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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가 자동차를 만든다고? : 문화 인류학 ㅣ 주니어 대학 2
김찬호 지음, 이강훈 그림 / 비룡소 / 2012년 12월
평점 :
문화인류학?
이름만 들으면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지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내가 대학을 진학할 때만해도 무슨 공부를 하는 과인지 구체적으로 알 지도 못하고
원서를 쓰는 경우가 허다했다.
어떤 과에 썼다고 해서 구체적으로 '뭘 공부하는 과야?' 하고 물어보면
'몰라~ 가보면 알겠지'라고 대답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고,
그런가 보다 했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대학을 결정했기에 입학한 후에는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적성에 맞지 않아서
재수를 하거나 전과를 하거나 억지로 졸업장만을 따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비룡소의 [주니어 대학] 시리즈는 바로 이러한 돌이키기에는 너무 큰 희생이 필요한
진로에 대해 도움을 주고자 출시된 시리즈이다.
그중에서 [인류학자가 자동차를 만든다고?]는 주니어 대학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문화 인류학'이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지, 왜 필요한 지 발생 배경부터
문화 인류학의 거장들을 소개하고, 구체적으로 문화인류학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Q&A 형식으로 풀어서 소개하고 있다.
문화와 인류라는 방대한 영역을 다루는 학문이지만 저자는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정말 쉽고 재미있게 글을 풀어나가고 있다.
하나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에도 재미있고, 쉬운 사례를 통해서 학문적인 정의를
내려주기 때문에 이해가 쉽게 되면서 '문화인류학'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렇지만 쉽고 편하게 설명하기까지 수많은 지식들이 축적되어 있어야 함을
행간 속에서 느낄 수 있어 하나라도 놓칠 까 아껴가며 읽었다.
문화인류학이라는 낯선 분야를 이 책은 [인류학자가 자동차를 만든다고?]라는
제목으로 문화인류학이 이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지, 어떠한 성격의 학문인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책의 구성을 보면 1부에서는 '문화 인류학'이란 인류를 연구하는 학문이고,
인류는 문화로 설명할 수 있으며, 그 문화는 인류의 발전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 지에 대한
문화 인류학의 뿌리와 근본적인 배경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포유류 중에서도 약하기만 한 인간이 어떻게 종족을 보존하면서 생태계의 맨 위에
존재할 수 있었는 지에 대한 설명 중 '엄지'의 역할에 대한 부분은 아~ 하는
감탄과 함께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의문이 듭니다. 다른 영장류도 절반 정도는 손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은가?
그들도 사람처럼 다섯 개씩 손가락을 갖고 있고 마디도 구조도 똑같고 길이도 꽤 길지 않은가?
그렇다면 사람의 절반 정도의 도구 제작 능력을 가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에 대한 첫번 째 답은 손가락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엄지입니다.
사람의 엄지손가락은 다른 네 손가락과 정면으로 접촉할 수가 있지요.
그리고 크게 돌려 보면 매우 넓게 움직입니다. 짤막하지만 그 어느 손가락보다도
큰 원을 그릴 수 있습니다. 다른 영장류들은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말하자면 엄지 대신에 검지가 하나 더 붙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어떤 물건을 잡을 때 사람처럼 완전히 동그랗게 말아 쥘 수가 없습니다.
이 차이는 엄청납니다.
간단하게 해볼까요? 엄지손가락을 빼놓고 나머지 여덟 손가락만 사용해서
단추를 꼈다가 풀어 보세요. 무척 힘들 거예요. 인간에게 이렇게 능란한 엄지손가락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도구가 만들어지고 사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 p.58~59
2부에서는 문화 인류학의 세계적인 학자에 대한 소개와 이들이 문화 인류학에 어떤 역할과
공헌을 했는지 소개하고 있다.
문화 인류학의 두 거장은, 서구 사회가 비서구 사회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한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와 '국민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가에 대한 연구를 한
우리에게는 '국화와 칼'이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루스 베네딕트이다.
이 두 학자의 연구 성과와 그것이 사회에 끼친 영향을 살펴 봄으로써 학문으로서의
문화 인류학의 성격과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레비스트로스를 소개하는 도입 부분을 보면 프랑스에서 문화인류학이 가지는
위치가 어떠한 지를 느낄 수 있었다.
2008년 11월 28일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의 하루 일과에는 색다른 순서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상가 가운데 한 명인 레비스트로스의 집을 방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날은 이분의 100회 생일이었어요.(그리고 1년 후에 돌아가셨어요.) 정부는 이날을 기념하여
전시회와 학술 발표회를 열었고, 방송국에서는 열두 시간짜리 특별 프로그램을 내보냈습니다.
거동이 불편해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레비스트로스를 위해 대통령 부부는 집으로 몸소 찾아와
"온 국민을 대신해 당신에게 경의를 표하러 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한 학자의 탄생일을 맞아 몸소 찾아와 축하하는 일은 매우 드물지요.
프랑스가 학문과 문화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가를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 p.107~108
마지막 3부 '문화 인류학, 뭐가 궁금한가요?'에서는 문화 인류학에 대한
여러 질문과 궁금증들을 질문과 답변식으로 풀어주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질문이 하나 있다.
바로 '문화 인류학을 공부하려면 어떤 능력이나 자질이 있어야 하는가?'이다.
저자도 그러한 질문을 예상한 듯 친절하게 답해주고 있다.
문화 인류학을 공부하려면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야 합니다.
어디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든,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을 알고 싶어 해야 합니다.
-중략-
문화 인류학을 재미있게 공부하려면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말을 건네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친하고 편한 사람들끼리만 어울려서는 곤란하다는 말입니다.
익숙한 세계에 갇혀서 자기의 생각에 붙들여 있는 것이 아니라, 고정 관념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문화 인류학은 흥미진진한 공부가 될 것입니다.
-- p.150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할 수 있겠다. 책 제목과 문화 인류학이 무슨 상관이냐고.
이에 대한 답 역시 저자는 책 속에서 자동차는 물론이고, 디자인, 마케팅 과정에서
왜 인류학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그들의 도움이 필요한 지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책의 내용을 모두 소개할 수 없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참고하시길...
책을 읽기 전에는 '문화 인류학'이라는 것이 생소하고 낯설었으나
책을 읽으면서 너무 우리와 근접해 있기 때문에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학, 정치학, 경제학 처럼 한 가지 주제가 아닌 인간을 둘러싼 모든 영역을 아울러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기에 하나의 형태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꾸준히 축적된 연구 결과들이 나와 너, 우리를 이해할 수 있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를 공부해야 해야 하는 이유는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가 강조한 것처럼 취미나 교양이 아닌 지구촌 시민이라면 갖춰야 하는
기본적인 소양이기 때문일 것이다.
낯설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읽다 보니 '문화 인류학'이라는 학문의 무게감을
점점 느낄 수 있었고, 한 번쯤 공부를 해보고 싶을 만큼 매력도 느껴졌다.
먼저 길을 간 선배의 조언같은 편안하면서도 깊이 있는 안내는 문화 인류학이라는
진로를 궁금해하는 청소년들에게 분명한 좌표를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