다른 체험지와는 달리 종묘는 나무를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할만큼 다양한 나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책의 섹션의 시작은 각 유적지의 체험을 어떻게 하는 지에 대한 안내로 시작한다. 저자는 너무 많은 내용을 보려하지 말고, 한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몇 가지 포인트를 집중해서 보라고 한다. 종묘의 경우는 종묘의 출입문이 딱 맞지 않는 이유, 계단 난간의 구름 무늬가 생겨진 이유 등을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종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긴 단일 목조 건물, 아직도 연주되고 있는 종묘제례악 등이지만 그것 외에도 종묘에 숨겨진 작은 의미들을 찾으면서 확인해가는 것도 흥미있는 체험이 될 듯 싶다.
그리고 이와 함께 새소리도 듣고 맑은 공기도 마시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길 권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종묘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간단한 소개와 함께 종묘의 안내도와 관람 정보가 실려 있다. 이는 전 섹션에서 공통으로 이루어진 형식이다. 다음은 본격적인 체험의 시작인데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종묘의 건물보다는 먼저 그 안의 나무를 보기 시작한다. 궁궐과 왕릉, 종묘에 심는 나무는 조금씩 다른데 어떤 나무들이 주로 심어져 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다.
이름도 특이하지만 유래나 특징을 보면 더욱 재미있는 나무들을 찾고 관찰하는 것도 꽤나 재미있을 듯 싶다. 이 책의 별책부록으로 제공되는 활동지는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아닌 직접 체험할 때 좀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구성해놓았다. 종묘의 경우도 순서에 따라 활동을 해보며 직접 느끼고, 보면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꽤나 정성을 들여 꾸며 놓았다.
그렇게 나무들을 살펴본 후에 비로소 본격적인 종묘 여행을 떠난다. 종묘의 각 건물에 대한 설명과 얽힌 이야기 등 시원시원하면서도 역동적으로 배치된 사진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되어 있어 직접 가보지 않고도 종묘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 종묘에서만 볼 수 있다는 신실 계단 난간의 뭉게 구름 조각과 틈새가 벌어진 신실의 출입문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이 나온다. 직접 종묘에 가서 확인하면서 그 의미를 되새겨 보라고, 활동지에도 연결된 해놓았다. 한 번 책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직접 보고, 활동을 해보면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고, 그만큼 관심도 더 높아질 것이다.
각 체험지의 마지막 장에는 본문에서 다뤘던 생태에 관한 것들 중에서 좀더 보충 설명이 필요하거나 추가 자료 혹은 자연에서 직접 해볼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별도로 소개해주고 있다.
서울 암사동 유적지, 강화도 선사 유적지로 가면 나무 이외에도 새나 동물, 갯벌의 여러 가지 생물들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도록 코스를 짜놓았다.
활동지 또한 이들을 잘 관찰하고 기록하는 활동을 해볼 수 있도록 꾸몄다.
어쩌면 아이들은 역사 유적을 보고 배우는 것보다 이 생태 체험을 더 재미있어 하고, 신나할 지 모르겠다. 그러면 또 어떠겠는가? 긴 역사를 함께 품어 온 이들과 교감하고, 느끼는 것에서부터 아이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시작될 지 모른다. 자연을 해치지 않고, 어우러지게 건물을 지어 건물보다 몇 백년 더 오래 산 나무를 보면서 조상들의 자연을 사랑하고 하나 된 마음을 느끼는 것, 그것이 역사에 대한 흥미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