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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블록 (핸드북) - 당신의 상상력에 시동을 걸어 주는 786개의 아이디어
제이슨 르쿨락 지음, 명로진 옮김 / 토트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글을 쓸 일이 많아진 아니 많이 만들고 있는 요즘, 하나의 모티브 만을 가지고 한 바탕 써 내려갈 때가 있는 반면, 아무리 써도 세 줄 이상을 못 넘어갈 때가 있다. 억지로라도 쓰고 나면 뚝뚝 끊기는 것같이 연결성도 없고, 맥락도 왔다갔다 자연스럽지 않아서 그나마 애써 쓴 글을 지워버리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글의 얼개를 먼저 짜서 글을 쓰면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그냥 써내려가던 것이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게으른 습성 때문인지 얼개를 짜서 글을 쓰는 것이 아직은 자연스럽지 않고, 불편하다. 어찌 되었건 간에 글을 쓰는 것을 숙제처럼 만들어 꾸준히 써보려고 노력중인데, 바쁜 일상에 잠시 잠깐 쉬고 나면 빈 공간에 깜빡이는 커서가 마치 내 머리 속 같을 때가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어떤 것을 써야 하지? 한 참을 노려보며 들여다 보고 있어도 계속 제자리 걸음 뿐. 이럴 때 문득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있을 때면 이산 가족이라도 만난 것처럼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런 아이디어가 그렇게 늘 샘솟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글을 쓸 때마다 답답하고 고민스러운 것이다.
이 책 <아이디어 블록>에 대한 소개를 보았을 때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상상력과 글쓰기 능력을 동시에 증진시키는 마법"
이라는 문구였다.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깊고 하고 있던 터라 글쓰기를 증진시켜 줄 수 있는 마법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그리고 책을 받았을 때는 다른 이유로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글을 쓸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갖가지 다양한 아이디어들. 처음에는 웃으며, 이런 것들도 글쓰기의 소재가 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다 보니 정말 훌륭한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의 주위에 글쓰기 소재는 널려 있다. 신문의 한 귀퉁이에 실려 있는 기사의 한 줄도 글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작은 사건들이 적재적소에 배치가 될 때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왜 이 책의 제목이 '아이디어 블록'인지 글쓰기와는 무슨 상관인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관심있는 것을 먼저 보고, 그중에서도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의 관심사가 글쓰기이다 보니 이 책 자세한 설명도 보지 않고, '글쓰기'에만 꽂혀서 글쓰기를 잘 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인가 보다고, 그러니 이러이러한 형식이 아닐까 하고 나혼자 생각하고, 나혼자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글쓰기 능력을 키워주는 책의 제목이 <아이디어 블록>이라는데 전혀 의문을 갖거나 궁금해하지 않았으니..ㅎㅎ
나같은 독자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경험에 의한 것인지 저자는 서문에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이 책은 '글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단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법을 제시할 뿐이다. 책 속에는 서로 모순되는 조언도 있다. 사실, 글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정답이란 없다.
-중략-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작가에게 타고난 글재주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든 리쉬는 타고난 글재주가 없어도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받아 쳤다. 이런 논란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글쓰기 방법론에 대해 쓴 책들을 훑어 보고, 우리한테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쓰면 된다. 매일 쓰면 된다." --- p.7
결국 저자는 형식과 틀에는 정답이 없으며, 결국 매일 끊임없이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 도대체 무엇을 쓸 것인가 고민되는 이들에게 작가는 무수한 아이디어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가 <글쓰기 도전 과제>로 글을 쓰다가 막혔을 때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는 과제들이다. 저자는 얘기한다. 한 과제에 대해 1분 이상을 생각하지 말고, 바로 글을 써보라고. '쓰면서 동시에 생각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책상에 앉아서 뭔가 끄적거리기 시작할 때, 비로소 무슨 말을 쓸 것인지 생각이 났다." 당신도 마찬가지이다. 계획하고 차트를 그리고, 개념도를 만드는 것을 이제 그만. 일단 써라." ---p. 9
그가 제시한 주제들을 보면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의식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이다. 마치 사용하지 않고 있던 감각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처럼. 재미있는 것은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곁들여 있는 재미있는 상상을 자극하는 사진도 뇌를 말랑말랑하게 자극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길게 생각하지 말고 당장 쓰기 시작하라는 작가의 의도가 어느 정도 먹힐 것 같다.
두 번째로는 <불꽃 튀게 하는 말>이다.
상상력이 발동할 수 있는 단어와 사진을 제시하여, 글을 써나가게 유도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단어를 들었어도 각자의 상상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그 단어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이 역시 <도전 과제>처럼 글쓰기의 전환점이 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저자는 얘기한다.
마지막으로 <집필 원칙>이다.
이 책이 수많은 글쓰기 아이디어를 제공한다고 해서 글쓰기에 대한 기본 원칙이나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제목을 선택하고, 첫 문장을 시작하는 방법 혹은 글을 잘 쓰기 위한 노하우 등 전설적인 작가부터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의 간결하지만 핵심을 찌르는조언들을 싣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글쓰기에 대해서 궁금하고 막연했던 것들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게 되어 무엇보다도 도움이 많이 되었던 부분이다.
수많은 아이디어 속에서 저자가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하나다. 일단 쓰고, 무조건 쓰고, 끊임없이 쓰라는 것이다. 슬럼프를 겪는 작가나 쓰기가 두려운 초보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공통된 처방이다.
"이 책의 결론은 하나다. 무조건 써라. 당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마라. 당신의 상상력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쓰지 않는 것에 대해 변명하지 마라. 『타바코 로드Tobacco Road』의 작가 어스킨 콜드웰이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당신은 언젠가 특별한 것을 쓸 수 있을 것이다. 5행시든 연애 편지든. 그러나 쓰는 습관과 욕망을 유지하고 싶으면, 당장 뭔가를 해야만 한다."
꾸준히 하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뭔가 쓰겠다고 생각했다면, 쓰는 행위가 주는 수많은 보상을 기꺼이 누리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꾸준히 해야 한다." --- p.11
스스로를 의심하면서 슬슬 게을러지기 시작하는 내게 가장 필요한 조언이다. 백지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 지금 당장 무엇이든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간에, 꾸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