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인생 수업 - 아빠와 나눈 17가지 공감 대화
모리 히로미 지음, 김정은 그림, 김난주 옮김 / 휴이넘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고민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질문'이 아닐까 싶다. 아주 어려서는 어리기 때문에 어떻게 설명을 해주어야 하나 고민이 되고, 자라면서는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을 한다거나 어른도 공부하지 않고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져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전문적인 내용이야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얘기하며 함께 찾아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어서 어려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 '친구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등과 같은 일상 속에 부딪히는 어려움이나 그 끝을 알 수 없는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원할 때이다. 무의식적인 답습으로 의문을 가져보지 않았던, 가졌었더라도 아주 오래 전에 잃어버렸던 그런 질문들을 갑자기 꺼내 놓으면 한순간 말문이 막히고, 머리가 멍해지는 것이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도대체 어떻게 답을 해주어야 하는 것인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 그렇게 답을 해주어도 되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한 것이다. 솔직히는 아이들의 이런 도덕적인 물음에 답을 못해준 적도 많다. 그럴 때면 부모 역할도 끊임없이 배움이 필요한 평생 교육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곧 있으면 중학교에 올라가는 큰 딸, 한참 사춘기의 특성을 보이고 있는 둘째 딸은 앞으로 가치관이 성립되어 가면서 더 많은 질문을 내게 쏟아 낼 것이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답을 해주어야 할까?

 

이런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 이 책 [나의 첫 인생 수업]을 만났다. 아빠로 보이는 어른과 책상 밑에 숨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아이가 그려져 있는 표지를 보면 장난을 좋아하는 개구쟁이 아들로 짐작할 수 있다. 부제는 '아빠와 나눈 17가지 공감 대화'라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둘은 부자지간이고, 아빠는 아들에게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17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추측해볼 수 있다.

 

그리고 뒷 표지를 보면 이 책의 색깔과 작가의 바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씩 하는 고민, 마음 속에 품은 고민이 힘들 때 도움이 되어 줄 17가지 소중한 이야기를 마련했어. 잔잔한 감동과 인생의 통찰이 녹아 있는 따뜻한 조언이 나를, 그리고 너를 '진정한' 어른으로 자라게 해 줄 거야.'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작사가이자 소설가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한 가정을 보는 것처럼 대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느껴지는 동양의 공통적 정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이 책의 특이한 점이기도 한데 원작에는 그림이 없었는지, 혹는 일본색이 너무 강해 공감을 방해해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그림이 삽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과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일러스트가 자연스럽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면서 마치 한국 작가가 쓴 것처럼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본문을 읽기 전에 늘 먼저 보는 목차,,,, 이 책은 목차를 반드시 먼저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바로 책의 핵심 내용이 그대로 정리되어 있으면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명료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얘기 한 것처럼 성장기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열일곱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상황마다 대화로 풀어나가는 데 제목이 바로 아빠 즉 작가가 해주고 싶은 핵심적인 말이기 때문이다 .

 

 

 

그럼, 아빠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중에서 몇 가지만 살펴 보기로 하자.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는 큰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아이가 가끔 불안과 두려움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어떤 얘기를 해줘야 할까 참 난감했었다. 지나친 걱정이라고 넘겨야 하나, 긍정적으로 얘기를 해주며 마음을 달래주어야 하나,,, 이 책은 나의 고민에 꼭 맞는 답변을 들려준다. 쉽게 얘기하고 있지만 그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할 만큼 깊이가 있다.

 

 

 

다음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서 엄마와 한참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둘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짜 어른들이 꼭 보아야 할 이야기.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말에 책임을 져야 하거든."

"그냥 나이만 먹는다고 다 어른이되는 것은 아니지."

 

나는 과연 진정한 어른일까? 나이만 먹은 어른은 아닐까? 내 말에 나는 얼마나 책임을 지고 살고 있을까? 꼬리를 무는 질문들은 진정한 어른의 모습에서 나를 점점 더 멀리 밀어내는 것 같다.

 

'진정한 어른'이 없어져 가는 요즘...그러기에 더 어두워지기만 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작가는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노라고 에필로그에 밝히고 있다. 아이들에게 '진정한 어른'이란 어떤 어른인지를 깨닫게 해주고, 그럼으로써 우리 아이들 만큼은  나이만 먹는 어른이 아닌, 진정한 어른으로 커 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이야기, 마지막 말에 무겁게 실려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야기의 화자인 아빠는 엄마한테 꼼짝을 못하고 그런 모습으로 아들에게 약점을 잡히기도 한다. 또한, 게임을 사고 싶어하는 아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며 아이의 편에서 살짝 도와주는 마음 약한 아빠이기도 하다. 

 

 

어른도 똑같이 두렵고, 잘못도 하고, 실수도 하지만 그 잘못을 인정할 줄 알고, 스스로의 말에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려는 모습, 이것이 바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어른이 모습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 긴 여정이 바로 제대로 살아가는 '인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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