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은 만큼만 내 인생이다 - 여덟 번째 인터뷰 특강, 청춘 인터뷰 특강 시리즈 8
강풀 외 6인 지음, 김용민 사회 / 한겨레출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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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책을 구입했다.

 

 

이달 초 서점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보게 된 책....계속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으나 '청춘'도 아닌데 뭘~ , 여유 도서가 한 권 밖에 없는데 남들이 읽었던 책인 것 같은데..., 집에 읽으려고 사다 놓은 책도 아직 못 읽고 있는데 또? 등등의 열 가지도 넘는 이유를 대며 스스로를 포기 시켰던 책이다.

그러다가 오늘은 결국 못 참고 지금 사지 않으면 아마도 영영 못 읽게 될거야~라는 위안을 해가며 구입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얼마 후면 개학하는 아이들의 손목을 잡아 끌어 방문한 서점. 개학하면 이런 여유도 힘들 것 같아 즉흥적으로 방문해서 이 책 저 책을 둘러보며 행복한 만찬에 빠져 있을 때쯤, 역시나 인문학 코너 한 켠에 자리를 잡고 누워 다시 한번 나에게 손짓을 하고 있는 거다. 이번에는 여러 권이 쌓여 있어서 다른 이유를 더 찾아야 만 했다. 요즘 읽고 싶고, 읽어야 할 책들을 좀 많이 사들이는 바람에 본의 아닌 책 사치를 한 터라 한 권의 책을 사는 데도 많이 망설여진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읽고 가자! 였다. 아이들이 서로 좋은 책을 고르는 사이 나는 바닥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열 페이지를 채 넘기기도 전에 사기로 결정했다.

 

 

이 책은 한겨레21 창간 기념으로 매년 열리고 있는 인터뷰특강 중 2011년에 열린 여덟번째 특강 <청춘>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7명의 강연자가 매일 저녁 <청춘>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각자 자기 분야의 전문적인 식견으로 혹은 그들에 앞서 치열하게 청춘을 보낸 선배로서 공황 상태에 빠져 있는 오늘날의 청춘들에게 조언과 충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사실 전문적인 식견은 정재승의 '청춘의 뇌' 부분이고 대부분의 강연자는 강연자 스스로가 보낸 청춘에 대해서 주로 얘기한다. 그렇기에 청춘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가 더 공감하고 설득력있게 들릴 수 있다.

몇 분 빼고,,, 강연자들과 같은 나이 또래인 나는 청춘의 입장에서라기 보다는 내가 보내 청춘과 비교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지금 청춘들이 꿈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하는데, 내가 보낸 시대로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가서도 꿈을 제대로 꾸고, 펼친 세대가 얼마나 되나 싶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내가 가야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 내가 누구인지 질문 한 번 못던지고, 경쟁의 사회에 내몰린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만 다를 바 없다. 정도가 점점 심해졌을 뿐이지 20,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청춘이라서 느끼는 무게와 고통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왔다.

문제는 자신에게 몰입할 수 없는 세상을 누가 만들었느냐 책임을 따져 묻는 것만큼 대다수가 옳다고 인정할 수 있는 세상을 바꾸어나가는데 동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여진 씨의 말처럼 동참할 수 없다면 박수라도 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심상정 의원의 말처럼 지금은 전환기일 수 있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면 물길을 바꿀 수도 있는 곳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새벽 동이 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지금 우리는 건강해지기 위한 마지막 끝 정점에 있을 런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 강연자들은 하나같이 자의든 타의든 제도권을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쫓아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돈이 안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만화'에 올인해서 결국 국문학과 나온 '만화가'가 된 강풀,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일찌감치 정상궤도에서 벗어난 홍세화, 격렬한 학생운동으로 인해 붙은 폭력전과(?)로 인해 연극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해야 했던 김여진, 언제 제도권에 있기는 했었을까 싶은 김어준, 흥미로운 분야 공부를 위해 스스로 변방을 자초했던 정재승, 거짓말 외에는 어느 하나 잘하는 것 없었던 장항준, 지극히 평범했다가 우연히 소외된 계층의 대모가 된 임상정.

 

누구 하나 그냥 평범하게 평범한 삶을 살아간 사람이 없다. 주위에서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사람들이 7명이 모이니 오히려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이 이상하게 보일 지경이다.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를 쫓아 하고 싶은 일에 올인했다는 것도, 그리고 그래서인지 정도라고 일컬어지는 길을 간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빨리, 더 많이 성공했다는 것도 이들 7명의 공통점이다. 반드시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성공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이름을 알리고, 이렇게 강연까지 하게 되었으니 분명 성공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힘들고, 어렵다는 것 안다, 아마 지금 청춘을 보내라면 자신들도 많이 힘들었을 거라고. 그래도 좌절은 금지! '나'의 욕망을 들여다 보고, 내가 진정 꿈꾸는 것은 무엇인지 솔직하게 대면하라고. 그리고 일단 시작하라고. 미뤄두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라고. 그러다 보면 길이 열리고,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생긴다고.

 

 

성공을 했으니까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지 않느냐, 강연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런 반응이 올까봐 걱정을 하는 것 같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산 정상에 올라서서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일단 해봐라고 얘기하는 것 같은 이룬 자의 여유쯤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공을 했던, 하지 않았던 그 시절을 지나 온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앉아서 고민하고 있을 시간에 일단 해보라고. 나를 던지고, 미친 듯이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청춘이 아니면 힘들다고. 젊음이 아니라 그런 기회가 부러운 것이다.

경쟁의 교육이, 사회가 앗아간 선택의 기회를 스스로 되찾고 당당히 걸어나가라고. 그렇게 한 명, 두 명 모이다 보면 결국 없던 길이 생긴다. 책 서문으로 실린 <한겨레 21> 편집장의 글에 인용된 루쉰의 말처럼. "본시 땅 위엔 길이 없다. 다니는 사람이 많다보면 거기가 곧 길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청춘이여, "일단 걷자! 내가 걸은 만큼만 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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