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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 보물찾기 ㅣ 세계 탐험 만화 역사상식 31
스토리 a. 지음, 강경효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1월
평점 :
당장 떠날 수 있다는 가정으로 가보고 싶은 나라를 꼽으라고 한다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뉴질랜드, 터어키, 미국 등이 쉽게 떠오를 것이다.
그렇지만 눈과 추위가 연상되는 나라 '핀란드'는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외적인 조건 보다는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떠오르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눈덮인 산타의 마을이 있는 나라, 사우나가 발달된 나라, 교육 선진국...
정도가 핀란드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아이세움의 세계탐험 만화 역사상식 시리즈 31편 [핀란드에서 보물찾기]를
읽으면서 정말 깜짝 놀랐다. '핀란드'라는 나라가 가지는 매력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고,
동시에 내가 이렇게 그 나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나 하는 생각에 또 놀랐다.
책을 읽어 나갈수록 이렇게 멋진 나라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핀란드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급기야는 KBS의 '걸어서 세계속으로'라는
프로그램 핀란드 편까지 챙겨서 볼 정도가 되었다.
책에서 봤던 내용들을 눈으로 확인하니 '핀란드'라는 나라가 더 가깝게 느껴지면서
아이들과는 언젠가는 꼭 다녀와보자고 약속까지 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스웨덴에서 보물찾기]도 읽었는데 그 편도 챙겨봐야 겠다.^^;;
산타가 사는 눈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로 산타를 만나러 간 토리와 레미는
핀란드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 준 전설 속의 보물 '삼포'를 찾아 나서게 된다.
먼저 차례와 등장인물이 소개하는 '핀란드의 보물와 여행 팁'을 보면 핀란드에
대한 사전 정보와 특징을 미리 알고 갈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아직 핀란드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책을 다 읽은 후에 꼭 다시 돌아와 읽어보길 바란다.
TV 방송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책에서는 계속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핀란드의 민족 정신을 담은 서사시 <칼레발라>이다.
토리와 레미가 쫓는 보물도 결국은 이 '민족 정신'과 '정체성'에 관련된 보물이다.
그렇다면 왜 핀란드는 이렇게 민족 정신을 강조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핀란드가 700년간 외세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을 했기 때문이다.
핀란드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지는 불과 10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들이 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이유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이다.
스웨덴에 이어 러시아의 지배를 받을 때 핀란드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여
한 때는 핀란드어로 글을 쓸 수 있는 국민이 10%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 책이 바로
핀어로 쓰어진 <칼레발라> 였다.
민족 음악가 시벨리우스가 작품 속 등장인물 소재로 노래를 만드는 등
문학과 예술에 친숙한 소재가 되고 있으며 핀란드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만큼
그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정신적인 결속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도 이 <칼레발리>에 대한 내용이 계속 언급이 되고 있으며,
이야기의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을 정도이다.
비록 현실에서는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 자신들의 말을 지킴으로써
민족의 얼을 지키내려고 했던 부분을 읽으면서는 같은 경험을 했던 우리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찡했다.
1917년 핀란드의 독립을 이끌었던 아돌프 아르비드손 장군의 말은 그들이 핀란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핀란드인으로 느끼는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하지를 느낄 수 있다.
KBS 방송에서는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가 흘러나오면서 나레이션으로 깔렸었는데
비장하면서도 거룩한 느낌마저 들었다.
"우리는 스웨덴인이 아니었으며, 러시안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핀란드인이 되자!"
이렇게 독립을 이뤄낸 핀란드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과 복지에 힘을 써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교육 격차가 없는 나라로 손꼽히고 있으며, 성공적인 공교육의
모델로 관심을 받고 있다.
도서관 역시 7만명당 1개인 우리나라에 비해 핀란드는 3,100명당 1개라니 참 부러울 따름이다.
이야기는 <칼레발리>를 읽고 핀란드 언어의 뿌리를 찾아 연구했던 카스트렌이 남긴
자작나무 지도가 발견되면서 이 지도가 <칼레발리>에 나오는 '삼포'라는 보물의
위치를 그려놓은 지도일 지도 모른다는 추측에서 출발한다.
그러던 중 이 지도가 누군가에 의해서 도난 당하게 되고, 이를 연구하려던 올리는
도난 당한 지도를 찾아 보물을 찾기 위해 산타 마을 방문 차 핀란드에 온
토리와 레미에게 부탁을 하게 된다.
보물지도를 해독하고, 보물을 찾으러 가면서 토리 일행은 핀란드의 다양한 모습과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트롤이 숲에 사는 귀엽게 생긴 괴물 '무민트롤'을 만나는가 하면,
라프족의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보물이 있다는 '이나리 호수'까지 가기도 한다.
토리는 호수에 빠지면서 핀란드인들의 사랑 '사우나'를 맛보기도 한다. 일 년의 7개월이
겨울인 나라 핀란드에서 사우나는 즐겁게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핀란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아마도 '산타마을'일 것이다.
토리가 위험에 빠지게 되었을 때 레미 혼자 순록 썰매를 타고 우연히 도착한 곳이 바로
핀란드 북쪽 '로바니에미'에 있는 산타 마을이다. 세계 어린이들의 소망의 편지가
모이는 곳 산타 마을의 산타 도움으로 레미는 무사히 토리 일행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 헤매던 '삼포' 보물이 밝혀지는데....
이번 호는 스토리도 흥미진진했지만, 핀란드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상당히 컸다.
긴 겨울과 추운 날씨도 즐길 줄 아는 여유를 가진 나라, 자연과 더불어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온한 모습이 부러웠던 나라, 핀란드.
어려웠던 역사 속에서도 꿋꿋하게 스스로를 지켜낸 강인함을 가진 정말 멋진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